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가장 큰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병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 네 명 중 한 명이 퇴원을 했다.
호전되어서라기보다는 병원 생활에 적응을 못해 보호자와 함께 시골로 요양을 간 것이다.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던 환자였다.
그나마 나는 직장 생활 5년을 어떻게든 버텨왔다.
그냥, 버티는 생활이다.
매일 먹는 약이 나를 진정시키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뭐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런 건 아니다.
억제를 시킨다고 봐야 한다.
약을 먹던 사람도 약을 안 먹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가끔 프로그램에도 나가는데, 정말 정신병은 다양하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상·중·하로 나누면 내 상태는 ‘상’이라고 했다.
가장 안 좋은 상태라고.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병원에서 나는 경미한 환자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퇴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은 한 달 동안 두 번 면회를 오셨다.
한 달 동안 내가 한 일이 있다.
입원 이후로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표시를 했다.
한 달 30일 중, 35번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우울증이다.
요즘 기상 시간은 6시다.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한다.
그리고 녹차 한 잔을 마신다.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까지 서점에 간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어떤 책들이 있나 구경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단체 프로그램을 하고, 병원 마당을 산책한다.
오후에는 헬스클럽에 잠시 들렀다가 또 산책을 한다.
간호사가 가끔 주 2~3회 산책을 해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서 간호사다.
봄이 되니 퇴근할 때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더라.
나도 입고 싶었다. 집에 미니스커트가 많이 있다.
내 연봉은 많은 편이다. 작년 기준으로 6천만 원 정도였다.
29살에 6천만 원이면 많은 거다.
서 간호사는 대학 졸업 후 여기서 4년째인데, 국립병원이라 급여는 나보다 적었다.
차로 20분 거리에서 혼자 산다고 한다.
남자 친구는 얼마 전에 헤어졌다고 했다.
내가 매일 하는 일은 서 간호사에게 커피를 사다 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사다 준다.
3교대라 주간에 안 보이는 날도 있다.
아침 8시, 오후 3시, 밤 11시가 교대 시간이다.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서 간호사는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성향이 비슷하다.
그래서 코드가 맞는 모양이다.
정신병원의 하루 일과는 매일 똑같다.
하늘 날씨만 다르다.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뜨거운 날, 우중충한 날.
1층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2층 병동 테라스에 앉았다.
다들 각자 방에서든지, 알아서 시간을 보낸다.
병동은 한산하다.
유리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내린다.
나무 위에 떨어지며 빗방울이 맺힌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병원 마당에는 사람도 없다.
비 때문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다.
그리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한 시간을 멍하니 있다 보니 금세 흘러갔다.
병원 생활이란 잠자고, 약 먹고, 똥 싸는 것. 이것이 전부다.
한 달 동안 많은 생각을 했는데, 돌아서면 다 잊어버린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지 않는다.
오늘이 몇 요일인지, 며칠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달력을 봐야 알 수 있다.
큰 빗방울은 아닌데 자주 내렸다.
일주일에 두 번은 비가 내렸다.
병동을 한 달 돌아다니다가 느낀 것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 나이는 29살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아이도 있다.
남자 아이다.
물론 사람이 많다 보니 나이대는 다양하다.
당연히 어르신도 계신다.
그렇지만 전혀 관심은 없다.
단지 눈에 보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한 달이 넘었지만,
방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인사를 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있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교도소 같다. 징역 사는 사람들 말이다.
출소 후에는 어떤 일을 하며 사회에 적응하며 살 것인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뭘 하지?
좋은 현상이다.
뭔가 희망이 싹트는 느낌이다.
어제부터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현실은?
눈을 뜨면 아직 정신병동이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니 5시다.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1층 흡연실로 향했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은 없다.
병원 건물과 떨어져 있어서 공기가 다른 느낌이다.
흡연실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이 들이마신 연기가 내장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언제나 느끼지만 짜릿한 고통이다.
밖의 도로에 차들이 간간이 지나간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앉아 있으면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생각은 하는데, 남는 것은 없다.
높은 곳이 싫다.
왜냐하면.
올라가면 뛰어내리고 싶다.
언젠가 비 내리는 날, 5층 커피숍에 앉아 있었는데
유리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병원 마당을 잠시 걸었더니 날이 밝아온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병원의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정신이 맑은 날,
정신이 흐린 날,
정신이 망가지는 날.
이런 흐름이 매일 반복된다.
정신병자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 같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부모님이,
아마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