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너에게 #12
일본에서 돌아올 때 친정 엄마도 같이 와줬다.
같이 온 엄마도 이제 일본으로 가셨고 정말 내 휴가인 듯 휴가 아닌 듯 애매한 3주가 끝났다.
이것저것 정신이 없다 보니 머릿속도 정신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기에 관한 두 가지 작은 이야기를.
<목욕 가리기>
한국과 일본의 주택 구조 중 가장 차이가 나는 것 중 하나가 욕실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도 샤워와 변기가 함께 있는 방도 많지만 2인 이상이 사는 용도로 설계된 곳은 대부분 화장실이랑 욕조 달린 욕실이 따로 되어 있다.
욕실 앞에는 보통 탈의실이 있어 거기에 건식 세면대가 있고 같은 공간 즉 탈의실 안에 세탁기가 있는 집도 있다.
친정집도 그런 구조였다.
욕실에는 욕조가 있고 욕조에는 매일 따뜻한 물을 받아놔서 엄청 습하다.
조명은 다른 방과 다르게 노란빛이다.
그래서일까.
아기가 이 욕실을 엄청 싫어했다.
2주 이상 지내면서 다른 방은 다 익숙해져서 좋아했는데도 욕실만큼은 싫어했다.
원래 목욕을 좋아하는 애인데도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당황했고 미안했다.
낯가림도 장소를 가리는 일도 딱히 없이 어디든 밥을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아기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
목욕을 끝내고 울고 불며 파닥파닥 온몸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아기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국 목욕 가리기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었고 집에 돌아오니 다시 목욕을 좋아하는 아기가 되었다.
<배 베개>
아기가 잘 때 엄마를 찾아 가까이 오는 일이 늘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 배를 베개 삼아 잠들 때도 있다.
그러다가 문뜩 약 1년 전 분만실에서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 분만실 입실 후 40분 만에 이루어진 어리둥절한(나만 그랬을 수도) 첫 만남 때.
아기는 처치가 필요해 간호사 선생님께서 한 5초 동안만 내 배? 가슴? 위에 아기를 올려주셨다.
그때의 그 무게와 따뜻함과 놀라움(너무 빨리 나와서)은 조금 흐릿해지긴 했지만 기억이 난다.
지금 드는 생각.
많이 컸다. 감사하게도 건강하다.
비관적이고 자신 탓을 많이 하는 나지만 그날을 생각하면서 지금 아기랑 누워있으면 나와 아기에게 칭찬만 하고 싶어진다.
오늘의 너에게
굳이 엄마 쪽에 오지 말고 넓은 데에서 자면 좀 더 편하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