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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Jan 11. 2024

역사와 풍광의 콜라보레이션 "서천(舒川)" 주유기

Chapter 6. 가을여행 1번지, "신성리 갈대밭"

가을에 어울리는 풍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 참 많다. 단풍,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갈대 등등.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난 결단코 갈대 꼽겠다. 그래, 갈대를 보지 않으면, 나는 가을이 왔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9년이 그러했듯, 2023년 올해는 가을이 왔다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우리나라의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알려진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을 다녀왔으니 말이다. 아, 대한민국 도처에 갈대밭이 널려 있는데, 과연 4대 갈대밭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를 놓고는 사람에 따라 이견(異見)이 있다. 다만 을숙도와 순천만, 그리고 이곳 신성리의 갈대밭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4대 갈대밭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신성리'라는 지명은 생소할 수 있는데, 신성리는 서천군 '한산면'에 있다. 한산면은 학창 시절 지리시간에 열심히 외워댔던 모시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고, 술꾼들에게 앉은뱅이 술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소곡주가 한산의 전통주이다. 접근성 또한 나쁘지 않아서 서울 어디에서든 2시간 반 안짝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아래 지도를 보기 바란다. 지도상의 푸른 부분이 금강인데, 금강을 따라 위쪽으로 오르면 옛 수운의 중심지였던 강경이 있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일본이 식민지 수탈의 거점으로 삼았던 군산이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신성리 갈대밭을 의문의 여지없이 대한민국 4대 갈대밭의 하나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지가 궁금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하여는 아래의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한 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신성리 갈대밭은 아래 사진과 같이 금강변에 폭 200여 m에 길이만도 2km에 이를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글쎄, 아무리 대한민국이 넓다고 해도 이런 곳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아, 아름다운 곳을 잘 찾아다니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영화쟁이들이 공동경비구역의 촬영장소로 헌팅한 곳이니, 이곳의 풍광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신성리 갈대밭은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어서 한가로이 나만의 갈대밭을 즐기는 것은 많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시간만 잘 택하면 많은 인간들이 지어내는 북새통은 면할 수 있어. 설마 갈대밭과 금강,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의 앙상블이 매력적인 이곳을 혼자 오로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신성리 갈대밭 입구에 이런 노래비를 세워 놓았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 상업적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갈대밭의 자연미와 불협화음을 이루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이런 것 세워 놓지 않아도 신성리 갈대밭의 풍광에 관한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매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나처럼 이곳을 이렇게 글로 찬양하는 이들이 넘쳐 나는 것 또한 신성리 갈대밭을 알리는 좋은 재료가  되고 있고.

신성리 갈대밭을 보고 있노라면 저 갈대밭 사이를 걸어보고 싶은 생각, 그리하여 마침내 갈대밭과 하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절로 일어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은 그대로 실현가능하다. 이처럼 갈대밭 사이사이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편하게 갈대숲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 어떻게 이런 곳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갈대의 높이는 대략 2m쯤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두 사람의 키가 170cm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니 키 작은 아낙네들이라면 이렇게 갈대밭 속에 푹 잠길 수도 있다.

중간중간 갈대가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면 멋진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갈대밭 끝자락으로 나가서 금강 상류(강경)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한 장 찍어 보았는데, 역시 사진은 현장의 감동을 전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갈대밭을 둘러보고 나오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고단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풍차 위에서 쉬고 있는 태양과 마주쳤다. 하여 "풍차 위에서 피곤함을 달래고 있는 태양"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신성리 갈대밭을 가꾸고 유지하시는 분들은 이곳이 View Point라고 생각하고 계신자, 이렇게 액자를 만들어 놓았다. 해서 누구든 저곳에 앉으면, 그대로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로 인해 저 풍광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연의 미를 지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훼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사진을 따로 남겨 놓은 것이 없어서 함께 했던 친구의 사진을 허락도 받지 않고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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