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란 기와 본질
기본(基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은 기와 본질이다.
'기'는 기세(氣勢)이기도 하고 '자기(自己)'이기도, 나라는 사람의 그릇(器)이기도 하다. 내 안에 가진 이 모든 것이 바탕이 되고 터전인 '기(基)'가 된다. 사람에 따라 '이기적인 나', 혹은 '나를 이기는 나'일 수도 있다.
본질(本質)은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만 남긴 뼈대다. 그래서 말하기에 관한 다양한 '기'술은 말의 본질이 아니다. 이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수많은 케바케, 사바사를 동반한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적용할 수 없는 예외가 많은 이유다.
그런 이유로 <올바름 All발음>은 침묵의 말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보이스 트레이닝이나 말하기 훈련에서 '호흡, 발성, 발음'을 기본 3요소라고 보는데, '호흡'을 가다듬기 전 '비움'의 상태, 즉 '무無'의 상태를 만들어 스스로를 응시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말하기를 훈련하기 전 말을 디톡스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통해 나의 말하기 습관은 어떠한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관찰해 볼 수도 있다. 잠시만이라도 고요와 고독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음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음악가가 제자를 받아 들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첼로라는 악기를 가르친다고 하자. 그런데, 한 제자(A)는 한 번도 첼로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고, 다른 제자(B)는 첼로를 오랫동안 연주해 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 음악가는 A에게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업료를 제시했고, B에게는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제시했다. B는 의아하고 억울해서 왜 그런지 물었다. 그러자 음악가는 '처음으로 돌아가 당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라고 했단다.
오래 전 어느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 교수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말하기를 가르치기 위해서 일정 기간 동안 묵언 수행, 즉 스스로 침묵하기를 실천했다고 한다. 그때 느꼈던 답답함과 후련함, 자유로움에 대해 썼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꼭 말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불필요한 말을 불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많이 하고 산다는 의미일 뿐, 할 말과 안 해도 될 말을 잘 가려서 하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다.
말은 할수록 늘기 마련이다. 그게 공허한 말인지, 밀도 있는 말인지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움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침묵을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중요한 비즈니스나 용무가 없을 때 가령 주말이나 각자 편한 시간대를 정해서 침묵하기를 실천한다.
여건 상 4시간~최대 이틀까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목표를 정하고 무조건 말을 하지 않는다. 이 방법은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주위에 침묵 미션임을 미리 선언해 놓는 게 좋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은 말은 기록해 두고 감상을 남긴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하게 되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게 꼭 필요한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 3번만 참아보자. 참았던 말을 기록하고 감상을 남긴다.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인지 알지만, 의로운 마음으로 (오지랖인 줄 모르고) 조언처럼 꼭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3번만 참아보자. 참았던 말을 기록하고 감상을 남긴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3가지 중에 한 가지만 정해서 미션을 해봅니다. 공유를 해도 좋지만, 혼자만의 기록으로 훈련을 해도 괜찮습니다. 또한 실패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실패했다면 왜 그랬는지 기록하고 객관화한 후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요. 디톡스 하듯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의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것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의미라고 탈무드에서 말합니다. 그러나 침묵은 금이기도 하고 금지이기도 합니다. <올바름 All 발음>은 말하기에 절대적인 원칙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양면성이 있음을 생각하고, 이로운 방향에서 생각하는 말하기 수업이 되겠습니다.
피아노에 임윤찬이 있다면 첼로에는 한재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