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원소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다

태민 Veil 뮤직비디오 해석

by 올가의 다락방

태민 Veil 뮤비는 인간의 욕망을 4원소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Sexy in the air 뮤비와 연결된다. 필자는 Veil 뮤비와 Sexy in the air 뮤비를 교차 분석하여 태민이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려고 한다.


-물(Wet): 욕망의 심연

-불(Plastic): 소진과 재탄생

-흙(Dry): 억압과 균열

-공기(Pale): 초월과 연속성


1. 물: 욕망의 심연(Wet)

Sexy in the air 뮤비 속에서 태민은 물을 맞으며 팔을 벌린 채로 바닥에 떨어진다. Veil 뮤비 속에서 태민은 깊은 물속에 빠졌다가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물속에서 건져 올려진다. 그렇게 물속에서 일어난 태민은 참았던 숨을 쉬기 시작한 사람처럼 펄떡이다가 몸을 일으킨다.


필자는 여기서 물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원초아에 대응된다고 보았다. 원초아는 무의식적 충동과 쾌락을 따르는 본능적인 에너지이다. 원초아는 억누를 수 없는 물의 흐름을 닮아 욕망을 끝없이 밀어 올린다. 니체와 바타유적 관점에서 보면, 물은 금기를 침범하는 디오니소스적 충동을 닮았다. 물은 흘러넘쳐 경계(성과 속, 선과 악, 질서와 무질서)를 무너뜨리고, 인간을 심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게 바로 뮤비 속에서 물과 관련해 상승과 하강 이미지가 반복되는 이유이다.


2. 흙: 억압과 균열(Dry)

Sexy in the air 뮤비 속에서 태민은 거울로 이뤄진 방 속에서 춤을 춘다. 그 거울의 방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지하실(원초아), 바람이 부는 세트장(자아)의 위에 위치해 있다. 이는 거울로 이루어진 방이 원초아와 자아 모두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초자아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Veil 뮤비 속에서도 태민이 온통 조각난 거울로 이뤄진 공간 속에서 서류 뭉치를 맞으며 걷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서 태민은 안경을 쓰고 넥타이를 고쳐 매는 등 자신을 엄격히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는 초자아가 내면화된 규범과 도덕으로, 무겁고 단단한 흙처럼 인간을 붙들어놓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니체와 바타유의 관점에서 흙은 아폴론적 형식을 상징한다. 이는 질서와 경계를 설정하여 인간이 욕망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삶을 억압할 수 있는 무거움이기도 하다. 태민의 얼굴을 스치는 서류뭉치들은 외부로부터의 규범을 상징한다. 또한 파편화된 거울들은 이미 그러한 규범의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드라이 버전의 태민은 규범과 규율을 내면화해 스스로의 욕망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열하는 존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3. 불: 소진과 재탄생(Plastic)

Sexy in the air 뮤비에는 총 세 가지 층위의 공간이 나오는데, 가장 밑에 있는 것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지하공간이고, 중간에 있는 것은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세트장이고, 맨 위에 있는 것이 거울로 된 방이다. 이는 각각의 공간이 본능과 쾌락의 공간인 원초아,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의 중재자인 자아, 외부로부터의 규율을 강제하는 초자아에 대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Veil 뮤비에서도 마찬가지로 물과 불, 거울의 공간이 차례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후에 플라스틱으로 된 램프에 기대어 앉아 있는 태민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신비하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물이 찰박하게 차오르는 공간이기도 하고 불꽃이 흩날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플라스틱 버전의 태민이 원초아와 초자아를 중재하는 어떤 상위 개념의 존재(자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정’에 해당하는 건 사회적 규범에 얽매여서 욕망을 억누르고 있던 ‘Dry’ 버전의 태민이고, ‘반’은 물속에 잠겨있던 ‘Wet’ 버전의 태민이다. 전자는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고체적 자아에 해당하고, 후자는 액체와 같이 욕망의 형태에 맞게 변형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이 ‘정’과 ‘반’의 상태를 거쳐 나타난 자아가 바로 ‘합’의 자아이다. 플라스틱이라는 건 금속이나 유리에 비해 밀도가 낮으며 가변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분자 물질로 충격에 강하고 잘 깨지지 않는다. 이는 욕망을 무조건 억누르던 태민이 심연을 통과해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모두 아우르는 자아로 거듭났다는 걸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플라스틱의 생성에 꼭 필요한 것이 불이라는 사실이다. 니체에 따르면 불은 창조적 파괴, “타버린 후 다시 태어나는” 의지를 상징한다. 바타유의 시선으로 보면 불길 속에 휩싸여있는 태민은 쾌락과 욕망 속에서 ‘작은 죽음’을 맞이하는 태민을, 플라스틱 램프 아래 태민은 ‘작은 죽음’ 이후 “빛으로 변환된 욕망”을 드러내는 존재를 의미한다.


즉, Veil에서는 Sexy in the air와 달리 자기 자신의 욕망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자아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태민이 니체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공기: 초월과 연속성(Pale)

Sexy in the air가 원초아와 자아, 초자아 사이의 갈등을 구조화해서 보여줬다면, Veil은 그 모든 과정을 초월하는 새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Pale 버전이다.


Pale 버전의 태민은 더 이상 불길 앞에서 소진되지도 않고, 물속으로 가라앉지도 않으며, 거울의 무게에 짓눌리지도 않는다. 그는 흰 장막과 빛에 둘러싸여, 공기처럼 가벼운 세계 속에 앉아 있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호흡이다. 이곳에서 태민은 프로이트적 구조(원초아–자아–초자아)를 넘어선 자리, 영혼(Soul)의 차원으로 들어선다. 니체적 관점에서 이는 영원회귀의 긍정을 통해 얻는 자유이고, 바타유적 언어로는 이는 죽음과 삶이 다시 이어지는 연속성의 영역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태민이 비닐 속에 마치 진공포장된 듯한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장면이다. 투명한 막은 얇지만 단단하게 태민을 감싸며, 살아 있는 몸을 무기물처럼 포장해 버린다. 그것은 규범과 욕망, 자아와 초자아의 모든 분열을 통과한 끝에 도달한 자기 자신을 낯선 대상으로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대상화를 넘어선다. 그는 포장된 자신을 파괴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히 바라본다. 이는 자기 내부의 모든 층위(물을 닮은 원초아적 충동, 거울을 닮은 초자아적 억압, 불을 통해 재탄생한 자아)를 가볍게 품어 안으며, 공기처럼 흩어져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즉, Pale 버전은 욕망과 억압의 모든 투쟁 이후에 도래하는 초월적 자아의 단계를 보여준다.


Sexy in the air가 인간 정신을 구조화해서 보여줬다면, Veil은 그 충돌을 넘어선 영혼의 호흡을 보여주며 태민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고 볼 수 있다. Veil에서 태민은 더 이상 억눌린 주체도, 욕망에 잠긴 주체도, 불길 속에서 소진되는 주체도 아니다. 그는 공기처럼 가벼운 초월의 주체로서 모든 층위를 통과한 끝에 새로운 호흡을 시작한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