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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Apr 01. 2023

 동물에서 특별한 고양이로

먹이를 준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것


     


사실을 고백건대,  나는 기본적으로 동물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동물은 인간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존재로 움직이는 식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왔다. 동물이 애완을 넘어 사람의 반려자가 된 세상에 살면서도 동물과 나의 경계는 다른 차원의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보통의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한 때의 어린 날 엄마에게 강아지를 길러보자고 조르던 적이 있었다. 집안을 맨날 쓸고 닦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던 엄마에게는 어림도 없는 보챔이었지만 말이다. 그때에는 집안마당에서 키우는 개들은 전부 목줄에 매어져 있었고 그 개들은 금방 자라 호랑이만큼 커져 어금니를 드러내고 침을 줄줄 흘리며 금방이라도 팽팽한 쇠줄을 뿌리째 뽑아 끊고 덤벼들어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는 동네개가 되었다.  그런 끔찍한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나의 동물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없는 성역이 되었다.


도둑고양이

높은 울타리나 대문이 없는 주택 단지 안에는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이 한 번씩 발을 들인다. 사실 길고양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에 도둑고양이가 그들의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아파트가 지금처럼 없던 옛 한옥 집의 마당이나 열린 부엌에 도둑처럼 몰래 들어와서 허기를 채우고 잽싸게 사라지던 고양이. 그런 날에는 고양이는 쥐와 같은 취급으로 빗자루타작을 받고 쫓겨나 도망가기 일쑤다. 쥐와 같은 대접을 받던 고양이.



그런 투쟁의 과거를 안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소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는 아직도 길 위에서 삶을 이어간다. 어쩌다가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은  때로 나보다 더 냉담하고 무심한 눈빛을 보여준다. 생존을 위해 필사적이어야 함이 마땅하나 오히려 일체의 내색을 하지 않고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길 위의 고양이들을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처럼 나와는 무관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냥 한 마리 동물이었던 존재가 나만의 고양이라는 특별함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만남이 가진 의도성에 있다.  하찮았던 동물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에게 다가갈수록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고 그것을 알게 해 주려고 나에게 일부러 온 동물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것은 이제 그저 한낱 똑같은 평범한 동물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로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날,  살금살금 우리 집 현관까지 와서 빼꼼히 안을 들여다보는 보잘것없는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의 용감함이 솔직히 약간은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배가 고프면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람의 눈앞까지 왔나 하는 마음에 안쓰러움이 슬그머니 일었다. 한번 음식을 주기 시작하면 계속 올까 걱정되어 일부러 동물의 눈을 피하다가  곁눈질로 보다가 하는 눈싸움이 며칠 이어지다가 결국 일단은 지금 주린 배나 곯지 말라는 마음으로 현관 앞에 먹이를 가져다 놓았다.         



동물의 먹이가 없어 급하게 계란을 삶음. 입맛에는 별로 인 듯했지만



그런데 먹이를 준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뜻이었다.


입맛을 따질 계제가 아닐 터인데 허겁지겁 먹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먹었다.  그리고는 몇 시간 뒤에 다시 나타나 먹었는데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먹는 모습이 마치 일부러 자신을 위해 먹이를 놓아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의 자비라는 것도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고 지금 선한 인간이 계속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아는 듯 마지막일지 모르는 한정된 끼니를  내일을 위해 아껴 먹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는 고양이의 그런 행동이 주는 대로 다 받지 않는 최소한의 염치랄까 하찮은 동물에게서 고귀한 자존심을 본 듯하여 녀석이 남달라 보였다. 그렇게 길고양이 한 마리와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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