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너에게 #11
도쿄에 있는 친정집에 왔다.
아기를 데리고 도쿄로 오는 건 두 번째이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 해도 비행기를 타야 하니 준비할 것도 많고 걱정도 많다.
장난감과 간식, 점심까지 잘 준비하고 비행기를 탔는데 다행히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얌전히 도쿄까지 왔다.
기특하다.
집까지 가는 전철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손도 흔들고 기분 좋게 집까지 갔다.
사실 나는 비행기보다도 도착하고 나서를 많이 걱정했었다.
처음으로 도쿄로 왔을 때.
비행기에서는 역시나 잘 먹고 잘 잤지만 도착하고 나서 불안해 보이더니 며칠간 분유도 이유식도 거부하고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중 나온 우리 엄마에게도 잘 안겨 있고 웃으면서 집까지 오니 마음이 놓였다.
이번에는 괜찮나 보다 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기가 나에게서 한 순간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게 되면 한국에서는 며칠에 한 번밖에 안 하던 대성통곡을 했다.
아무도 없거나 할머니만 있다면 모를까, 평상시에 늘 같이 놀고 있는 아빠가 있는데도 그렇다.
밥도 내가 줘야 먹고 기저귀도 내가 갈아야 안 울고 잠도 내가 재워야 자고(이건 원래 그랬지만) 내가 안아줘야 겨우 울음이 그치고...
사실 나는 오랜만에 친정에 왔으니 조금은 육아가 편해질 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현직 어린이집 교사인 친정엄마가 '아기를 봐줄 테니 너는 좀 쉬어'라는 말도 해줬으니.
하지만 현실은 한국에서 남편이랑 아기를 케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내가 혼자 하게 된 느낌이었다.
(울어도 어쩔 수 없이 엄마나 남편에게 맡기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기의 감각은 참 섬세한 것 같다.
내가 엄마한테 아기를 맡기고 좀 쉬려 한 마음을 안 걸까.
그냥 낯선 곳이라 불안한 걸까.
어쨌든 아기는 한국에서의 모습과는 달랐다.
신기한 건 밖에 나가면 아빠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잘 안겨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지 역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웃는다.
... 내 마음은 복잡하다.
다행이지만 왜 할머니 집이 그렇게 싫은 걸까 싶다.
(아기가 무서워할 만한 물건은 아예 없는 집인데...)
'낯가림이 없어서 엄마 편하겠네~'
한국에서 길을 가다가 마주친 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낯가림이 없는 건 맞지만... 엄마 껌딱지계의 왕이 되었다.
뭐 그래도 밥은 먹어주니 다행이라 여기면서 나는 가능한 한 아기와 붙어있기로 했다.
주택가 거리나 편의점, 100엔 샵 등등 같이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할머니와 함께 놀기도 한다)
이 여행이 아기의 기억에 남지 않더라도 어른들은
아기의 우는 얼굴, 웃는 얼굴 둘 다 실컷 봐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의 너에게
밖에서라도 많이 웃고 많이 놀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