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너에게 #13
아기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을 때.
나는 목만 빨리 가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리원에서 목욕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인형을 썼었다.
인형을 쓰니 순서나 전체적인 시간만 신경 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날 모자 동실 시간에 아기 속싸개를 풀어보고 급 불안해졌다.
당연하지만 목이 정말 흐물흐물(?)했다.
집에 가고 나서.
자리를 옮길 때에도 그냥 안아줄 때에도 못 가눈 목이 너무나 불안했다.
불안함 속에서도 친정엄마와 함께 터미타임도 시켜봤다. 목욕은 엄마가 도와주기도 해서 특별한 사고 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도 아기도 조금씩 호흡을 맞춰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목을 가눌 때쯤에는 내 걱정과 관심사(?)는 목에서 다른 데로 가 있었다.
통잠이라던지, 뒤집기라던지, 이유식 준비라던지.
다시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하지만 목을 가누는 게 성장의 전부는 아니고, 또 뒤집어도 배밀이를 해도 다른 종류의 위험이 언제나 존재한다.
내가 기다리고 준비해도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늘 계획과 준비를 하면서 살아온 나에게는 이런 육아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아기는 내 기다림이든 마음의 준비든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성장한다.
그리고 현재. 소용없는 기다림은 포기하고 1년 이상을 보내다 보니.
나는 기다림 대신 따라가고 있었다.
간신히, 따라가고 있다.
어느새 포크나 숟가락을 스스로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아기가 걸을 기미가 보이고, 어느 날 갑자기 아기에게 최애 그림책이 생기고, 뜻을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른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단어가 생기고......
정말 따라가기 바쁘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있어서 그런지 아기가 보여주는 성장한 모습에 더 잘 감동받는 것 같고 기쁘기도 하다.
계획하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까지 변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기 덕분에 나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배우는 것 같다.
오늘도, 이번 주말도, 잘 따라가야겠다.
오늘의 너에게
잘 닦아놓은 장난감을 두고 왜 자꾸 영양제 통만 탐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