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평의 목장
https://youtu.be/49lt5A2FggY?si=YM78qZ6UiIXTowLR
커튼이 내려지고, 차가운 공기가 목을 조여왔다.
숨이 막히고,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형 집행관의 발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비명 같은 소리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세상 위에 있었다.
창문 너머로 붉게 물든 석양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숨을 고르며 목을 만졌다.
거칠게 조여든 흔적의 통증이 아직 남아 있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들판, 그 위로 젖소들이 느릿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방 안은 마치 어린 소녀의 방처럼 단정했다.
책상 위의 작은 인형, 하얀 커튼, 그리고 거울 속의 나.
긴 생머리에 하얀 잠옷 차림의 스무 살쯤 된 여인이 서 있었다.
그 여인은 분명히... 나였다.
나는 50살이 넘은 여자다.
‘꿈인가? 환생인가.?’
하지만 너무도 생생했다.
서울에서의 화려한 삶, 명품 옷과 빠른 자동차들…
그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또렷했다.
반금전의 일들이 다 기억이 난다.
아니 어제일도 기억이 난다.
내 평생의 일들이 다 기억이 난다.
그리고 벽에 걸린 달력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1985년 2월 15일.
나는 40년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방문을 열자, 노부부가 서 있었다.
“아가씨, 깨어나셨군요.”
“물 한 잔 주세요.”
“네, 아가씨.”
식탁에 마주 앉아 물을 마시며 물었다.
“제가 왜 여기 누워 있었나요?”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이 목장의 외동딸이십니다. 서울에서 지내다 몸이 좋지 않아 이곳으로 전학 오셨지요.
아버님은 역에서 아가씨를 데려오시다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10일 만에 깨어난 것이었다.
장례는 이미 끝났고, 작은아버지가 상주로 치렀다고 했다.
작은아버지는 중·고등학교의 이사장이며,
아버지는 이 큰 목장의 주인이었다고 한다.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죽으면 이 재산은 작은아버지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구조였다.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담배 있나요?”
“아버지가 피우시던 게 있습니다.”
성냥불에 담배를 붙이고 연기를 들이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몸속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세 번째 숨을 들이쉬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아가씨, 목욕물 받아 놓을게요. 저녁 드세요.”
“네.”
욕조에 몸을 담그자 따뜻한 물이 피부를 감쌌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낯설었다.
가늘고 고운 몸매이다.
하지만 이 몸은... 16살 소녀의 몸이었다.
“아가씨, 못 본 사이에 많이 성숙해지셨네요.”
“저... 몇 살이에요?”
“중학교 3학년, 열여섯이지요.”
숨이 막혔다.
나는 스무 살 성인이 아니라, 16살 사춘기 소녀로 돌아온 것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노부부는 따뜻하게 나를 맞았다.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담배 한 갑을 내밀었다.
“아버지가 즐기시던 겁니다.”
밤이 되어 양주를 한 잔 마시고 깊은 잠에 빠졌다.
꿈은 꾸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6시였다.
샤워를 하고 트렁크를 열자, 서울에서 가져온 화려한 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 스타킹에 미니스커트, 그리고 목폴라티.
거울 속의 나는 16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노부부가 놀라며 말했다.
“아가씨, 서울에서는 이렇게 입고 다니셨나요?”
“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말했다.
“목장을 구경시켜 주세요.”
“네, 아가씨. 변호사는 11시에 온답니다.”
눈 덮인 들판은 장관이었다.
“젖소는 몇 마리인가요?”
“지금은 500마리입니다. 예전엔 1,000마리였죠.”
“하루 매출은요?”
“약 1천만 원 정도입니다. 우유 공장에서 매일 송금됩니다.”
“땅은 얼마나 되나요?”
“산을 포함해 50만 평, 그중 목장은 30만 평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멀리 2층 건물을 바라보았다.
“저곳은요?”
“일꾼들 숙소와 식당입니다. 인부는 열 명, 급여 연체는 없습니다.”
한참을 걷다 집으로 돌아오니,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아버지의 변호사였다.
“따님이 참 미인이시군요.”
점심식사 후 물었다.
“아버지 상속은 문제 없죠?”
“네, 다만 미성년자라 후견인이 필요합니다.”
“그럼 변호사님이 맡아주세요.”
아버지의 통장에는 세개의 은행 합계 20억 원이 있었다.
또한 시내 번화가의 7층 빌딩, 그리고 이 목장이 포함된 재산이었다.
오후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 아래 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눈 속의 묘 앞에서 담배를 피워 올리며 절을 했다.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아파요.”
집으로 돌아오니, 할머니가 말했다.
“안방 금고에 현금이 조금 있을 거예요. 비밀번호는 아가씨 생일이에요.”
금고를 열었다.
현금 2억 원, 순금 1kg짜리 세 덩이, 반지와 목걸이들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생각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걸까?”
그리고 창밖을 보았다.
하얀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사흘째 이어지는 눈이다.
겨울 목장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인생의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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