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마치며...
제가 이 글을 써야지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온전히 먼 여행을 떠난 그리운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느낀 감정이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것이 서툰 사람에 속합니다.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꾹꾹 참고 있는 사람이죠. 다른 사람들에게 힘든 것이 티 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친구가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아무렇지 않은, 멀쩡한 일상을 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각자 슬픔과 그리움을 이겨내는 방법들이 있으시겠죠. 저의 방법은 제 상황과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정리하며 글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저의 감정을 자세히 뜯어봐야 하고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하기에 온전히 저에게 몰입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괜찮게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은 구구절절 친구와의 추억과 그곳에서는 행복한지, 잘 지내냐는 안부글이었지만...
공개된 이곳에 글을 쓰게 되면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큰 바람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개된 곳에 쓰는 글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며, 제가 느낀 감정과 마음 그리고 이겨내려 노력 중인 방법들, 지금 현재의 제 상태 등 여러 상황을 설명하려면... 저라는 사람이 걸어온 흔적들이 들어가야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글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삶의 무게를 더 알게 된 후,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저라는 사람의 살아온 한 부분을 이야기하게 되어 약간은 무섭기도 합니다. 글이라는 것은 말보다 더한 힘이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 맞다고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나이가 들며 자연히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 적은 몇 줄의 글을 연륜과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보신다면 웃으실 수도 있겠죠. 감히 그분들의 생각을 아직 어린 저는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의 제 생각을 남기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제가 살아온 단편적인 부분을 보고 저에 대하여 판단해 버려, 고정관념을 가지시게 되는 것 이것도 무서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도 그렇게 행복한 사람도 그렇게 잘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하루를 열심히 밝게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일상에서는 단순하려 노력하고 멍청하고 조용하고 특이하고 철없고 잘 웃고 해맑은 모습이 대부분이죠. 제가 겪은 일들이 저의 어두운 면을 부각할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이제는 많이 이겨냈고 괜찮아졌기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제가 겪은 모든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더라고요. 이건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써볼까 합니다.
친구를 떠나보낸 후 많이 아팠고 한동안 정신이 멍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자책만 하고 있을 제 모습이 뻔해서 바로 달려간 장례식장. 미리 와서 앉아있는 친구들을 보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다른 친구들도 저를 보고 참았던, 멈췄던 눈물이 다시 난다고 그렇게 서로 울었었던 날. 각자 참. 열심히 치열하게 잘 살아왔다고. 서로 참. 고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했었습니다.
꼭 친구 몫까지 더 열심히 예쁘게 살자고... 그 후에도 지금까지 친구들과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며 울고 웃고 있습니다.
그날 친구들과 하나 더 약속했던 건 여행을 간 친구의 이야기를 피하지 말자였습니다. 그리운 마음을 추억들을 숨기지 말고 피하지 말자고. 그렇게 자꾸 말하고 울고 웃으니 비었던 마음이 조금은 좋아지더라고요.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친구 생각에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슬프고 아프기에 오늘도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49재 때 친구의 가족들은 전보다 표정들이 좋아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주변사람들이 친구의 빈자리를 느끼는 시간들이 조금씩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무뎌지겠죠. 그래서 많이 좋아했고 아직은 많이 그리운 친구를 향한 제 마음을 이곳에 남겨 둡니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가족이 아니라 친구여서 가능했던 것 일수도 있지만...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너무나 사랑한 우리였기에 이렇게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낯설기도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의 밝은 모습을 보면 먼 여행을 간 친구 또한 좋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 친구는 착해서 본인 때문에 우리가 슬프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더 마음 아파할 친구거든요.
저와 제 친구들은 각자를 돌보고 서로를 챙기며 더 잘 지내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도 친구가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일상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쉽게 살아온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마음에 상처가 무수히 나있지만 불행하게도 앞으로 사는 동안 계속 제 마음에 상처는 세겨지겠지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사는 사람이라 그렇게 두렵거나 망설여지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죽고 나면 다음생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앞 글에서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인생은 불공평한 듯 공평한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불공평한 것이 맞지만 우리의 세상은 주어와 서술어, 객관적인 증명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니까요. 아무리 부자인 사람도 아무리 잘난 사람도 매일 걱정 없이 행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슬픔이 있었던 사람, 시련이 있었던 사람들 중 그 시련과 슬픔에서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은 본인은 모르는 단단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픈 시간들이 있었기에 저를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남들을 더 배려할 수 있었으며, 저를 지킬 수 있는 힘이 길러졌던 것 같습니다.
제 글을 봐주신 다른 분들도 모두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냥 다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음... 당신은 귀엽고 예쁘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잃지 마세요.
저는 그저 당신이 씩씩하게 힘 내기를... 이 고단한 인생을 하루하루 잘 버티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