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오면서 느낀 점.
모든 운동은 어렵다, 하면 할수록.
요즘 내가 가장 푹 빠져 있는 달리기 역시 그랬다.
초보 시절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면서 느끼던 성취감,
나 어쩌면 달리기에 소질이 있는지도 몰라하며 으쓱대던 어깨는 생각보다 금세 푹 가라앉았다.
심바님은 조금만 하면 그 기록 깰 것 같은데, 왜 안되지?
같이 달리기는 하는 크루 멤버들이 의아해하며 묻기도 했다.
아, 그거 저도 정말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배워보기로 했다, 달리기를.
몸담고 있는 크루에서 여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러닝클래스를 개설한다고 했다.
근무가 불규칙하다는 이유로 못 본 척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전부 모르는 사람보다는
이왕 배울 거면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배워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며 운영진에게 문의하고 양해를 구해 클래스에 등록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내 기록이 카드값과 같이 경신될 것만 같은 설렘!
수업은 총 5회,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을 못하는 수업을 제외하고 총 4번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강을 하기만 하면 내가 여전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과, 4번의 수업으로 내가 바뀔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함께 밀려왔다.
클래스는 수강생들의 러닝 기록에 따라 조를 나눠 수업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3000m 최고기록 측정을 별도로 했는데, 나는 B조로 편성되어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한 달간 4번의 수업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은 오판.
러닝 숙제가 거의 매일 있었던 것.
어느 날엔 조깅, 어느 날엔 인터벌, 어느 날엔 장거리.
내 일상의 여가 시간이 대부분 달리기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숙제가 있으면 해야 하는 타율적인 인간, 5월 초 긴 연휴 동안 여행으로 달리지 못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달리다시피 했다.
아.. 수업은 거들뿐, 숙제가 찐이구나.
지난 4월, 내 달리기 마일리지는 생애 처음으로 200km를 넘었다.
심바님, 어때요?
엊그제 달리기 숙제를 같이 하던, 클래스를 개설한 분의 갑작스러운 질문.
"매일 패배감을 느껴요.."라고 대답했다.
B조의 기록에 맞게 주어진 수업의 페이스, 달리기 숙제의 목표를 한 번도 제대로 맞춰 해낸 적이 없는 나.
난 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것을 매일 확인하는 잔인한 시간의 연속.
달리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그 열정이 이렇게 허무하게 식는 건가.
다른 수강생들은 멋지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를 지키지는커녕 쫓아가지도 못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래서 배려라고는 1도 없이 속마음이 불쑥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그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떨 때 포기하려고 하는지,
어떤 몸상태일 때 더 잘 달릴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내 욕심이었다.
이 한 번의 과정으로 모든 걸 단번에 바꾸고 싶었던 나의 조급함.
60의 실패만 보고 40의 성공은 못 본 척하며,
내 노력은 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해 버렸다.
내가 나에게 가장 가혹했다.
지난 5월 14일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인터벌 수업을 마지막으로 5번의 수업이 모두 끝났다.
마지막 수업은 코치님께서 내주신 페이스를 모두 맞춰 달리고, 마지막 질주까지 시원하게 해냈다.
같이 달리던 멤버들과 "우리 좀 늘었나 봐요!" 하면서 기분 좋게 뛰어냈다. 그렇게 찍지 못하던 최대심박도 찍으면서.
모든 수업과 숙제는 사실 나의 바닥과 한계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페이스를 따라 뛰지 못할 때마다,
횟수를 채우지 못할 때마다,
주어진 거리를 채우지 못할 때마다,
나는 과연 할 수 있기는 한 사람인가 끊임없이 반문했다.
고달픈 배움의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과 마음은 분명 더 건강해졌다는 것을 안다.
해내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이 생각 또한
나의 내일에 더해질 '달려야만 하는 이유'가 될 것임을 안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운다.
내 인생을 조금 더 사랑해 주기로 하자,
달려라 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