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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Dec 28. 2023

역사와 풍광의 콜라보레이션 "서천(舒川)" 주유기

Chapter 4. 국가공단과 맞바꾼 비경, 장항 솔숲 그리고 갯벌

# 첫째 마당: 서천의 재발견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실제로 서천(舒川)을 찾기 전까지는 나 자신도 서천을 그저 그런 곳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니까 아무런 특징도 이렇다 할 볼거리도 갖지 못한 바닷가 마을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둘러본 서천은 내 선입견을 송두리째 뽑아 내팽개치게 만들었는데, 내가 서천이  볼거리로 가득 찬 매력적인 고장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때까지 여러 곳을 다닐 필요도 없었다. 서산에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이 '장항 솔숲'이었는데, 무려 200ha의 면적에 13만여 그루의 곰솔(해송)이 빽빽이 들어선 이 한 곳만으로도 난 서천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끝없이 펼쳐진 해송... 더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얼마나 환상적이냐고?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안 가본 사람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글쎄, 내가 서천의 매력에 이끌려 서천과의 첫 번째 만남 이후 무려 4번씩이나, 그것도 계절을 달리하여 천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면 이해가 좀 되려나...?



## 둘째 마당: "장항 솔숲", 이런 곳이다.   



이제부터 나를 서산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장항 솔숲 이야기를 아래 사진과 함께 시작한다.  

바다와 해송, 이 둘의 풍광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면 여지없이 정자와 벤치가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 정자가 있는데 쉬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찾아가는 길? 아래 지도로 감을 잡고, 네비에 의존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도대체 네이버는 '장항 솔숲'이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놔두고, 왜 공식적인 사이트에서 '장항송림'이란 말을 쓰는 것인지?

아,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감사할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즐기고 있는 장항 솔숲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국가가 이곳을 '군장국가공단", 즉 군산과 장항을 연결하는 국가공단으로 만들려고 했었다. 사구와 곰솔숲이 바다생물의 산란장이 될 뿐만 아니라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준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이런 군장국가공단 조성계획을 백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텐데, 그러니 솔숲 즐기기에만 너무 열중하지 말고, 그 힘든 과정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 이런 글에 눈길 한번 주기를 바란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멋진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장항 솔숲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주차장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고, 주차장에서 넓은 소나무 숲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로도 잘 정비해 놓았다. 설마...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저 길을 차를 몰고 지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장항 솔밭은 길이만도 1.8km에 면적은  200ha를 헤아린다. 때문에 그냥 무심코 솔밭 안에서 노닐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솔밭 곳곳에 이런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으니 참고하기를...

해송... 난  지금까지도 그저 소나무를 바다에 심으면 해송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래 안내문을 읽어 보니 해송이란 것이 내가 아는 소나무와는 전혀 다른 종자이다. 무식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고 비난을 해도 할 말이 없다.

해송 밑에 하얗게 피어있는 꽃이 빛 때문에 검게만 보이는 소나무와 멋진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하얀 꽃들만을 따로 찍어 보았더니, '해국'이란 글씨가 꽃을 따라 나온다.

해송과 관련하여 범했던 실수를 또다시 저지르면 안 되었기에, 이번엔 내 스스로 예상을 펼치기 전에 네이버에 먼저 해국이 어떤 것인지를 물어봤다.

아, 지난번에 이곳을 찾았을 때 (서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 해송밑에 있는 덤불처럼 보이는 것이 맥문동이고, 맥문동이 꽃을 피우면 정말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서 맥문동이 꽃을 피우는 시기를 맞추어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맥문동의 보라색 꽃이 받쳐주는 해송숲은 참으로 장관이다.

맥문동...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그 자태가 아름답다.

그 누구라도 맥문동 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판이니, 글재주가 있는 시인이 이 광경을 보면 절로 시 한수가 흘러 나오는 것이야 당연지사.

아, 다음번에 별도로 포스팅할 '장항 스카이 워크(Skywalk)' 또한 이 솔밭에 있다. 솔밭 안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더니, 스카이 워크가 "나도 여기 있소"라고 얘기하며 기어코 기어 나온다.

앞에서 잠깐 얘기했던 군장국가공단 계획의 파도를 넘긴 것도 잠깐. 2007년엔 더 큰 파도가 이곳을 덮쳤다. 이번엔 이곳 서천 일대의 바다, 갯벌 약 374만 평을 매립하여 농토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공표된 것이다. 새만금에서 발생했던 제반 문제에 대한 근원적 대책도 없이 말이다. 이 계획을 다시 뒤집어서 갯벌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는데, 서천 사람들은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기어코 이 솔숲과 갯벌을 지켜냈다. 그리하여 장항 솔밭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갯벌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과정 또한 이렇게 소개되어 있는데,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당시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멋진 경관은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갯벌... 참 아름답다? 하늘에 점점 떠있는 패러글라이딩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장항 솔숲에서 갯벌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그 길가에서 만나는 갯벌... 너무도 아름다우니 사진사들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하여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이야 너무도 당연한 일.

어느새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광경을 남겨보고 싶었는데, 연이어 몰려드는 사진사들 때문에 그런 사진을 얻기는 불가능했다. 아마 다른 분들 또한 나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좋은 사진을 못 얻었다고 투덜대었을 것이 틀림없다.

장항 솔밭이 끝나는 지점에 시비(詩碑)가 하나 서 있다. 이곳 서천 출신으로 해방둥이인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연작이 새겨져 있는데, 풀꽃 1은 왠지 고은 시인의 '그 꽃' 느낌이 난다. 아,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비를 만난 이곳을 장항 솔밭이 '끝나는' 지점이라고 말하는 것에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항 솔밭이 워낙 넓다 보니 주차장만 해도 곳곳에 있고, 그래서 이 시비가 있는 지점으로부터 장항 솔밭을 둘러보기 시작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장항 솔숲, 정말 넓고 좋다. 다만 아쉽게도 내가 찍은 사진은 단언컨대 실제 솔숲 분위기의 100분의 1도 전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을 찾게 되면 하루쯤 머물며 숲의 감동을 더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이곳에 펜션 등의 숙박시설을 생겨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위기 있는 카페도 들어섰고.

위 사진 속의 카페는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인데,

고급스럽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나름 깔끔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제공되는 메뉴는 상당히 다양한데, 가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화 야구단이 다녀가며, 전부 사인을 남겼다.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오간도의 이름도 보이고, 김성근 감독의 이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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