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다.
내게 부여된 여러 가지 나_
나. 직장인. 엄마. 아내. 친구. 딸 그리고 며느리.
나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이름들은
때로 나를 옭아맨다, 숨도 쉴 수 없게.
싱잉볼을 울린다거나,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본다거나 하는 명상의 정석 대신
나만의 명상법을 찾아내었다.
1. 눈으로 하는 명상
독서.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에는
육아서와 교육서를 탐독했더랬다.
저자의 경험과 지식들은 이제
우리 집에 제법 잘 맞는 모습으로 정착했다.
덕분에 이젠 조금은 가벼운 책들을 읽어간다.
감성적인 사진이 가득한 여행기,
지혜로운 어른들이 쓰신 인문서,
첫 장을 열면 기어코 마지막장까지 읽고야 말게 되는 소설들.
최재천 교수님은 독서를 일처럼 생각하고
치열하게 하라고 하셨지만,
나에게 '독서'는
마음이 지칠 때 눈으로 하는 명상이자 소중한 휴식이다.
2. 손으로 하는 명상
뜨개질.
맨 처음 뜨개질은 아마 중학교 무렵이었을게다.
가정이나 실과 시간 숙제로 처음 접했던.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모든 것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제법 잘 맞는 행위이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어느 봉사단체의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을 접하고부터
생각날 때마다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해왔다.
아이들을 위한 목도리와 귀마개,
여러 가지 모티브와 가방, 수세미부터 이불에 이르기까지
뜨개질로 만들지 못할 것은 없었다.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소소한 기쁨_
고수님들의 영상을 보며 뜨개질을 하다 보면
얽힌 생각들이 손끝에서 샤라락 풀어져간다.
3. 다리로 하는 명상
달리기.
유독 마음이 힘든 날이 있다.
책이나 뜨개질, 내 두 손으로 해내는 행위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날_
그런 날에는 운동화 끈을 힘껏 당겨 묶는다.
그리고 달린다.
그저 달릴 뿐이다.
고민과 무게는 내딛는 뜀박질이 많아질수록 가벼워진다.
사라지진 않지만,
그저 그 순간 그 존재들을 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달리는 시간은 축복이다.
힘들 땐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의 변화가 반갑다.
깨달음을 얻지 않아도, 해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괜찮다.
모두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