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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Jan 22. 2024

도망가자

어디로든 갈 수만 있다면

책이 곧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 6개월간 고대하던 순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표지를 고르고 내지를 고르고 설렘의 주간이 이어졌다.


“작가님, 이제 곧 책이 나옵니다. 작가님도 광고하고 계시죠? 잘 팔려야 해요. “

걱정 섞인 대표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쪼그라든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부계정 인스타그램에 릴스로 서평을 매주 2-3개씩 올리고, 공감 가는 글을 올리며 내 이름을 알리려 노력랬다. 그러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내 색깔 분명한 글을 기록하고, 소설을 쓰며 팔로우 0명에서 500명을 넘길 때까지, 구독자 30명을 만들 때까지 나름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며 노력했다.

 근데, 대표님의 말을 들으니 내가 쓴 글의 필력에 의심이 가고 다가오는 출판일이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내 낯빛은 점점 회색빛이 되었고 눈동자 넘어 수많은 말들이 결국 한 곳으로 모이며 걱정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되뇌게 했다.


‘도망가자!’


아, 또 내 특유의 도망침이라는 몹쓸 병이 도졌다. 긴장을 너무 하면 모든 걸 놓고, 아니 원래 안 하던 때로 차라리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는 그 도망병이 도진 것이다.


“나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 사람들에게 내 필력이 들통나면 어쩌지?”

 시간이 다가오는 게 너무 무서워 내가 의지하며 좋아하는 동료에게 낮게 읊조리듯 말했다.

“아니에요. 소설도 좋고 글도 좋아요. 걱정하지마요.다 잘 될거에요.”


 나의 이 마음을 숨기려 할 수록 내 한숨은 깊어졌고, 내 표정은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안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동료에겐 내 감정을 토해냈고, 독서모임에서는 무너진 자존감을 토해냈고, 남편에게는 나의 공포감을 토해냈다.


 어두운밤 걱정들로 잠을 설칠 때였다. 더이상 뒤로 물러서고 싶지 않아 두꺼워진 상념들 위로 나만 들리게 말했다.

“괜찮아. 잘 될거야.”




 무대공포증에 있음에도 강사를 하겠다며 첫강의를 하던 그 때도 도망가고 싶었다. 목소리는 두꺼워지고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하지만 그런 한계를 뛰어넘으려 눈을 질끈 감고 단상 위로 올랐다.






그래 그 때의 경험처럼 지금의 나를 뛰어 넘어보자.



이전 15화 어색하지만 자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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