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 향, 그리고 엄마

혼자가 된다는 것

by 최수희

향기로 추억을 기억한다.


본가에 가면 나는 따뜻한 ‘집‘의 향기

어릴 적부터 매일 안고 잔 ‘애착 인형’의 향기

미국 살 적 나를 설레게 한 ’ 슈퍼마켓 냉동식품 코너‘의 향기

옛날 집 앞마당의 ‘잔디 깎는 ‘ 향기

일본에 처음 와 살던 ’ 역‘의 향기

‘엄마’의 향기


’ 향기‘라는 감각의 아카이브에 나의 추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아주 어릴 적, 엄마가 ‘금목서’의 향기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금목서(金木犀)는 물푸레나무과의 늘 푸른 넓은잎 떨기나무로 목서의 변종이다.

잎이 녹색을 띠며 그 물맹이며 촉각으로 느끼면 단단하다. 줄기는 고동색으로 단단하고 곧아있다.
금목서로 화장품도 많이 만드는데 그중에서 향수가 가장 많다. 금목서의 향은 좋다


외할머니가 교토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진동하던 금목서의 향기의 추억으로, 한국에 와서도 금목서를 집 미당에서 키웠다고 한다.


금목서는 가을이 되는 순간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년시절 그런 금목서의 향을 경험한 엄마에게도 금목서는 유년시절 추억의 아카이브가 되었던 것이다.


2019년 9월, 가을

말로만 듣던 금목서의 향을 처음 맡았다.


집을 나와 길을 걸을 때,

대학교 캠퍼스 안을 걸어 다닐 때,

수업이 끝나고 부카츠(부활동)인 미식축구 연습 필드에서 일을 할 때,

어디를 가던 진동하는 향이 너무 좋아, 친구에게 이게 무슨 향이냐 물었다.


”이건 금목서(金木犀) 향이야 “


할머니의 유학 시절 추억의 향이,
엄마의 유년 시절 추억의 향이 되어,
나의 유학 중 추억의 향으로 돌아왔다.


타지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리워지는 엄마의 향.

’ 엄마도,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가끔은 엄마의 엄마의 향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을까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들어간 한 향수 집에서 금목서 향의 향수를 가을 시즌, 기간한정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엄마한테 이렇게라도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까 하고, 한국에 갈 때 선물로 사갔다.


향기를 맡자마자 눈물 흘리는 엄마.

역시마 엄마도 그때 그 시절, 그리고 엄마의 향이 그리웠던 걸까.


추억을 있는 그대로, 무기한으로 저장해 주는

무형의 아카이브, ’ 향기‘가 갖는 힘을 다시금 느끼며,

오늘도 갖가지 향에 추억을 고이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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