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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Nov 27. 2023

어른이 된다는 것

자유? 책임!

 교복을 벗게 된 순간부터 '자유'라는 말에 홀딱 빠져들었다. 얼마나 달콤하던지 나도 모르게 황홀경 같은 네온사인에 취해 종로, 건대, 홍대, 신촌등등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동이 틀 때까지 거리엔 나와 내 친구들 밖에 없는 듯 박장대소하며 땅이 움직이는 건지 내가 흔들리는 건지 싶은 착각에 빠져드는 밤이었다. 눈꺼풀이 무겁고 잠이 밀려와 힘들어 질 때쯤 첫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밀린 잠을 청하다 오후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정말 신명 나게 놀았었다. 그러나 어른이라는 말이 달콤했던 순간은 딱 거기까지였다.


 난 자유로운 어른이었지만 대학생이었고, 곧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흥청망청 놀았던 덕분에 시험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시험 기간 내내 허우적 데다 끝난 4월 말이었다. 난감했다. 시험관리도 시간관리도 자유라는 큰 틀 안에서 내가 기준을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하며 드높았던 자존감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출석률은 좋아 F학점은 면했지만 전공과목에서 C, D 학점이 더러 있었다. 그 와중에 나와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들은 성적이 다들 좋았다. 이렇게 배신감이 들 줄이야. 나만 생각도 없이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 창피해졌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어른(?) 된 자식을 배려했던 것인지 신상에 관한 것이 아니면 크게 제한하지 않았다. 결국 페이스 조절 못한 자유스러움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었다.


"너 어른되면 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좀 참아."

 고등학교 시절 어른들이 나에게 해주던 말들에 나는 그야말로 정말 속았다. 가까스로 얻은 자유의 뒷모습엔 항상 책임이 붙어있었던 것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곧 어리숙한 어른이던 내 잘못임을 알게 되었다.

 

자유 VS 책임


 그 이후로는 내 자유에는 한계를 두기로 했다.  스스로 주량을 조절하고, 귀가시간을 조절하며 내일을 준비했다. 시험기간 대비는 언제부터 할 것인지 캘린더에 표시를 하며 공부량을 정하고, 선생님이 없는 공부를 스스로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성인의 시작이던 20살의 생활은 어른의 과도기를 세게 맞으며 점차 적응해 나갔다.  

 

 다행히도 이런 나의 뼈아픈 경험은 계획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지금의 내 삶의 큰 틀이 되어주었고, 나의 한계를 설정한 덕분에 삶의 기준이 되어 주었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때 더욱 빛이 난다. 나의 선택이 내가 사는 나라의 향후 5년을 책임지는 것처럼 말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나는 이제, 내 자유가 곧 건강에 직결됨을 알게 되었고, 내 생활에 책임을 다하려 먹는 것을 제한하며 운동하고 있다.




20살, 이른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인생은 결국 자유와 책임이 얼마나 균형 잡혀있는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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