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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그와 일요일의 그녀

태수 05

by 융 Jung

태수 05

 담임 선생님은 태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는 어떤 집의 반지하 방에 살고 있는지, 가족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집안 형편이 어떠한지까지 알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태수를 기피한다는 사실도, 그 기피가 단순한 꺼림칙함을 넘어 점점 노골적인 따돌림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 역시 머릿니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학기 초마다 작성하는 가정방문 계획에 태수네 집을 포함시키는 일은 차마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교사라는 직분이 따뜻한 손길을 요구하는 순간에도, 머릿니에 대한 공포와 불쾌감은 그녀의 손을 묶어 두었다.

 머릿니를 완전히 없앨 방법은 가정에서의 위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권한과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학교에서 머리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 정도였으나, 그것은 아이들의 놀림거리를 더 심화시킬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합리화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수를 더 모질게 밀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합리화는 가슴을 저미게 했다.

 한때 그녀는 학부모들의 민원을 줄여 보기 위해 태수의 자리를 교실 구석으로 옮길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멀찌감치 떼어 놓으면 눈총이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교감이나 교장이 보게 된다면, 분명 “차별을 조장한다”는 질책이 돌아올 것이 뻔했다. 주저하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정당성을 찾아내고 있었다. 선생님의 허락 없이 태수의 책걸상을 교실 맨 뒤 구석으로 옮겨 버린 것이다. 담임은 그 장면을 보았지만, 끝내 제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갈등이 조금 줄어든다면 그것도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재빨리 눈치챘다. 선생님조차 태수를 방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따돌림의 강도는 날마다 높아졌다.

 머릿니가 옮아 집에 돌아갔다가 부모에게 혼이 난 한 아이는 다음 날,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점보 지우개를 집어던졌다. 지우개는 태수의 귀를 정확히 맞추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재수가 옴이 붙은 지우개니까 네가 써라!”
 그 말에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태수는 순간 그 지우개를 집어 원래 주인에게 세게 내던져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그 지우개가 탐났다. 마음 한편이 쓰라렸지만, 그는 그저 짧게 “고마워.” 하고만 말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 커졌지만, 태수는 애써 참았다. 화를 내는 순간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고, 무엇보다도 집에 돌아갔을 때 할머니에게 “이 지우개를 훔친 게 아니다”라는 설명을 어떻게 꾸며낼지가 더 큰 문제였다.

 그 후 태수는 쉬는 시간이 되면 곧장 교실을 빠져나갔다. 운동장 한쪽 개수대에서 머리를 감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집에서 쓰는 물은 늘 탁한 냄새가 났고, 그 냄새가 오히려 머릿니를 없애기는커녕 더 역하게 퍼져 나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학교 개수대의 물은 차갑고도 맑았다. 개수대 위에 비치된 연두색 비누에서는 오이 향기가 났고, 집에서 쓰는 네모난 회색 비누의 눅눅한 냄새와는 달리 상쾌했다. 물을 가득 끼얹고 머리를 감다 보면, 잠시나마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착각을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머리는 자주 젖은 채였다. 젖은 머리로 다시 교실에 들어설 때, 태수는 아이들의 눈빛을 감내해야 했다. 일부는 혐오를 담아 찡그렸고, 일부는 낄낄거리며 흉내를 냈다. 태수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따돌림 그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나서는 홍주의 모습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태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 몇이 곧장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때 홍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해! 태수한테 왜 그래!”

 홍주의 목소리는 분명 용감했지만, 동시에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태수는 그녀의 눈빛을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홍주가 저렇게까지 분노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러던 중 홍주가 짜증을 못 이긴 듯 손톱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재빨리 수군거렸다.
 “봐, 반장도 옮은 거 아니야?”
 “아무리 선생님이 시켜도, 이제는 태수네 집에 가면 안 돼.”

 아이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 태수의 귀에는 그 속삭임이 칼날처럼 박혔다. 그는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그 순간, 홍주의 선한 의지가 자신 때문에 오히려 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로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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