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무엇이라고 딱 꼬집어 정의할 수 없는 물건들도 그득해서, 매장 앞은 전통시장 내지 기념품가게의 필이 날 정도이다.
그런데 그 많은 메뉴 중 내 눈을, 아니 내 가슴을 온전히 사로잡는 메뉴가 있었다. 내 아버님께서 많이 좋아라 하셨던 "젠자이(ぜんざい)"가 그것인데, 단팥죽이란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아버님께서는 늘상 이를 젠자이라고 부르셨다. 물론 당신이 1923년생이시고, 일본애들이 설치던 시절에 교육을 받으셨으니 이해가 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덕분에 나는 어린 나이에 우리말도 모르면서 일본말을 하나 배워 버렸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ぜんざい라는 단어도 자연스레 내 어휘 목록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그 단어 ぜんざい가 이렇게 메뉴에 턱 하니 올라있다.
하여 두말할 것도 없이 ぜんざい를 주문한 다음, 조금 기다리니 어린 시절 아버님과 함께 하던 ぜんざい가 누룽지와 함께 서비스된다.
창가에 앉아 눈을 돌리니 아버님께서 말씀하시던 자그마한 내원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ぜんざい와 관련된 아버님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들려주다가 그만 가슴이 멍해지며 눈가에 물기가 맺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애써 가라앉힌 슬픔이 또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