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너에게 #12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다른 길로 갈 때 피아노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취미로 계속해봐요. 다만 취미로 하자면 프로보다 잘해야 되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선생님께서 '좋아서 한다는 건 그런 거야'라고 하셨다.
여러 뜻이 내포된 표현이었던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실력을 따지지 않고 수입도 바라지 않고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고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해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취미가 있을까.
내 지금까지 삶을 돌이켜본다.
...... 없다.
프로만큼 잘하는 건 일단 없고, 몇 시간이든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관심 가는 건 많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보다 잘하고 싶은, 어떻게든 부업으로라도 삼고 싶은 그런 욕심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단 하나.
실력은 늘지 않지만 꾸준히 좋아하고 투자(시간이 아닌 돈을)하는 취미, 아무런 욕심도 없는 취미가 있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의미로서의 "취미"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있는 "미취미"가 있다면.
게임이 아닐까 싶다.
육아로 바빠도 간간히 플레이하고, 새 게임을 사고, 남편, 동생이나 친구랑 정보교환도 하며 그 시간만큼은 내 삶의 짐 같은 거를 잠깐 곁에 둔다.
매일 못해도 상관없다.
가끔 질려도 상관없다.
언젠가 다시 게임으로 돌아온다.
영화감상이나 독서에 대해 가지게 되는 '해야만 한다!' 하는 사명감도 없다.
프로는 못되고 장르도 너무나 한정적이지만.
취미라고 하기에는 안 하는 날이 너무나 많지만.
이게 순수 좋아함일까.
어제의 너에게
좋아하는 장르가 거의 초등학생용 게임인 것도 참 한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