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준June이는 6월에 태어났다

04 내 이름은 준June입니다

by 코코

내 이름은 준June이다. 난 6월에 태어났다. 내 이름과 6월, 내가 태어나던 날 날씨는 어땠을까? 비가 왔을까, 아니면 햇살이 따사로왔을까. 엄마는 그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날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이었을까?

엄마는 내 이름에 무슨 의미를 담고 싶었을까? 이름에 한자漢字도 달지 않아서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내가 6월에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다. 엄마를 생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한 것들이 떠올랐지만 내 이름 ‘준’ 한 자를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의문점도 생기지 않았다. 그게 어쩌면 엄마가 내 이름을 6월, June이라고 지은 의도가 아닐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날부터 나는 ‘내가 특별한 존재구나.’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랑 시장 가는 길에 나무나 들꽃을 어루만졌을 때,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손끝이 닿을 때 내 마음과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때는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만지면 다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신이 키워 온 개에게도 목마르다고 해도 물을 주지 않았고, 안아 달라고 해도 녀석들을 안아 주지 않았다. 꽃과 동물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다.


할머니의 손을 잡으면 할머니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대개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런 거였지만 어떨 때는 아주 구체적으로 마음의 말이 들렸고 할머니의 행동과 일치했다. 할머니가 딸을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워한다 느껴지면 그날 밤에 할머니는 꼭 엄마의 어린 시절이 그때 그대로 멈춰있는 앨범을 꺼내 보며 울었다. 할머니가 가게에서 나를 하염없이 가엾다고 생각하면 그날 밤 할머니는 하나님께 더 혼신의 힘을 다해 긴 시간 나를 위한 기도를 했다.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내 마음을 아는 건 우리 준이뿐이야.”라는 말을 많이 했다. 이제는 오랜 습관이 되어 “내 마음 알지?, 내 속을 준이 말고 누가 알리, 준이 말고 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누.”이런 말들을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씩 아니면 서너 번씩 나에게 했다. 나는 할머니가 말하기 전에 일어났고, 할머니가 말하기 전에 움직였다. 할머니가 말하기 전에 잠을 잤고, 책을 읽었고, TV를 껐다. 할머니가 말하기 전에 할머니를 도왔다.


할머니가 날 학교에 보낼 거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할머니는 내가 말을 또래 아이들처럼 하기 전에는 학교에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 병원에 다녀온 후 할머니는 내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말을 안 하는 것이다고 확신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겐 내가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면 말문이 트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예전에는 ‘말 못 하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준이 불쌍해서 어쩌누.’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할머니는 그런 동정 어린 시선을 나에게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할머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학교에 갈게. 말이 입으로 나오지 않아도 난 특별한 아이니깐.’ 준이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할머니 보다 먼저 반찬통을 들고 문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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