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에서의 통합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정원이는 현재 일반 초등학교에 도움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있습니다. 사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어요. 저 역시 처음 유치원에서 처음 개별화회의를 처음 접했을 때 당황스러웠지요. 특수교육대상자는 특수교육법에 근거합니다.
“특수교육 대상자”란 교육장 또는 교육감이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으로 진단·평가하여 선정된 사람을 말합니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3호 및 제15조).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및 관련된 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그리고 발달지체까지 포함합니다.
정원이는 여기서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를 포함하고 있지만 유치원 때는 장애등록 전이라 '발달지체'로 했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유치원부터 의무교육에 해당합니다. 정원이의 경우 유치원 만 3세 반부터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학교종이' 앱에 정원이의 반은 두 개로 설정되어 있었어요. '햇살반'과 '씨앗반'이었어요. 정원이의 담임교사는 두 명이었습니다. 바로 특수학급과 만 3세 반이지요. 각기 다른 역할로 정원이를 담당하십니다. 유치원에서는 특수학급인 '햇살반;의 소속이면서 정해진 통합시간에 '씨앗반'으로 갔어요. 햇살반은 만 3세, 만 4세, 만 5세의 연령이 고르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햇살반에 소속된 인원은 평균 5~6명이었어요. 햇살반 친구들을 돕는 구성인원은 특수교사 선생님 외에 특수실무사와 공익요원이 지원을 합니다. 지원인력은 학교나 유치원마다 다르지요. 구성원도 매해 입학과 졸업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애유형도 다르고 중증도도 다르지요. 장애 정도에 따라 독립이동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고, 식사지원, 이동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지시수행이 어려우면 옆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을 거들어주시기도 해요. 매년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정원이와 또래의 친구들은 '씨앗반'에 있고 정원이는 한두 시간씩 도움을 받아서 씨앗반에서 생활했습니다. 가끔 '역통합'시간이라 해서 한 학기에 한번 정도는 특수반에 통합반 친구들이 놀러오기도 하지요.
유치원 특수학급은 병설유치원 또는 단설유치원 등 공립유치원에만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지는 여러 가지입니다. 사립유치원에 순회교사가 오기도 하고요, 어린이집의 유형에 장애통합어린이집 또는 장애전담어린이집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동들은 장애등록이 되지 않아도 의사소견이나 진단, 혹은 특수교육지원센터의 검사로도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이 가능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를 받고 싶으면 지역의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화로 문의가 가능합니다. 물론 전화로 바로 배치되진 않고요, 검사에 따른 아이의 발달 정도와 유치원 특수반의 결원에 따라 가능합니다. 학년을 불문하고 교사당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근거리에 결원이 없는 2 지망에 배치되기도 해요.
초등학교도 일반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하면 1학년 #반이면서 도움반 소속이 됩니다. 여기서도 정원이의 담임선생님은 두 명이 됩니다. 통합교육은 정원이가 1학년 교실에 갔을 때 이루어집니다. 물론 정원이의 발달은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교육은 같은 것을 같은 방식이나 난이도로 배우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상상해 봅시다. 외국에 가면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낯선 환경이 됩니다. 이때 통역이 필요하지요. 정원이에게도 통역처럼 친구들과 선생님을 이어주는 <일종의 통역기>가 필요합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중 어디로 진학할지에 대한 선택은 매우 어렵습니다. 정답은 없거든요. 정원이의 경우 초등입학 전 모두 특수학교를 권하셨어요. 하지만 두 번의 경련발작을 본 저는 가까운 곳에 보내고 싶었습니다. 통합교육은 작은 사회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아이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사회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이 작은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배운다면 이 시간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래서 '특수학급' 안에서 통합교육을 선택했어요. 초등학교라도 법적으로 허락된 '통합'의 환경 안에서 아이가 세상을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때로는 아프고 잔인합니다. 무난하게 잘 크는 같은 반 아이들 안에 있는 정원이를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저 엄마는 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를 여기에 둘까?"라고 말하는 것만 같을 때도 있어요. 역으로 엄마인 나에게도 숙제를 하라고 잔소리하고 말대답을 듣는 평범한 저녁이 왜 허락되지 않을까란 서글픔도 함께 합니다.
매일 일어나고 먹고 자고 아이의 손을 꽉 붙들고 '혼잣말처럼' 아이 대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을까 조마조마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아무런 일 없이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도 이런 평범한 하루를 보낼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하는 자격지심이 있었습니다. 정원이는 애쓰고 있을 텐데, 혹은 너무 힘들 텐데 괜찮을까, 싶었지요. 나도 더 노력해야지 싶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정원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3년째지만 '훌쩍' 자랐습니다. 그 정도가 세상의 기준과는 조금 다를 것이지만 아이의 노력이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하루를 보내는 모든 어른들을 마음이 마치 '릴레이 바통;-'처럼 이어진 결과일 겁니다. 여전히 매 순간 어려움도 함께 하고 있지요. 사회안의 모글리처럼 정원이는 또래와 같지 않습니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마치 물속을 걷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힙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 아닐까 싶은 엄마의 마음이 그 저항에 일조하지요. 그래도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은 저만을 똑바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일 겁니다. 세상의 시선이 엄마를 아프게 해도 괜찮아요.
얼마전 새학기 개별화 회의(IEP)때 정원이 3반 담임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원사님이 잠깐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에 3층의 교실에서 1층의 급식실까지 아이랑 정원이랑 이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아이들은 정원이가 걸으면 같이 앞뒤로 걷고, 정원이가 멈추면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어요.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2년간 정원이와 생활하면서 배워나간 것 같아요. 전해 듣는 그 모습이 마음으로 그려져서 감동이 되었어요. 결국 다정한 마음 안에서 씨앗은 자랍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엄마인 저도 배웁니다.
통합교육은 장애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정원이가 친구들을 바라보는 하루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친구들도 정원이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니까요. 특수교육의 가치는 몰랐던 것에 대한 앎으로부터 시작해요. '장애'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이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씨앗은 싹을 틔울 테니까요.
하지만 정원이는 3학년 여름방학 특수학교로 전학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21화에서 논의될 겁니다. 때로는 노력만으로도 할 수 없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 3년, 초등학교 2년 6개월의 통합 과정은 소중하고 기쁘게 아이는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환하게 웃으며 '정원아' 하고 불러주는 아이들의 미소처럼요.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정원이의 세계> 1부는 변방의 언어로 머물던 ‘장애’가 아니라, 보통의 아이 정원이가 가진 자폐를 이야기합니다. 2부는 ‘서포트 리포토 for 정원이’로 직접 활용했던 리포트를 통한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합니다. 이어서 행정학자인 엄마의 시선으로 정책의 틈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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