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錦江)은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하여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길이 407.5㎞의 강으로 한반도 전체에서 여섯 번째로 긴 강으로 금강 유역에는 수많은 도시가 들어서 있는데, 공주(公州)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금강은 공주를 휘감아 돌아 흐르면서 금강 한가운데에 상당한 양의 흙(모래)으로 이루어진 섬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섬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는 "미르섬"이다. 아, 잘 알다시피 '미르'는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금강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섬이 만들어지게 됐는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 그저 경험적으로 큰 강들은 강 한가운데 섬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강만 해도 여의도, 그리고 아래 지도에서 보는 '밤섬'과 같은 큰 섬들을 갖고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공주에 대해 알아보다 아래 지도를 통해 미르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강건너에서 공산성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공주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미르섬을 들렀다.
처음 나선 공주길이니 미르섬을 찾아가는 것은 네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네비는 나를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으로 이끌었다. 이 정도 넓은 주차장을 마련해 놓았고, 차들 또한 꽤나 많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미르섬이 상당히 유명한 관광지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여 기대감도 커지고.
주차장에서 주차를 시킨 후 내 눈앞에 보이는 안내판 쪽으로 걸어갔는데, 이런 ... 안내판에는 '고마나루 명승길'이라고만 크게 쓰여있다. 다시 한번 안내판을 들여다보았더니 '현 위치'라고 붉게 표시된 곳에는 '금강 신관공원'이라고만 쓰여 있다. 아무리 눈 씻고 뒤져봐도 "미르섬"이란 말은 안 보인다.
이처럼 안내판이 내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못할 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 되기 마련이다. 하여 오가는 사람들에게 미르섬이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헐, 열이면 열 모두 하나같이 모른다고 할 뿐이다. 하여 "조금 걸어보면 무언가 답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걸었건만, 보이는 것이라곤 여전히 '금강 신관공원' 안내판뿐이다. 그나저나 건성건성 읽어보아도 금강 신관공원의 규모는 엄청나게 크더구먼.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하릴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았는데, 그제야 미르섬을 찾는 것에 신경 쓰느라 보지 못했던 금강 신관공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끝없이 곧게 뻗은 자전거길이 보이는데,
문득 자전거가 타보고 싶어 졌다면 이 글의 맨 처음에 보여주었던 주차장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으니 시도해 보기를...
그런가 하면 조경이 잘되어 있는 넓은 초지,
그에 더하여 야외음악당 느낌의 공연장까지... 이들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금강 신관공원의 정체를 알게 됐다. 금강 신관공원은 공주시민들을 위하여 조성된 시민공원이었던 것이다. 한강 시민공원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자,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미르섬은 어디에 있는 것이지? 그나마 있던 안내판이나 이정표도 없는 곳에서 넋 놓고 있는 나를 누군가 보았다면, 아마도 '우두망찰'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에게 미르섬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귀인이 나타났고, 그 귀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글쎄 이런 다리가 있는 것 아니겠어. 그리고 그제야 내가 앞에서 보여 주었던 지도가 떠올랐다.
다시 한번 그 지도를 보며 이야기하면... 금강변에 넓은 폭으로 아주 길게 조성된 금강 신관공원이 있고, 그 금강 신관공원과 미르섬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고, 그 사이를 강줄기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폭과 깊이를 가진 물길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금강 신관공원과 미르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위 사진 속의 다리이고.
다리를 건넜더니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드는 구조물이 보였다. 구조물 윗부분에 '흥미진진 공주'라고 쓰여 있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비로소 나의 미르섬 여행이 시작되는 시점이니 말이다.
이어서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으면 꽤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구조물도 보인다.
이들 두 사진 속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곰과 작은 소녀는 무엇이냐고?
그것은 2015년 1월에 제정된 공주시의 공식 마스코트인 '고마(곰)와 공주'이다. 일단 고마는 귀여운 곰의 형상을 띠고 있는데, 이는 공주의 옛 이름이 웅진(熊津), 즉 '곰나루'였던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 예전에는 곰을 '고마'라고도 했다고 한다.
공주시의 설명을 빌면... 고마의 둥근 몸매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촛대와 공주의 특산물인 알밤으로부터 가져왔고, 고마가 차고 있는 허리띠는 무령왕릉에서 나온 금제관식 문양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또한 허리춤에 꽂혀있는 칼은 천하제일의 명검으로 손꼽히는 백제식 환두대도이며, 고마가 걸치고 있는 망토는 희망과 용맹을 상징한다고. 그리고 공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산성을 모티브로 소녀를 형상화했다고 하고.
유치해 보인다고? 뭐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고마와 공주... 이 공주시 마스코트 디자인의 우수성은 2015년에 독일에서 열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본상을 수상함으로써 이미 입증되었다는 것을 밝혀 두기로 한다.
그런가 하면 고마와 공주를 변형시킨 캐릭터도 보이는데, 복장이며 들고 있는 연장 등을 보면 구석기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전적으로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는 공주 석장리에 있는 구석기시대 유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다리를 건너와보니 미르섬도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한편 공산성을 바라보는 쪽의 물줄기는 금강 신관공원과의 사이에 있던 물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폭도 훨씬 넓고 깊이도 깊어 보이고. 금강이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르섬 가장자리에 서서 금강 건너편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더니 오른쪽 끄트머리에 공산성 안에 있는 공산정(公山亭)이 따라왔다.
금강교를 바라보며 또 한 번 셔터를 눌렀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내가 '섬'에 들어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 미르섬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때는 따로 있다. 나 또한 바로 그때, 즉 6월에 이곳을 찾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 그래, 이맘때쯤 미르섬을 찾아야 이리도 붉은 꽃이 미르섬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근접해서 사진을 찍으면 저 붉은 꽃을 탐하는 하얀 나비가 함께 따라 나온다. 이 꽃의 이름? 상당히 독특한데, '코끼리마늘꽃'으로 알고 있다.
나비... 실로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요즘에는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우리 눈에 포착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어릴 때는 동네 뒷산만 가도 그리 그득했었는데... 이렇게 찍어 놓으니 곳곳에 하얀 나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