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쇼 기념예배당(ショー記念礼拝堂)과 함께 가루이자와의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성 바오로 가톨릭교회(聖パウロカトリック教会, Saint Paul's Catholic Church)"가 있다. 아, 풀 네임은 이렇지만, 보통은 간단히 줄여서 '성 바오로 성당'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성 바오로성당은 1935년[쇼와(召和) 10년] 영국인 신부 워드(Leo Paul Ward)에 설립되었는데, 성당 건물은 체코 출신의 미국 건축가 안토닌 레이먼드(Antonín Raymond, 1888~1976)가 설계한 가루이자와의 역사적인 건물 중 하나이다. 2003년에는 DOCOMOMO JAPAN이 일본의 모던 무브먼트 건축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아, 안토닌 레이먼드는 미국건축협회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으며, 일본 근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안토닌 레이먼드(Antonín Raymond)
성 바오로성당은 가루이자와의 구긴자 거리에서 처치 거리(church street)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데,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를 하는 방문객들로 늘 북적거리고 있다. 성당 전체의 모습인데, 본당과 종탑을 한 컷에 담아보았다.
본당만 담아보았는데, 본당은 삼각형 모양의 가파른 피치 지붕에 목조와 콘크리트를 결합한 것이 특징적이다.
성당입구. 오른쪽에 パウロカトリック教会라고 크게 써놓았고, 그 밑으로 St. Paul's Catholic Church라는 영문도 보인다. 이렇게 찍으니 본당건물 뒤쪽으로 첨탑이 보인다.
종탑.
입구 왼쪽. 팔을 벌려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계신 예수님상이 있고,
그 옆으로 자그마한 성모자상이 있다.
안내판인데, 어디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설계를 한 레이먼드에 관한 자세한 소개를 하고 있는 것 이외에, 가루이자와에 이러한 성당이 설립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셋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즉,
1) 국제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개방되어 있는 가루이자와의 풍토
2) 워드신부의 일본행, 그리고 가루이자와 방문
3) 일본에 근대 건축의 정신을 전해준 레이먼드
뒤편에서 바라본 성당의 모습인데, 이쪽에 꽤 넓은 주차장이 있다.
성당의 외벽에 있는 자그마한 조각인데, 아쉽게도 아무런 설명이 붙어 있지 않다.
기도문도 붙어 있는데,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로 시작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이다.
기문만 클로즈 업해 보았는데, 일본어로 된 기도문이 아~로 시작하는 것이 재미있다.
건물 벽의 윗부분에 이런 것이 보이는데, 1935란 숫자가 선명하다. 글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성바오로 성당이 1935년에 설립된 것과 연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자. 성당은 나무가 드러난 엑스형 트러스 구조로 되어 있다. 성당의 전면인데, 양면에 유리창이 있어 성당 내부가 아주 밝다. 목조 건물 자체가 갖는 따뜻함이 잘 전해지고.
제단 쪽으로 나아가 제단만을 사진에 담아봤다. 간소하다.
성당의 뒷면 모습인데, 자그마한 성당이지만 꽤 큼직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출입문 한가운데에는 십자가 모양의 자그마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자리하고 있다.
성당 안에 아무런 설명 없이 이런 그림이 걸려있는데, 우리는 그림 속의 인물이 아시시의 성자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1~1226)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 프란치스코는 동물의 수호신으로, 언제나 동물과 함께 그려지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의 겸손한 형제인 동물들을 해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었는데, 이는 당신이 동물 또한 하느님의 피조물이므로 동물을 우리의 형제와 자매로 보았기 때문이다.
아, 성 바오로성당은 현대 기독교식 결혼식이 보급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1960년대부터 일반인(비신자)에게도 웨딩 예식을 개방했고, 실제로 유명인사들의 결혼식이 잇따랐다고 한다. 다만,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1) 신랑신부, 둘 다 초혼일 것(사별로 인한 이혼 제외)
2) 부모님의 동의를 얻을 것
3) 식전에 한번 신부님과 면접을 볼 것
4) 입회인이 있을 것(신랑신부 둘만으론 결혼식을 못한다.)
폐결핵을 앓아 가루이자와에서 요양 생활을 한 까닭에 가루이자와를 무대로 한 작품을 여럿 남긴 소설가 호리 다츠오(堀辰雄, ほり たつお: 1904~1953)가 1930년에 발표한 '나무십자가(木の十字架)'라는 작품에도 "성 바오로 교회에서 결혼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