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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Oct 22. 2023

찐 육아의 시작

임신하면 보건소에서 이것저것 챙겨준다. 엽산, 철분, 임산부배지, 임신축하금, 각종제도 안내...

이 중에 국가산후도우미 제도 안내가 있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해주는데 최대 3주까지 가능하고 평이 꽤 좋았다. 신청을 하면 소득 수준에 따른 등급이 정해지고 지정되어 있는 업체 중에서 계약을 하면 된다. 나도 미리 신청해서 대기 중이었다.

조리원에서 나오면 바로 이어서 할 생각이었다.

9시부터 6시까지이니 좋으신 분이면 오후에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할 계획이었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30분씩 늦게 출퇴근이 가능한지, 강아지가 있어도 가능한지 이 두 가지였다. 산모케어는 괜찮으니 아기만 잘 케어해 주는 분이 오시길 바랐다.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예정일 보다 열흘 일찍 출산을 하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학원까지는 어떻게 요리조리 수습을 했는데 산후 도우미 배정이 힘들다고 했다. 조리원에서 업무와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좋으신 분이 배정이 되었지만 바로 그전 집에서 코로나 확진이 떠서 일주일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했다. 조리원을 나오자마자 남편과 찐 육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급한 대로 남편은 일주일 출산휴가를 얻었다. 법적으로 휴가가 필수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의 사정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최대가 5일이라는데 어쩔 수 없이 다 사용해야만 했다.

그마저도 약간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우리 둘이서 신생아를 돌보게 되었다. 어떻게 분유와 기저귀는 하겠지만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용감하게 시작했다. 예방접종을 맞히고 온전히 우리 가족이 집에서 함께하는 첫날.

우리는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았다.

2시간마다 분유를 먹는 아기와 용감한 초보엄마아빠.

조리원에서는 우리 아기 혼자서 몸무게가 늘지 않고, 잘 먹지도 않아 걱정이었다.

아기는 집인 걸 아는지 주는 대로 쭉쭉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그 흔한 토도 하지 않고, 볼살이 통통해져 갔다.

물론 웃기고 당황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다른 건 다 용감하게 했어도 목욕은 겁이 났다.

우리가 자신이 없다는 걸 아는지.

낑낑거리며 목욕시킨다고 욕조에 아기를 넣는 순간!

응가를 .

난리도 아니었지만 어찌나 웃기던지.

목욕은 트라우마인지 아직도 자잘한 실수 연발이긴 하다.


내가 조리원에서 나오는 날이라는 걸 아는 친구들은 걱정이 되었는지 먼저 연락이 오곤 했다.

보통 초보 엄마들은 조리원에서 나오는 날 한 시간에 2~3통씩 전화가 온다며 잘 있는지 생존확인 차 연락을 했단다. 아기가 순하다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기에 물어볼 것이 없었다.

당황할 일도 없었겠지만 힘들지도 않았다.

이건 남편이 크게 한몫했다.

회사를 가지 않는 그 시간들이 남편이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기간이었나 보다.

회사 가지 않고 집에서 아기만 보고 싶다는 말도 할 정도였다.

잠이 많은 그 사람이 밤에도 2시간마다 벌떡 일어나서 분유를 타고 말만 하면 척척 필요한 걸 대령했다.

물론 휴가가 끝나고 복귀를 하면서 남편은 다시 큰아들이 되었다.

앞으로의 어마어마한 육아의 시간에 다신 없을 그 모습이 아쉽지만 본심이 아니라고 서운해도 참아보려 한다.


생 초보 엄마아빠인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보낸 실전육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둘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무사히 해냈다.

산후도우미가 온다면 얼마나 더 편할까?

전문가의 손길은 어떻게 다를까?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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