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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한 면요리, 미분당 쌀국수

글루텐을 피한 맛있는 대안

by 무어

장은 밀가루와 궁합이 좋지 않다. 밀가루의 주성분인 글루텐은 소화를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장이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겐 탈이 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 과자, 국수, 만두… 밀가루 음식은 늘 맛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몸이 신호를 보내니 억지로라도 줄여야 했다.


그때 찾은 대안이 쌀국수였다.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면이라 글루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쫀득하면서도 끈적이는 특유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국물도 담백해 속이 한결 편하다.

처음 접한 건 2010년 무렵, ‘포**’로 시작하는 체인점이 생기면 서였다. 국물은 달큰했고 고수 향은 강렬했다. 나중에 베트남 현지에서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건 꽤 ‘한국화’된 버전이었지만, 오히려 내 입엔 잘 맞았다.


쌀국수를 즐기던 중 알게 된 집이 바로 미분당이다. 7~8년 전, 혜화역 근처 미술 수업을 마친 아내를 데리러 갔다가 들렀다.

처음 들어선 순간, 선술집 같은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마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술집을 옮겨온 듯했다. 중앙 주방을 둘러싼 ‘ㅁ’ 자 구조, ‘대화는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낯설지만 인상적이었다.


나는 해산물 쌀국수를, 아내는 양지 쌀국수를 주문했다. 면은 바로 끓는 물에 데쳐 나오고, 국물은 기름기 거의 없이 시원했다. 해산물은 신선했고, 고수와 함께 휘휘 저어 먹으면 금세 그릇이 비워졌다. 무엇보다 면 리필이 무제한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그 후로 미분당 쌀국수의 매력에 빠졌다. 혜화점은 자주 갈 수 없었지만, 다음날 곧장 회사 근처를 검색해 신논현점을 찾아갔다.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비슷했지만 차이점도 있었다. 우선 해산물 쌀국수가 메뉴에 없었다. 대신 양지 쌀국수를 시켰는데 국물은 깔끔했지만, 혜화점의 다양함이 아쉬웠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생 상태였다. 바닥은 늘 미끄럽고, 행주인지 걸레인지 모를 천으로 테이블을 닦는데 그 냄새가 불쾌했다. 게다가 작은 튀김기에 고구마·가리비·짜조까지 한꺼번에 튀기니 비린내가 배어 고구마 짜조는 한 입 먹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엔 늘 긴 줄이 생긴다. 나 역시 그 줄에 서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쌀국수를 선택해야 한다면 미분당만큼 안정적으로 만족을 주는 집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단점이 분명 있지만, 그만한 장점도 있다.


쌀국수를 좋아한다면, 미분당은 분명 한 번쯤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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