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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Dec 04. 2023

독일에서 19세기말까지 여성은 대학을 다닐 수 없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박물관(Uniseum)은 "참"이라고 말합니다.

* 이미 발행했던 글인데, 연재 형태의 브런치 북을 만들다 보니 체계상 필요해서 이곳으로 옮겨 왔습니다(이전 글은 삭제했습니다).     


독일 대학들의 경우 대학의 역사를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꽤 큰 규모의 대학박물관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는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대학(Freiburg Uni.) 또한 마찬가지인데, 프라이부르크대학은 1457년에 알브레흐트 대공(Erzherzog Albrecht)이 설립한 유서 깊은 대학이다.     

프라이부르크대학 박물관은 사진 속의 커다란 건물 1층에 들어서 있다. 원래 이 건물은 예수회 수도회가 오랫동안 기숙사로 사용했던 건물인데, 예수회가 떠난 후인 1773년부터 1911년까지 프라이부르크 대학 본관건물로 사용되었다. 그 후  1944년에 전소되었지만, 1950년부터 1957년까지 7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복구되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위 사진 속의 건물 1층을 대학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 대학박물관의 공식명칭은 사진에서 보듯이 "Uniseum Freiburg"이다. 아, Uniseum은 Universität(대학) + Museum(박물관)이란 두 단어를 줄여서 만든 단어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연구년을 맞아 프라이부르크 대학(Uni. Freiburg)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1년여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박물관을 찾아 볼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연구년을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곳 프라이부르크 대학박물관을 찾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했다. 

    

그렇게 프라이부르크 대학박물관을 찾았다가 독일에서도 19세기말까지는 여성은 대학에 다닐 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놀라운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서양의 여러 나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 정도 타당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들 나라에서 여성의 지위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유럽의 경우만 해도 여성에게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온지도 한참이 흘러서였다. 심지어 1991년에야  비로소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곳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러한 사실을 내 익히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여성에 대한 차별의 문제는 주로  참정권 등과 관련하여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여 왔었다. 그런데 연구년을 마칠 무렵 귀국을 앞두고 찾아간 프라이부르크 대학박물관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교육의 영역에서도 최근까지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독일의 경우만 해도 19세기말까지 여성은 아예 대학을 다닐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9세기말까지 여성은 이른바 청강생은 될 수 있었지만, 학적을 보유한 정규학생의 지위를 보유하는 것은 불가했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박물관은 여성의 대학교육과 관련된 부분에 박물관의 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공간의 벽에는 "어찌하여 여성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안 되는가?(Warum sollen Frauen nicht studieren?)"라는 글이 당시 여성의 피맺힌 절규를 상징이라도 하는 듯 붉은색 바탕 위에 쓰여 있다. 

어떤 문제이던간에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를 공론화시켜 논의의 장을 열고, 그를 통하여 그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작업은 일부 선각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를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구현함에 있어서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행동가들이 있었다. 독일에서 여성의 대학교육을 가능케 하는 과정 또한 그러했는데, 여성에게도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의 확립을 위하여 다투셨던 선각자들의 사진 또한 전시되어 있다. 그를 카메라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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