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있어도 나의 하루는 계속 돼야 한다(1)

언젠가 만날 당신에게

by 지하루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하루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 또 나는 생각한다. ‘아, 오늘도 눈을 떠버렸구나. 나는 오늘도 버텨내야 하는구나.’

그 생각과 함께 힘든 몸을 이끌고 일어나 남들과 같은 흔히 말하는 루틴을 시작하려 애쓴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루틴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일단 흐름을 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생각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루틴이란 게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그 순간이 환자에겐 제일 위험한 아이러니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매 순간 정반대의 순간을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루의 시작이 죽음의 시작 같고, 잠들 수만 있다면 잠드는 시간이 하루의 시작인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루를 버텨낸다.

왜 버텨야 할까.

단순히 살아야 해서?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병원 가 가면 약값이 들고 약을 먹고 치료를 한다.

흔히들 우울증 환자에게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가장 많이 말하는 것들이 약을 잘 챙겨 먹게 하는 것, 병원에 빠지지 않고 가게 하는 것. 이 두 가지 일 것이다.


병원에 가는 게 약을 먹는 게 유달리 왜 힘들까?


병원에 가는 게 단지 시선 때문일까?


중증 환자의 삶을 사는 나로서는 단지 그 이유에서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병원에 가도 장염 약을 먹듯 낫지도 않는데 내가 거기 가서 또 내 힘듦을 말하고 복기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내 생각과 구체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 일을 내가 내 돈을 내고 해야 한다.


나는 병원만 가면 몸을 베베 꼬꼬 꼬집고 있는 내내 선생님 쳐다보는 것조차 때로 괴롭다.

그 선생님에게 마저 죄책감을 갖는 것인지, 차도가 없는 것도 내 탓인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집에 가만히 박혀있다고 병원비를 내줄 사람도 병원에 데려다줄 사람도 없다.

나는 낫기 위해 버티고 버티며 싸우며 일을 해야 하고 일과 싸우는 동시에 나와도 싸워야 한다.


한 번은 회사 문밖을 나가는 순간 내가 어떤 짓을 버릴지 몰라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 간신히 붙잡고 택시를 타고 온 적도 있다.

단지 우울증이라는 이유로 택시를 타는 나 자신이 달가울 리가 있나.


그날 하루 종일 지는 기분일까. 그래도 정신을 붙잡고 간신히 집에 잘 온 나를 칭찬해 줘야 할까 하루 종일 혼란 속에 헤매다 그날도 밤잠을 설치고

이게 맞는 걸까. 결론은 항상 같은 곳으로 도달한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면 살아 있는 것 만으로 온 에너지를 쏟는 나이기에 칭찬을 해줘야 마땅하다면 그건 우울증의 특권인가.


그래서 나는 더 잘 살았다고 더 칭찬받아 마땅할까.

나 자신이 꿈꿔온 삶은 꿈꾸던 내 자아는 고작 이 정도였던 걸까.


하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래도 잘 싸우고 있다고.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우울감으로 우울증을 치부하는 이 세상 속에서 기분전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쉽게 던지는 세상 속에서

발버둥 치며 견뎌오는 당신은 너무 소중하다고.


나는 어쩌면 그런 당신을 만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고 오늘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전 01화우울증이 있어도 나의 하루는 계속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