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흔들리는 계단
8월 6일, 토요일. 주말이었다. 알람은 꺼두었고, 나는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맑았고, 적당히 따뜻한 빛이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일어나려다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오늘은 그 어떤 일정도, 약속도 없었다. 대신, 어젯밤의 기묘한 로그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restore.sync.memory=partial_0805
이 문장이 떠오르면 왠지 모르게 관자놀이가 뛴다. ‘기억의 복원’. 그건 정확히 무슨 뜻이었을까. 복원되는 기억은 누구의 것이고, 어느 시점의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그걸 복원하고 있는가. 늦은 아침 겸 점심으로 토스트를 구우며 딸의 꿈이 떠올랐다. 며칠째 꿈에서 딸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빠, 그거 기억 안 나?”
나는 매번 기억하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딸은 작게 입을 삐죽였다. 그녀는 점점 하연과 닮아가고 있었다. 말투도, 시선도, 손끝의 습관까지. 낮에는 연후에게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가 어딘가에서 이 모든 걸 정리하려 애쓰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나 또한 노트북을 열어 지난 몇 달 간의 캘린더와 사진, 메신저 기록을 훑기 시작했다. 정리가 아니라, 확인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기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얼마나 서로 어긋나는지를. 그날 오후, 나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발신인은 알 수 없었고, 주소는 임시 계정 같았다. 제목은 단 한 단어였다. “Memory.” 메일 본문은 비어 있었지만 첨부 파일이 하나 있었다. 암호화된 텍스트 파일. 실행은 되지 않았고, 이름조차
restore.log.unknown
이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꿈을 꾸었다. 딸은 이번에도 물었다.
“기억 안 나? 진짜루?”
나는 침묵했다. 결코 침묵하고자 해서가 아니었고, 나는 무슨 대꾸라도 하고싶었다. 밝은 척을 하면서 애써 태연하게 머리를 쥐어짰지만 도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공백 뿐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답을 생각해내려 노력할수록 머릿속은 더욱 부옇게 흐려져만 갔다. 그 때 그녀가 내 손을 잡고 속삭였다.
“이건 원래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