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비 포옹 07화

기계와의 동거

멈출 수 없었던 그 하루들

by 몽돌이

박다이달로스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에는 노동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순수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공활'에 참여한 학생들도 있었다.

공활은 공장활동의 줄임말로 단지 노동현장을 체험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삶의 밑바닥을 마주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시도도 현실에서는 ‘취직도 잘 안 되고 돈도 벌어야 했던’ 젊은이들의 생존 방식으로 굴절되곤 했다.


박다이달로스도 개인적으로 공활을 했다. 삼성 하청업체였다.

공장에 나간 첫날부터 라인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기계는 사람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음날에야 깨달았다.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프지? 몸에 힘을 주어서 그런가?”

내가 중얼거리자 영리해 보이는 여자 노동자가 대꾸했다.

“그걸 벌써 알았어? 기계 속도에 맞추다 보면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 몸에 힘을 빼니 그제야 고통이 사라졌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속도로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 존엄은 무심히 닳아져 갔다. 그것은 폭력이나 다름없었다.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그래도 노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기계 앞에 서 있는 어린 노동자들.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들의 얼굴엔 피곤이 서려 있었고, 희망은 멀어 보였다.

게다가 그녀는 일주일에 세 번씩 저녁에 고액 과외를 나가야 했고, 그런 날에는 공장에 갈 때도 옷을 말끔히 차려입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동생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고단한 얼굴을 보며 그녀는 안일하게 자신의 영달만을 쫓아온 과거를 마주해야 했다.

박다이달로스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분연히 일어나 체불임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싸웠어야 했지만, 그것은 공염불이 되었고 말 한마디 못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왜 그렇게 쉽게 눈을 감았을까.

동생들의 고단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지만, 그녀는 한숨만 내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결국 위장취업이라는 사실이 들통났다. 공장 사장은 그녀를 따로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녀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엉뚱한 말을 하자 사장은 안심한 듯 보였다. 아마도 지도선을 찾는 듯했다.

그는 자신도 과거엔 노동운동을 했다며 노동자의 고단함을 잘 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몇 달째 계속된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그도 아마 살아남기 위해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았다.

결국 박다이달로스는 한 달치 월급을 받고 공장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회색 먼지가 가득한 공장, 그 속에서 눈빛만은 맑았던 아이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한 달 남짓 머물던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똑똑히 봤다.

그녀는 ‘나만 살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 후로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존엄임을 서서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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