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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13. 2024

볼거리 가득한 고도(古都), 교토(京都)를 둘러봅시다

Chapter 2. 킨카쿠(金閣)에 이름을 뺏겨 버린 로쿠온지(鹿苑寺)

# 첫째 마당: 개 관



1. 이름에 관하여


교토(京都) 서부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많은 사람이 적어도 그 이름 정도는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유명한 절이 하나 있는데, 금각사(金閣寺, 킨카쿠지)가 바로 그것이다. 어때 들어본 것 같은가? 그런데 웃긴 건 말이다. 우리에게도 너무도 익숙한 이곳 킨카쿠지의 정식 명칭은 킨카쿠지가 아니라 '로쿠온지(鹿苑寺)'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 로쿠온지는 임제종(宗) 소코쿠지파(相國派)의 선사(禪寺)인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이곳의 공식 지도는 '로쿠온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 아래 사진은 뒤에 말하는 안내서에 있는 사진을 찍은 것인데, 보다시피 선명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이것 이외에는 다른 지도가 없으니 이하에서 위치에 대한 설명은 어쩔 수 없이 이 지도를 가지고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버젓이 로쿠온지라는 정식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킨카쿠지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시는 법당을 일컫는 사리전(舍利殿)인 킨카쿠가 그 화려함으로 인해 너무도 유명해진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곳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였을 때 주는 안내서는 아예 '킨카쿠 로쿠온지(金閣 鹿苑寺)'라고 쓰고 있어. 이 안내서는 설명도 자세하고, 무엇보다 우리글로 된 설명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이곳을 둘러보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서 아주 유용하다. 


2. 나의 버킷 리스트, 킨카쿠지(金閣寺)


내 인생 버킷 리스트 1호, 그것이 바로 킨카쿠지(金閣寺, 지금부터는 로쿠온지라는 이름 대신에 우리에게 익숙한 킨카쿠지라는 이름을 사용한다)였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모두 대상으로 해도 말이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삼도 유기부(三島 由紀夫, 그때는 이를 미시마 유키오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다)의 금각사(金閣寺)란 소설 때문인데, 아마도 실제 있었던 금각사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었나 보다. 



## 둘째 마당: 킨카쿠지 정문에 이르기까지



킨카쿠지는 교토 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도 킨카쿠지의 정문에 이르기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한편 킨카쿠지 정문에 이르는 길을 걷다 보면, 킨카쿠지 일대가 '역사적 풍토 특별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의에 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이런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사진 뒤쪽에 보이는 문이 바로 킨카쿠지의 정문이다. 

위 사진을 보면 정문 오른쪽으로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것이 보일터인데, 그 나무 밑으로 킨카쿠지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비석이 서 있다.

세계문화유산 비석을 지나치면, 이제 정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찰의 정문(First Gate)을 총문(總門)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많은 문들을 거느리는(總) 문이란 뜻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정문 왼쪽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5개의 계명이 있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은 너무 작아서 글씨가 안 보이고, 확대하면 흐려지고...



### 셋째 마당: 킨카쿠지 정문에서 킨카쿠까지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으로 종루(鐘樓, 처음에 보여 준 사진의 1번)가 보인다.   

이제 다 온 것이냐고? 아니다. 킨카쿠지는 제 모습을 그리 쉽게 노출하지 않으며, 때문에 킨카쿠지와 마주치려면 아직도 이런 길을 조금 더 걸어야 한다. 

그러니 너무 걷는 것에만 신경 쓰지는 말고, 조급함을 버리고 이런 안내도를  좀 봐두기를. 그래야 효과적으로 킨카쿠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드디어 교코치(鏡湖沚, 사진 5번)가, 그리고  교코치 너머로 킨카쿠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의 감흥... 이건 말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환상적인데,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있다가 환한 세상으로 나온 것 같다"라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럴 때 정말 핸드폰 사진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데, 아래 사진은 실제 모습이 주는 감동의 100분의 1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호수와 금빛이 이리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교코치의 여기저기에 섬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독자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아시하라(葦原) 섬뿐이다(사진 6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이것이 아시하라 섬으로 생각된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인증샷 하나를 찍는다. 이런 것이야 딸아이의 몫인데, 딸아이 손에 들려 있는 저것이 입장권쯤에 해당하는 것인데,  입장권으로서의 품격은 단연 최고이다. 운을 열어 복을 부르고(개운초복, 開運招福)... 집안은 무탈하기를(가내안전, 家內安全).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좋은 일만 있기를(如意吉祥)... 쓰여 있는 글들의 의미 또한 좋다.

