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도우미가 오면 얼마나 편하게 해 줄까?
남편이 척척 움직여주던 그 일주일이 끝날 때 약간 기대가 되었다.
신생아를 얼마나 더 잘 볼까?
우리에게 배정된 도우미는 70대였다.
나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엄마들 보다도 연세가 있으셔서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이에 맞게 엄청난 베테랑이라고 했다.
내가 제안한 30분씩 유동적인 출퇴근과 강아지를 무서워하지 않는 분이기도 하고 일주일을 미뤄졌다가 어렵게 오게 된 분이라 반갑기는 했다.
우리는 3주를 예약했고, 주말을 제외한 평일 15일을 오시기로 했다.
제일 걱정되었던 나이는 실제보다 젊어 보이셔서 약간 안심이 되었다.
신생아와 산모의 케어, 우리와 관련된 간단한 집안일을 해주신다고 했다.
난 아기 위주로 부탁드렸다.
하루 이틀 지겹고 오후에 출근을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당부의 말들을 주고받고는 나에게 부족한 잠을 보충하러 들어가라고 하셨다.
아기와 친해지기 위해 바로 수유를 하신다고 했다.
아직 수유시간은 한참이나 남아있어서 말씀을 드렸지만 베테랑이니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땐 남편도 있을 때인데 대놓고 보기도 실례일 것 같고 참 난감했다.
아기는 수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토하고 말았다.
조리원에서 있을 때 내가 억지로 더 먹이려고 했을 때 봤던 코랑 입으로 막 분유가 나오는 그런 상황.
괜찮은 척 그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다.
전문가를 믿었는데 똑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구나.
조금 속상하기는 했지만 아기의 여벌 옷을 챙겨드리고 쉬러 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첫날.
아기의 토 말고도 당황스러운 건 식사였다.
난 우리 집 냉장고에서 마음대로 꺼내 드시는 건 줄 몰랐다. 점심시간 1시간이라는 게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시고 오실 수 있도록 하는 건 줄 알았다.
친정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시고 엄마는 반찬가게를 하신다.
임신기간부터 입병으로 잘 먹지 못한 나를 위해 보내주신 엄마의 반찬과 아빠의 건강식품들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식사는 어떻게 먹고 싶냐고 물으시길래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본인 식사를 하신다며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기 시작하셨다.
임신기간부터 출산 후에도 계속 입맛이 없어 잘 먹지 못하는 딸을 위해 보내주신 반찬들은 도우미 분이 정복하고 있었다. 누구든 먹으면 어떤가라고 했지만 남편은 갈수록 이것저것 꺼내 드시는 모습에 나에게 계속 잔소리를 했고, 나도 못된 심리인지 다 먹지도 못하면서 속상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아기만 잘 봐주신다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우리 집으로 오시면 간단한 청소와 아기 빨래, 설거지, 수유등을 책임져 주셨고, 난 오전시간이 휴식시간이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설치한 우리 집 홈캠. 좁디좁은 집에서 3대씩이나 설치를 해서 그런지 사각도 거의 없었다. 물론 이런 사실도 미리 사전에 공지를 해야만 한다.
cctv가 있다는 건 미리 알려야만 하는 사실이다.
사람대 사람인지라 100% 맘에 들 수는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아기에게는 잘해 주시는 것 같아 출근을 결정했다.
모두들 더 쉬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난 초조했다.
조금 더 쉬면 아이들이 더 그만둘 것 같아 도우미를 믿고 나를 믿기로 했다.
홈캠을 보게 될 일이 없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출근을 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터미타임'도 갖게 해 주시고 초점책도 열심히 보여주셨다.
또 목욕도 해주셔서 우리 집으로 도우미가 오는 동안은 한결 수월했다.
퇴근 후에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온 어느 날.
늦어서 죄송하다며 배웅을 해 드렸는데, 아기가 입은 옷이 이상해 보였다.
그날그날 내가 옷을 챙겨주고 출근을 하는데 뭔가 달랐다.
기존에 입고 있던 옷도 아니고, 목욕 후에 입었으면 해서 챙겨놓은 옷도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싶어 홈캠을 돌려 보게 되었다.
목욕 후에 아기가 배고플 까봐 그랬는지 또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아기에게 수유를 시작하신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기는 또 코와 입으로 분유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꺼내놓은 옷도 다시 갈아입힌 것이다.
토한 건 속상했지만 아기들은 그럴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기분이 나빴던 포인트는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분명 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을 때 알려 줄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 얘기도 없었다.
아기 옷이 달라서 이상함을 느낀 내가 빨래나 해야겠다며 세탁기를 확인한 순간 토한 빨래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직접 발견하고 전화를 드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는데 너무 당당하게 토해서 갈아입혔다고 했다.
남편과 속상한 마음에 홈캠을 보는 순간 더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기 손수건을 발로 밟아서 바닥을 슥슥 닦은 후 아기 얼굴을 닦으시는 게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예민한 거겠지?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냥 '토하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할 뿐.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지만 그 상황에서는 아기에게 미안함과 죄책감.
그럼에도 일을 해야 하고 씩씩하게 넘어가야 하는 현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아기는 잘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