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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Dec 11. 2023

비행선의 개척자 체펠린을 만날 수 있는 곳...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체펠린 박물관(Zeppelin Museum)입니다.

* 이미 발행했던 글인데, 연재 형태의 브런치 북을 만들다 보니 체계상 필요해서 이곳으로 옮겨 왔습니다(이전 글은 삭제했습니다).     


비행기와 비행선은 모두 하늘을 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행선(Airship)은 헬륨이나 수소 등 공기보다 비중이 작은 기체를 주머니에 담아 부양시킨다는 점에서, 날개에 바람을 맞게 해서 양력(揚力)을 발생하게 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비행기와는 구분된다. 이러한 비행선은 체펠린(Zeppelin, 1838-1917)이 1900년 7월 2일에 할레(Halle)에서 시험 부양에 성공하면서 실용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 기술개발을 거듭하여 1910년 6월 22일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과 슈투트가르트(Sttutgart) 사이의 480km 구간에서 상업비행을 개시하였다. 이로 인해 체펠린은 비행선의 개척자라고 불리고 있다. 아, 체펠린의 비행선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영국을 공습하는 폭격기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려고 알아보니 체펠린(1838-1917)이라는 사람은 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었다. 독일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858년 중위로 임관하였는데, 1863년에는 미국의 남북전쟁에도 참가하였다. 그리고 1891년에 육군 중장으로 퇴역하는데, 놀라운 것은 경식(硬式) 비행선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 퇴역 이후라는 것이다.


이처럼 (독일의) 비행선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체펠린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독일 보덴 호수(Bodensee) 가의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데, 바로 체펠린박물관(Zeppelin Museum)이 그곳이다. 박물관의 입구인데, 조금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체펠린 박물관위 위치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되고,

체펠린 박물관에 관하여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를 클릭해 보기를 바란다.

입구를 들어서서 체펠린박물관의 전시물들을 구경하려면 입장권이 필요한데, 성인은 8유로. 6세에서 16세까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4유로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2016년 기준). 아래 사진은 입장권의 앞, 뒷면을 함께 찍은 것이다. 아,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검색해 보니 성인은 11유로, 어린이는 6유로로 입장료가 많이 올랐다.


체펠린 박물관 1층에 들어서는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이것이었는데, 체펠린 박물관에 뜬금없이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어 조금 의아했다.  그런 의문은 자동차의 안내판을 보면서 저절로 사라졌는데1938년에 제작된 이 차의 모델명이 바로 "Maybach DS 8 Zeppelin"이었다. 일단 옆모습은 충분히 고전적이다.




발걸음을 전면으로 옮겨 바라보게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정녕 1938년에 제작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대적 감각이 물씬 배어 나온다. 엄청나게 크지만, 전혀 크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은 한마디로 압권이다. 왜 벤츠사가 자신들의 최고급 사양의 차에  Maybach란 이름을 붙였는지 단번에 이해가게 만드는 차이다. "Maybach DS 8 Zeppelin"의 제원은 다음과 같다.

생산연도: 1938년

새시는 마이바흐 모토가, 차체는 헤르만 스폰 차제제작소가 제작.

12 기통, 200마력, 8단 수동변속기

최고속도 170km에 배기량 7922cc.

배기량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연비는 필연적으로 별로이다. 100km를 가려면 28리터가 필요했으니, 어림잡아 계산하면 리터 당 3.6km 정도쯤을 주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주유탱크도 저절로 커져서 탱크용량만 135리터에 달한다.

자동차의 제원을 이야기 한 부분 중 혹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조금 더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다. 자동차의 구조는 크게 차체(karosserie)와 새시(chassis)로 구성되는데, 차의 외형에 해당되는 것을 차체, 그것을 떼어낸 나머지 부분을 시라고 부른다. 그리고 새시는 프레임, 동력전달장치, 엔진, 브레이크 장치, 주행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으로도 느낌이 오지 않는 분들이 있을까 봐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림 한 장을 덧붙인다. 사진을 보는 순간 절로 알게 되겠지만, 자동차의 핵심은 새시이다. 일단 새시만 있으면 자동차는 굴러간다.

체펠린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박물관의 전시물에 대한 가이드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다만 박물관 전시물 중 유독 한 곳에는  사람들이 그득하게 늘어서서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벽에 크게 쓰여 있듯이 1930년대 세계최대의 비행선이었던 힌덴부르크호(LZ 129 Hindenburg)에 관한 것이다. 힌덴부르크호는 독일과 미국을 오가던 상업용 비행선으로 당시 세계최대의 비행선이었는데(승객 50명, 화물적재량 18∼27t, 항속거리 1만 3000km, 선체의 길이 248m, 900hp의 기관 4대, 최대속도 135km/h), 1937년 5월 9일 미국의 레이크허스트에 착륙하기 직전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수소를 저장한 연료탱크의 균열이 원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승무원과 승객이 모두 사망하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다.

