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이라는 이름의 구조와 궤도

분열과 통합, 본질을 향한 여정

by 올가의 다락방

1. 태민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하여

뚜렷한 개성으로 입지를 굳힌 퍼포머,
그게 내가 나아갈 방향이다
(2016.06. 더블유와의 인터뷰 中)


태민은 2008년,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로 데뷔해 2014년 첫 미니앨범 ‘Ace’를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그룹 출신 아이돌 중 가장 먼저 솔로로 데뷔한 아티스트이자, 이후의 솔로 데뷔 흐름을 촉진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정규 앨범 4장, 미니 앨범 8장을 발표했고, 총 100회가 넘는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태민은 무대 위에서 단순한 퍼포머를 넘어선 예술가로 존재해왔다. 그는 동작의 정확성만큼 정서의 밀도를 좇았고, 장르의 경계만큼 서사의 심도를 탐구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포착하는 균형 감각 덕분에 그는 평론가와 팬 모두에게 인정받는 보기 드문 아이돌이 되었다.


예를 들어, ‘Move’는 관능이라는 고전적 테마를 젠더리스라는 현대적 틀에 녹여낸 작업이었으며, ‘Want’는 욕망과 순수의 대립이라는 인간의 근본 서사를 감각적인 사운드로 구현한 앨범이었다. 태민의 작업은 언제나 의미와 형식 사이에서 치열한 조율을 거쳐 완성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2. 괴도부터 Guilty까지: 이항대립의 세계

저는 뭔가 항상 극과 극에서 오는 이 괴리감,
이 차이에서 오는 힘에서 매력이 있다고 늘
느꼈던 것 같아요. (2024.08. Eternal 청음회 中)


태민의 솔로 커리어는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앨범마다 독립적인 콘셉트를 유지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항대립’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 그는 자아의 분열과 대립의 긴장이라는 구조 속에서 퍼포먼스를 확장시켜 왔다.


솔로 데뷔곡 ‘괴도’ 뮤직비디오에서는 빛과 어둠, 흑과 백이라는 시각적 이분법이 명확히 드러났고, ‘Press it’ 포스터에서는 분열된 자아가 키스를 나누는 장면으로 통합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Move’에서는 데뷔 이래 가장 남성적인 외형을 활용해 유려하고 여성적인 안무를 선보이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 위에서 춤을 추었다. ‘Want’에서는 “널 순수하게 할 관능”이라는 역설을 통해 정반대의 가치들이 하나로 엮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Criminal’에서는 영리하게도 인질이 범인에게 동화되는 스톡홀롬 신드롬을 통해 분열된 자아가 서로를 갈구하는 스토리를 그려냈다. 이후 ‘Guilty’에서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자각하는 순간 발생하는 자의식과 죄책감이 중심 주제로 부상한다. 보여지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가 낳는 억압을 다룬 ‘Guilty’는 관음에 익숙해진 내면의 풍경에 대한 고백, 또는 K-pop 산업에 대한 고발로 해석되며 호평을 받았다.


태민은 여러 인터뷰나 청음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대립되는 것들 사이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음악은 자아의 균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진동을 다룬 연작이라 할 수 있다.



3. 알을 깨고 우주로: Eternal에서의 통합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2024년 발표된 미니 5집 ‘Eternal’은 태민의 커리어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다. 지금까지 그가 구축한 대립과 분열의 세계가 통합과 인정이라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태민은 이 앨범을 준비하며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문장을 반복해서 인용했다. 지금까지의 태민이 ‘하나의 알’ 속에서 여러 자아(이노센트, 서스펙트, 크민, 길민 등)들로 나뉘며 분열을 겪어왔다면, ‘Eternal’은 그가 마침내 그 알을 깨고 나와 더 넓은 세계, 즉 우주를 마주하게 된 순간을 그린다.

알 안에서 자아의 분열은 곧 균열과 붕괴를 뜻한다. 하지만 우주라는 낯선 공간에서는 그 각각의 자아들이 ‘평행우주’처럼 존립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Eternal’은 단지 하나로 수렴되는 통합이 아니라, 분열된 자아들을 각각 인정하고 공존하게 하는 확장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 앨범은 태민이 SM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BPM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후 처음 발매한 작품이기도 하다. 새로운 우주로의 도약이라는 메시지는 현실적 이정표와도 맞물린다. 솔로 데뷔 활동 당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 색깔을 찾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실현해낸 셈이다.



4. 덧없는 시선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존재: Ephemeral Gaze 투어

‘Ephemeral Gaze’의 콘셉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보는 다양한 관점의 시선이 생긴다는 거예요. 하지만 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결국 중요한 건 타인이 절 어떻게 바라보든 저는 저라는 거죠. (2025.2. 멕시코 보그와의 인터뷰 中)


‘Eternal’의 세계관은 ‘Ephemeral Gaze’라는 월드 투어 콘서트로 확장되었다. 콘서트의 제목은 덧없는 시선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는 태민이라는 존재를 향해 수없이 쏟아지는 시선을 암시하면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태민이라는 본질을 강조한다.


‘Ephemeral Gaze’는 태민의 과거 서사를 집약한 공연이자 그의 조각난 자아들이 외부의 시선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주체와 타자의 시선이 어긋날 때 발생하는 분열은 이제 ‘덧없는 것’으로 환원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살아남은 것은 ‘태민’이라는 변하지 않는 중심이다.


이 투어는 2025년 기준 총 37회, 누적 관객 수 31만 1,100명을 기록하며, K-pop 아이돌 솔로 투어 중 역대 6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성취해낸 궤적과 예술적 정수가 대중과 깊이 호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5. 태민이라는 궤도 위에서

No Matter What TAEMIN is TAEMIN


태민은 2016년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뚜렷한 개성으로 입지를 굳힌 퍼포머, 그게 내가 나아갈 방향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태민은 말 그대로 자신을 프로듀싱해낸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춤과 음악, 콘셉트와 메시지의 완성도를 통해 무대 위에서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는 그는 더 이상 단지 어떤 시스템에 소속된 아이돌이 아니다.


태민의 예술 세계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 빛과 어둠의 경계,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서 출발했다. 그는 하나의 세계에서 분열을 경험했고, 분열된 자아를 외면하거나 봉합하는 대신 그 자체로 껴안으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시선들이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No Matter What TAEMIN is TAEMIN’라는 선언을 예술로 완성해냈다. 이렇듯 ‘알’을 깨고 나온 태민은 ‘우주’라는 이름의 또 다른 알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그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자신이 하나의 우주이며, 그 궤도를 따라 걸어가는 모든 팬들에게 ‘태민’이라는 이름은 결코 덧없지 않은, 단단히 각인된 별(star)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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