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느라 지친 나에게
‘우울증이 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어둡고 힘없고 우울하게 앉아있는 사람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을 나 포함하여 여럿 만나본 결과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밥을 먹고 일과를 보내고 집으로 사라진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그다음 날 다시 나타날 확률이 남들보다 조금 적다는 점, 그리고 남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는 점 정도랄까.
그리고 그 하루를 반복해서 살아내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감기가 걸리면 몸이 쇠해서 열이 나고 몸이 아파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를 가고 학교를 가느라 지치고 녹초가 되듯 티는 안 나지만 마음속의 나 자신이지만 나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나와 싸우고 다치느라 아픈 몸과 마음을 끌고 다닌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가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이 지독한 우울증이라는 병을 설명하다 보니 생각보다 남들은 알기 어렵다는 점과 아직도 많은 오해가 있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 어떤 마음인지 알아주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될지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는다면 위로가 될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우울을 설명하기에는 길고 긴 서사가 될 앞으로의 이야기가 있기에 먼저 우울이라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작하고자 한다.
우울의 가장 힘든 점은 나를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까지 힘들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점이 우울을 겪는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고 가장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해해 주고 도와주려 하던 마음들도 결국 이내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해. 네가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어?' 하며 두 손 두 발 들며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게 되어 버리곤 만다. 그렇게 양 끝에 쇠창살이 달린 그 창이 서로를 찌르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게 그렇게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극한의 외로움을 넘어 당사자에게는 자괴감을 느끼게 만드는 위험한 병이 우울증이다.
'생각을 바꿔봐라', '누구나 사는 게 힘들고 나도 외로움을 느낀다.', ' 생각의 차이다.'라는 말은 우리 엄마 혹은 종종 만나는 친척들이 하는 '교회 가서 기도하면 다 나아', '네가 아직 덜 힘들어서 그래'라는 말과 별반 차이가 없다.
누가 힘들고 싶겠는가. 누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겠는가. 생각을 바꾸려 하루에 수천번 수만 번 생각한다. 나 자신과 하루에 24시간 매시각 매분 매초를 싸운다.
오히려 반대로 매 순간 '죽어야 하는데' '넌 죽어야 마땅해'를 외치는 나지만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에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보면서 하루에 수천번 다짐을 하고 혹은 죽어야 한다는 소리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게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뇌에 가깝다. 내가 겪은 우울증은 그렇다.
살아가다가 어쩌다 급격히 우울해져서 죽고 싶어 진다거나, 한 번씩 찾아오는 우울감과는 달리 내 뇌가 고장 나 버린 듯한 사고회로가 고장 나 버린 듯한 정말 제어가 안 되는 상태의 '병'이라는 소리다.
그런 뇌를 컨트롤 한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야 한다.
티를 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내가 처음 우울증이 가장 심하게 발병했을 때 나에게 그 어떤 히어로보다 대단한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등교를 하고 하교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일상을 해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에게는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