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4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by 노란콩


친구야.

거기는 어때? 편안하니?

네가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

연락받고 부랴부랴 내려가는 길도 무슨 정신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너... 나 운전 잘 못하는 거 알면서... 내려가는 길에 혼자 네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사진으로 있는 네 얼굴이 낯설더라. 20대 초반? 통통했던 사진이었는데. 네가 옆에 있었다면 분명 사진을 왜 저런 것 쓰냐고 엄청 뭐라 했을 건데. 네 목소리랑 말투가 생생한데 너만 없어.

처음 장례식장에 가는 거라. 네 사진 앞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했다.

네가 보면서 어이구....ㅎㅎㅎ 했겠지?


나 있잖아. 막상 네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눈물이 많이 안 났었거든? 그냥... 안 믿겨서? 그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계속 눈물이 나는 거야. 종일 울었어. 근데 우리가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한 게... 우리 전부 계속 눈물이 나는데도 일을 다 했다. 진짜 프로들이지 않냐?

아득바득 내 일 마무리 지어놓고 연가 쓰고 너 발인하는 거 본 게 잘했다고 생각해. 정말 이기적이지만 너를 마음에서 놓으려고 끝까지 봤어. 그렇게 보내니까 답답하던 게 조금은 좋아지더라. 너 보낼 때 너무 울어서 이제는 네 이야기를 해도 눈물이 덜 난다?


네 동생 아기 태어나는 거도 보고, 친구 결혼하는 거도 보고 가지. 웨딩사진 찍으러 가는 건 왜 따라간다고... 못 지킬 약속을 해서... 우리 맨바닥에 절하게 만들고. 무릎 다 멍들었어. 진짜 너는 이기적이고 못된 년이야.


그래도 그렇게 너를 원망해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이제 편하겠지 생각도 들고. 네가 쓴 일기의 마지막이 그래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추억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 내가 내 인생이 너무 험난해서 신 이런 거 안 믿는데. 그래도 그 순간에는 신이 있다면 너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생각했어. 무튼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내가 거기 가면 너는 혼날 준비 해.


그리고 남은 우리는 너무 걱정 마. 서로서로 더 돈독해졌고 네 몫까지 우리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 거야. 이번에 네 장례식장 가보니까 진짜 할 짓이 못되더라. 그래도 이승이 낫더라. 나중에 너랑 나랑 손잡고 실버타운 가기로 했는데 나는 누구랑 가. 네가 실버타운 같이 못 가주니까 거기 간 김에 사람 보는 눈 좋은 네가 나랑 잘 맞는 남편감 좀 보내줘라. 이거 보면 염치없다고 화내려나?


이제 5월, 벚꽃, 앵두나무, 이팝나무만 생각하면 네가 떠올라서 마음껏 좋아하지도 못할 것 같아. 여기는 너무 걱정 말고. 좋은 곳에서 쉬고 있어. 너는 나를 어떤 친구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예쁘고, 자랑스럽고, 똑똑하고, 착한 친구였어. 우리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중에 보자. 그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에피소드 많이 기억해 갈게. 거기서 잘 지내고 있어 친구야. 종종 이렇게 편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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