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LATVIA)는 앞의 글들에서 이야기했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와 함께 흔히 발트 3국이란 이름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지리적으로는 3개국 중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말 나온 김에 라트비아의 위치를 지리적으로 조금 더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라트비아는 북쪽으로는 에스토니아, 남쪽은 리투아니아, 동쪽은 러시아 연방과 접하고, 남동쪽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쪽? 그야 물론 발트해와 접해 있고, 수도 리가(Riga)는 오랜 세월 동안 발트해의 중심도시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누려왔다.
이번 글부터 라트비아 이야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 이야기는 라트비아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라트비아에는 수많은 도시들이 있는데, 내가 둘러본 곳이라고는 고작 수도인 리가와 시굴다(Sigulda), 그리고 체시스(Cesis) 이렇게 3곳에 불과하니 말이다. 심지어 리가와 인접한 국제적 휴양도시 "유르말라(Jurmala)"도 skip 했으니, 이 점에 관한 한 뭐라 더 할 말이 없다.
수도 리가에서 승용차로 불과 20분 정도밖에 안 떨어진 유르말라를 내가 그냥 지나친 이유는 내가 라트비아를 떠돌던 2018년만 해도 라트비아에 관한 관광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유르말라란 도시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여러분들은 나 같은 시행착오에 빠질 염려가 사실상 없어졌다. 내가 아래에 링크를 걸어 놓은 라트비아 공식 관광 포털에서 아주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위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이렇게 라트비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 10곳을 선정해 놓았는데, 각자의 여행스케줄과 취향을 고려해서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사이트를 돌아보았는데, 다음의 두 곳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곳은 앞서 이야기했던 유르말라인데, 해변뿐만 아니라 (사진만으로 판단컨대) 메인 스트리트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또 한 곳은 필스룬달레(Pilsrundāle)에 있다는 룬달레 궁전과 박물관이다. 룬달레 궁전은 1730년대에 이탈리아 태생 천재 건축가 바톨로메오 라스트렐리(Bartolomeo Rastrelli)가 에른스트 요한 폰 뷔렌(Ernst Johann von Buhren) 공작의 여름 궁전으로 지은 라트비아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라트비아의 베르사유’라고 불릴 정도이다. 아마도 라트비아 귀족들의 생활상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 둘째 마당: 국기와 국장, 그리고 국가
1. 국기(國旗)
1990년 2월 27일에 제정된 리투아니아의 국기는 1282년 외부 침략자에 맞서 싸울 때 리보니아인들의 부족이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보다시피 기본적으로는 삼색기(三色旗)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나라의 국기인 삼색기들과는 약간 그 형태를 달리 하는 면이 있다. 즉, 다른 나라들의 삼색기들은 띠의 비율이 1:1:1인 것에 반하여, 리투아니아 국기는 띠의 비율이 2:1:2이란 점이 특이하다. 한편 가로와 세로 비율은 1:2.
아, 리투아니아 국기에 사용되고 있는 붉은빛이 감도는 색깔은 카민(carmine)인데, 카민은 고대 때부터 사용되어 온 붉은색 천연유기염료이다. 한편 카민은 전쟁 과정에서 흘린 국민의 피와 조국 수호에 대한 단호한 결의를 의미하며, 가운데의 백색은 자유로운 시민의 성실함 그리고 진실과 정의와 자유를 의미한다고. 이렇게 보면 결국 라트비아의 국기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또다시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굳은 결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국장(國章)
라트비아의 국가문장은 라트비아 출신의 예술가 빌헬름스 크루민시(Vilhelms Krūmiņš, 1891–1959)가 제작했으며, 리하르츠 자린시(Rihards Zariņš, 1869~1939)가 1921년에 디자인을 수정했다. 국장의 의미는 좀 복잡한데, 우선 방패 위의 3개의 큰 금색 별들은 라트비아 영토를 구성하는 주요 세 개의 지역들(비제메, 쿠를란트, 라트갈레)을 상징한다. 그리고 방패를 좌우에서 함께 맞잡고 있는 붉은색 사자와 은색 그리핀은 각각 서라트비아와 동라트비아를 뜻하고.
라트비아의 국가는 라트비아 작곡가 카를리스 바우마니스(Kārlis Baumanis)가 작사, 작곡한 Dievs, svētī Latviju!(하느님, 라트비아를 축복하소서!)이다. 소련이 라트비아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제창이 금지되었으나, 1990년에 라트비아가 독립하면서 국가로 재지정되었다. 한번 들어봤는데, 상당히 템포가 빠르고 노래에서 힘이 느껴진다.
### 셋째 마당: 숫자로 보는 라트비아
라트비아의 면적은 64,589 km²로,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3분의 2쯤 된다. 그런데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190 여만명(추산) 밖에 안되어서 인구 밀도는 30명/km²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리나라(5170만 명, 515명/km²)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수도인 리가에 60만 명이 넘게 살고 있으니, 리가를 벗어나면 인구밀도는 현저하게 낮아진다.
한편 경제지표는 사이트마다 달리 소개되어 있는 데다가 기준시점에 따라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다만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 본 어느 사이트를 보면 이런 수치가 보이는데, 그렇다면 전체 경제규모는 우리나라의 40분의 1 수준으로 보면 될 듯하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은 꽤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2 정도 수준에는 와 있다.
아, 라트비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많지 않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유럽국가답게 동계종목, 그 가운데에서도 루지나 스켈레톤 그리고 봅슬레이와 같은 썰매 종목에서는 거의 세계 탑클래스 수준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