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정 Jun 16. 2024

매력적인 나라, 일본

# 기록 1

​​3박 4일 동안 관광 목적으로 오사카를 누볐을 때는 보지 못했던 일본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왠지 모르게 자긍심과 열정이 넘치는 일본 사람들. 친절로 무장한 모습 뒤로 엿보이는 냉정함과 철두철미함. 남성들의 근엄함, 여성들의 고상함. 그것들은 하루 이틀 흉내 낸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5박 6일 동안 골목을 돌아다니며 예쁜 풍경과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해맑게 웃는 일본 사람들의 미소와 아이들의 활달함이 더욱 좋았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트램펄린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아이들 곁에는 언제나 부모님이 있다. 아이들의 질문과 반응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정서적인 교류를 해주는 어른들 곁에서, 아이들은 위축되지 않았고 악을 쓰지도 않았으며 부모님의 제지에 반항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적절한 관심과 정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니 아이들의 성숙도는 높아지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일본 어른들 또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독립적이면서도 강인한 느낌이다.

식당 곳곳에서 마주한 현지 가족들이 식사 시간에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실례를 범하는 것에 예민한 일본이지만 본인의 관심사와 개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유행을 좇지 않는 면 또한 좋았다.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도 본인의 영역에서는 날개를 펴는 느낌이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여유, 차분함, 기품이었다.

물론 겉으로 본인을 잘 통제하는 문화와 수준 높은 예의범절과 공공장소 에티켓 이면에는 억눌러왔던 욕구의 분출로 추측되는 현상으로 음지 문화가 발달된 거 같다고 유추되지만 이 또한 일본의 절제와 한국의 개방이 적절히 섞인다면 좋은 면만을 취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메밀로 된 세이로 소바와 텐동,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고 나서는 대문 앞, 배웅하러 온 여직원이 활짝 웃으며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짧은 인사가 아닌 우리가 가게를 나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한 길고 긴 인사였다.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이곳 후쿠오카에서도 일본인과 관광객들 구분 없이 예의범절을 지키는 모습에 감탄했다. 여직원의 모습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순간에도 잊히질 않는다. 다음 후쿠오카에 방문한다면 또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제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집단 선호도이지만 이곳은 본인이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여 고른다. 브랜드의 영향력, 가격, 타인의 리뷰는 관심 밖이다. 그래서 본인이 고른 제품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가 높고, 이러한 자기주도적 선택은 제품의 가치를 격상시킨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 타인이 선택한 것보다 제품력이 떨어져도 상관없다. 나의 필요를 적절히 충족해 주면 족하다. 한국 문화의 일종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제품을 비교, 분석하여 최고의 제품을 찾으려는 완벽 지향주의와 대조된다. 적당한 제품을 골라, 애정을 갖고 잘 관리한 제품은 몇십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보다도 더 빛이 난다. 그리고 제품을 고를 때 정신적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서 정서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하나의 제품을 고르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입수하여 비교, 분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엄청난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가게, 숙소, 길거리 상관없이 일본 사람들의 말투는 굉장히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또한 언제나 자연스러운 미소가 함께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같지 않듯이 한국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타인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을 꺼려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타인에게 우호적인 모습에서 타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친절함의 이면으로 본인만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 또한 뚜렷하다. 본인이 타인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으니, 타인 또한 본인에게 실례하는 것에 대하여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래서 공공장소 에티켓, 대화 및 식사 예절 등에 자연스럽게 더욱 신경 쓰게 되었고 몸 처신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일본 하면 장인 정신이 떠오른다. 음식과 물건 할 거 없이 수준 높은 제품력에 매번 감탄이 일었다.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맛은 두 배 좋은 편의점 제품부터 카페에서 제공되는 간편한 간식과 커피, 마트 곳곳에서 판매되는 컵라면, 다이소에 진열되어 있는 메이드 인 재팬 물건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 근방에는 간간이 영리적인 목적의 식당과 뽑기 센터 등이 있었지만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예컨대 허기를 달래기 위한 컵라면, 시간을 때우기 위한 카페에서 제공되는 음식 따위-에 값을 매겨 수준 낮은 제품을 제공하고 영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제품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은 메이드 인 재팬의 신뢰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무엇보다도 후쿠오카 곳곳에는 광고로 도배되어 있지 않아서 정보에 교란되지 않고 현지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일본 여행에 지출했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오사카 이후로는 일본에 올 생각이 없었지만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일본어를 배운 후에 방문할 생각이다.

이전 18화 여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