힌덴부르크호는 그 길이가 248m나 되었기 때문에 전체를 실내에 복원시켜 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서, 현재는 비행선의 머리 부분 일부분만 복원해 놓고 전시하고 있다. 복원 부분은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만도 약 40m 정도에 달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던 사진뒤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복원된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비행선 안에는 고급라운지와 도서실, 그리고 객실 등이 있다. 그 가운데 객실만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비행선 안에 웬 객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 힌덴부르크호의 순항속도가 125km/h정도였기 때문에 독일에서 미국을 가려면 2일이나 걸렸다. 그러니 객실이 필요했음은 당연하다.  

이 비행선(힌덴부르크호)을 타려면 어떻게 준비했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아래 사진이 잘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  Hapag여행사를 통해 티켓을 예약하고 구입하여야 했으며,  짐은 비행선 출발 전날 저녁에 이미 부쳐야 했다. 가격은 브라질까지는 1500 제국마르크, 미국까지는 1,000~1,125 제국마르크였는데, 이 돈은 힌덴부르크 기술자들의 반년치 봉급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비행선 티켓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박물관 2층에 올라가면 비행선의 역사에 관한 전시물이 상당히 넓은 공간에 가득하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먼저 봐야 하는 건 당연지사. 일단 비행선의 역사에 대한 시대구분을 통해 비행선의 발전사를 알아보기 쉽게 끔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시대구분에 따라 그 시대별로 상세한 설명을 해 놓은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두 시대의 것만 샘플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즉, 비행선이 실제로 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시대(1783-1900)와 제1차 세계대전기간(1914-1918).

박물관 관람순서를 충실히 따라가며 박물관을 둘러보게 되면 맨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공간이 바로 이 공간이다. 무언가 제펠린박물관이 갖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공간인데, 어쨌거나 관람에 지친 다리를 쉬기에는 제격이다.

다만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좀 별로. 딱 하나 멋있어 보이는 그림이 하나 있어 사진으로 남겨놓았는데, 바로 패트릭 폰 칼크로이스라는 화가의 작품인 무제(無題)이다. 그런데 무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벽에는 "미친 듯이 울부짖는 바다 위의 LZ 129 힌덴부르크"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지금까지 조금은 장황하게 체펠린과 체펠린박물관에 관해 이야기를 했지만, 고백하건대 오늘 이야기하는 체펠린 박물관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체펠린이란 사람이 독일의 비행선 개척자란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곳을 찾기 이전에도 그 이름을 들어 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체펠린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에릭 클랩튼(Eric Patrick Clapton, 1945~), 제프 벡(Jeff Beck, 1944~2023)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 칭해졌던 지미 페이지(Jimmy Page, 1944~)가 탄생시킨 전설적 록그룹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아래사진 참조)"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비록 표절시비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가히 명곡이라 칭송받는 Stairway to Heaven을 발표했던 그룹 레드 제플린을 말이다. 그렇다면 영국 그룹인 레드 제플린은 어찌하여 자신들의 그룹명을 독일의 비행선 개척자인 체펠린의 이름을 집어넣어 Led Zeppelin이라고 지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조금 공부가 필요한데, 우선  레드(Led)는 완전한 실패를 뜻하는 ‘lead balloon(납 풍선)’에서 따왔고, 제플린(Zeppelin)은 물론 이 박물관의 주인공인 체펠린에서 따왔다. 그렇게 보면 레드 제플린은 이름부터 상당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의 데뷔앨범 사진 역시 1937년 마지막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폭발하는 장면을 담았었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꽤 오랫동안 비행선은 비행기보다 항속력과 적재량이 우수하여, 교통수단으로써 가장 실용적이라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비행기 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비행선의 활용도는 감소되기 시작했으며, 힌덴부르크호 폭발을 계기로 비행선에 의한 여객수송은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세계 각국에서 극히 소수의 비행선만이 광고·선전용으로 활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라이터댄에어(LTA) 리서치’의 비행선인 ‘패스파인더 1호’가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후 모습을 드러냈는데, LTA 리서치사는 “패스파인더 1호를 우선 오지나 재난지역 등 일반 항공기로 접근이 힘든 곳에 투입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패스파인더 호...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패스파인더 호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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