이 지점부터는 교코치의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킨카쿠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교코치와 킨카쿠를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면 이제 킨카쿠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보다시피 킨카쿠는 전체 3층짜리 건물인데, 2층과 3층에 먼저 옻칠을 한 다음 금박을 입혀 놓았다(사진 7번).

킨카쿠 지붕 꼭대기에 보이는 이것을 일본 친구들은 봉황이라고 하던데, 글쎄 글쎄 봉황으로서의 위엄은 솔직히 없다. 일본 친구들에게는 매우 미안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닭처럼 보일 뿐이다, 

킨카쿠는 1층은 침전, 2층은 무가, 3층은 중국풍으로 층마다 스타일을 달리한다고 하는데,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내부를 공개하지 않아서 내부는 보여주지 못한다. 다만 안내서에 3층의 내부 모습이 나와 있어서, 그것을 찍어 올린다.  



#### 넷째 마당: 킨카쿠를 뒤로 하고



킨카쿠를 뒤로 하고 뒤쪽 정원으로 방향을 잡아 걷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킨카쿠를 바라보았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것이 어찌 보면 촌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화려한 맛이 있기는 하다.  

뒤쪽 정원으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긴가센(銀河泉, 사진 10번)이다. 원래 이곳은 무로마치(室町) 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 義滿)의 개인별장이었는데, 그가 차를 다릴 때 긴가센의 물을 썼다고 한다.    

그 바로 옆에는 그가 손을 씻었다는 간카스이(嚴下水, 사진 11번)가 있고,

그 뒤쪽으로 앞에서 보았던 교코치보다 조금 작은 연못이 또 하나 보인다. 이 연못의 이름은 안민타쿠(安民沢, 사진 13번)라고 하는데, 앞의 안민은 우리나라 발음하고 똑같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폭포라고 부르기엔 너무 초라한 물줄기가 보이는데, 그 이름은 류몬타키(龍門瀑, 사진 12번)이다. 우리말로 하면 용문 폭포쯤 되겠다.

안민타쿠 한가운데에 있는 자그마한 섬 안에 석탑이 하나 보이는데, 그것이 백사탑(白蛇塔)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있는 하얀 나무판 위의 글씨가 그에 관한 설명인데, 불행하게도 사진이 작아서 뭐라고 썼는지는 알아볼 수가 없다. 

이 글을 쓰다가 이런 사진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런 글씨가 커도 내 한자 실력으로는 여전히 해독이 불가하다. 백사가 천사가 되어 ... 어쩌구, 복과 덕(?)을 주는 신... 저쩌구. 

이곳에서 조금만 더 길을 따라 오르면 에도 시대의 다실(茶室)이었던 셋카테이(夕佳亭, 사진 14번)를 만날 수 있다. 이 앞에 서면 킨카구와 교코치 그리고 안민타쿠가 한눈에 모두 들어온다. 그런데, 특히 이 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에 비친 킨카쿠가 정말 멋있었나 보다. 오죽하면 이 정자의 이름 자체가 셋카테이, 우리식으로 읽으면 석가정이겠는가? 석가정... 저녁 석(夕) + 아름다울 가(佳).

돌아 나오는 길에 이런 것을 만나 행운을 빌며 1엔짜리를 2개 던져 봤는데 바람에 날려서 그만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쓸데없이 20원을 일본에 기부하고 온 셈이 되어 버린 것이지. 

이제 킨카쿠지에서 마지막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하나 남았는데, 바로 후도도(不動堂)란 이름을 가진 불당이 그것이다(사진 16번). 불당 내부는 꽁꽁 걸어 잠그고 공개하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문을 열고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의식을 개문법요(開門法要)라고 한다고.

안내서에 있는 사진을 보면 개문법요라는 것,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인가 보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시면 킨카쿠지는 이런 모습으로 변모한다고. 물론 이런 날에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아니고, 이것은 킨카쿠 옆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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