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준June이는 6월에 태어났다

01 준이가 태어난 날

by 코코

한 아이가 태어났다. 6월에 태어나서 이름은 단지 ‘준 June’이다. 출생신고를 할 때 아이의 엄마는 한자를 적지 않았다. 갓 스물을 넘긴 엄마는 복잡한 한자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이름에 여러 가지 의미를 새겨 넣어 아이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저 막 여름이 시작할 즈음 지방소도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처음 안았을 때 그 느낌만 아이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산통으로 신음하다 뱃속에서 갓 나온 작은 생명을 품에 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다짐했던 엄마의 소망도 준이의 이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린 엄마는 젖을 물리고 한참 동안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막 뜬 아이의 새끼손톱만 한 까만 눈동자를 보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거야.'를 되뇌었다. 약하디 약한 이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신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싶진 않아.’


엄마는 잠이든 아이를 조심스럽게 옆에 눕히고 엄청난 양의 미역국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오랜 가뭄 끝에 소나기를 만난 나무처럼 국을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온전히 일어서서 빨리 여길 걸어 나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이른 더위에 덥혀진 방안에 담겨 뜨거운 국물을 마지막까지 들이켜고 나자 송골송골 땀이 맺히며 힘이 돌기 시작했다.


“언제 나갈 수 있나요?” 아이를 받아 준 의사에게 물었다. 퇴원하고 집에 가서 몸조리를 하겠다고 말한 다음 산부인과의 좁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무리하시면 안 돼요.” 간호사의 핀잔을 들은 그녀는 아이가 있는 방까지 있는 힘을 다해 걸었다. 허리의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문 앞에 서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내 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가냘프고 간절한 울음소리에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기다려줄 거지?" 엄마는 아이의 작은 이마를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초점이 없는 아이의 눈이 여기저기 흔들리다가 어딘가를 바라본다. 아이는 태어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 기다림이 무언지, 기다릴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스무 살이지만 기다림이 힘든 건 그 대상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빨리 돌아올 거야."라고 아이를 애써 안심시키려 말을 건네 보지만 아이는 엄마의 진심을 모른 채 사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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