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九州)를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들리는 관광지라고 하면 역시 후쿠오카(福崗) 현과 나가사키(長崎) 현을 들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래의 큐슈 관광지도는 후쿠오카 현과 나가사키 현의 여러 볼거리들을 지도상에 표시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두 현 사이에 있는 사가(佐賀) 현의 경우를 보면 그런 곳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사가현을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일본을 조금 다녔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사가현이 가진 그만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가현에는 바다, 도자기, 국제열기구축제, 온천 등등 생각보다 다양한 관광자원을 가진 도시들이 많다. 특히 이번 주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사가현 서쪽에 꽁꽁 숨어 있는 다케오(武雄) 시는 가히 관광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보석같이 아름다운 도시인데, 이번 주부터 이곳 다케오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 둘째 마당: 도서관, 서점, 그리고 카페의 놀라운 하모니, "다케오시 도서관(武雄市 圖書館)"
북큐수 여행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사실 다케오는 내 여행계획의 중심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허락하면 오늘 이야기하는 "다케오시 도서관(武雄市圖書館)"만을 한번 둘러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뉘 알았으랴? 다케오시 도서관(武雄市圖書館)을 찾은 김에 다케오 안내서에 있는 몇 곳을 더 둘러보다가 내가 그만 다케오시의 매력에 푸~욱 빠져 들게 될 것을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다케오의 매력에 빠져 들게 된 것이 전적으로 오늘 이야기하는 "다케오시 도서관(武雄市圖書館) 때문이니, 지금부터 다케오시 도서관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겠다.
먼저 다케오시 도서관의 외관인데(아래 사진 참조), 솔직히 작은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규모가 꽤 커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도서관을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바로 이곳 다케오시 도서관이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카페가 한 곳에 어우러져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공공도서관의 앞으로의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내 관심은 내 비록 한 때이기는 하지만 어느 국립대학의 도서관장을 지냈고, 그 당시 도서관의 변신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했었고, 그리고 내 스스로 이곳 다케오시 도서관과 비슷한 형태로의 변신을 꿈꾸기도 했던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다케오시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찾아오고 싶었던 것이고.
위 사진의 앞부분은 이렇게 둥근 원기둥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곳은 현재 도서관 본래의 기능 중 하나인 "학습실(學習室, STUDY ROOM)"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의 오른쪽 끝부분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 카페(STARBUCKS)가 들어서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학습실과 STARBUCKS 사이에 주출입구가 있는데, 출입구에 날짜별로 이곳에서 열리는 이벤트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한국어 강좌가 열린다는 것인데, 강좌명은 "안녕! 한국어"이네.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면 언제나 신경 쓰이는 것이 주차문제인데, 다케오시 도서관을 찾는 경우라면 주차문제는 신경 쓸 것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다케오시 도서관은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것과 같은 크기의 주차장을 두 개씩이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 제1주차장은 만차였고, 하여 나는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제2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다케오시 도서관의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사실 주차장을 보면서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솔직히 상상 이상의 규모이다. 아래 사진이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인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규모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모습이 도서관의 '일부'일뿐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다케오시 도서관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 스타벅스와 화장실이, 2층에 학습실이 있다. 책들은 분야별로 구분되어 1층과 2층에 고루 비치되어 있고.
아, 위 안내판에는 안 보이지만 1층에는 향토자료 열람 전용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1층에 교보문고의 핫트랙스(HOTTRACKS)를 연상케 하는 각종 문구와 잡화를 판매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판매하고 있는 물품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신분증을 넣는 목줄이 6,050엔(55,000원)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이런 파우치이다. 우리 돈으로 개당 6,000원 정도. 하여 집사람 것까지를 포함하여 두 개를 구매했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담은 식빵맨이 그려져 있는 것이 내 것이다.
지금부터 도서관 1층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방출할 테니, 그를 통해 도서관의 모습을 둘러보기를 바란다. 우선 요리 관련 책을 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이고,
무엇인가를 찾아 바쁜 걸음을 하고 있는 이의 모습도 보인다.
디자인적 측면이 강조된 것인지 아니면 채광이라는 기능적 관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장 한가운데는 이렇게 둥글게 뻥 뚫려 있다.
이런 곳도 있고..
1층과 2층의 모습을 한꺼번에 잡으면 이런 모습.
2층의 모습인데,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2층에는 학습실이 있다.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서가 옆으로 학습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학습을 위한 공간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자, 이제부터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다케오시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아래 사진을 보면, 왼쪽에는 책들이 쌓여 있지만, 오른쪽에는 사람들이 조금은 자유롭게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은 학습공간이 아니라(학습공간에서는 촬영 불가), 스타벅스 매장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주문을 한 후, 음료 등을 가지고 가서 위 사진 속 공간에 가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렇게 카페(스타벅스)와 도서관이 완벽히 공존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주문하여 테이블로 가져온 것인데,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내 몫인 카푸치노와 핫도그. 내 테이블로 가져와 인증샷을 남겼다.
아, 주문과 결제는 모바일로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왜 도서관 바닥에 써놓았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곳을 와보고 싶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래 사진 속에 있다. 바로 도서관에 있는 저 많은 책들 중 어떤 책이라도 갖고 와서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음료 등을 먹고 마시며 읽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 경치를 즐기며, 또 차 한 잔을 마셔가며 책을 읽고 있다. 나 또한 저 대열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여행 스케줄상 책을 읽는 것까지는 무리였다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촬영은 여의치 않았다. 하여 아쉬운 대로 이렇게 멀리서 잡아 보았다.
이곳의 스타벅스 또한 스타벅스답게 자신들의 상품을 알리는 것에도 열심인데, 입간판에는
"추천 커스터마이즈... A. 프라푸치노에 과육추가, B. 화이트 푸라푸치노에 에스프레소 추가"라고 쓰여 있다. 아, 커스터마이즈(Customize)란 "개인이나 기업 환경에 맞도록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능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하니 카페에서 어떤 음료를 주문할 때 자신의 기호에 맞게 무엇은 빼고 무엇은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또한 커스터마이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것은 자신들이 원두를 베로나(VERONA)를 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베로나가 이탈리아 커피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판넬도 걸려있는데, 왼쪽판넬에는 Italian Roast라고 쓰여 있다. 역시... 스타벅스의 커피가 쓴 맛을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아, 이탈리안 로스팅은 원두를 가장 강하게 볶는 것으로, 일본 사람들은 이를 "최강배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다케오시 도서관 옆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어린이 도서관 또한 규모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다케오에 들러 기껏해야 다케오시 도서관 한 곳을 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다케오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일본을 다니다 보면 아주 가끔 일본사람들의 수준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 다케오시 도서관에서가 그러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와 먹거리를 들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 낮은 소리로 말하고 있고, 서가를 오가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나 문구류를 사는 사람들 또한 발소리를 죽여 걷고 있다.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먹고, 마시고 하는데도 실내는 너무나 조용하다. 덕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온전히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고.
다케오시 도서관... 도서관과 서점과 카페의 공존가능성에 대한 깜찍한 발상을 했고, 그를 실현했다. 그것도 부러울 정도로 멋진 공간을 창출해 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말 부러운 것은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