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기로 보는 성장

오늘의 너에게 #17

by Illy

신생아 시절.

아기는 내가 드라이기를 틀면 울음을 그쳤다.


드라이기 소리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익숙한 소리인 셈이다.



그래서 안아줘도 안 달래질 때 드라이기를 틀었다.




100일 지나서.

드라이기로는 안 달래지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그냥 생활 소음이 되었다.



하지만 관심은 여전히 있고 아기 기분이 좋을 때 틀면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참고로 아기는 머리숱이 없어서 드라이기는 필요 없었다.




8개월을 지나니 내가 드라이기를 틀면 울면서 보러 오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고 돌아와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드라이기 소리가 나면 엄마가 한동안은 거실로 안 오니 천적 같은 소리였겠다.




돌 가까이 되니 웃으면서 보러 온다.

자기도 머리에 바람 불게 해달라고 머리를 가리킨다.


바람을 약하게 해서 멀리서 드라이기를 틀어준다. 간지러운지 웃는다.




돌을 지나서.

처음으로 아기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도망가려고 하고 맨날 엄마 아빠가 쫓아다닌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어도 보러 오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기 놀이에 집중한다.


익숙한 소리는 신기한 소리로.

그리고 또다시 익숙한 소리로.

이렇게 커가는구나 싶다.



오늘의 너에게

넌 머리가 빨리 말라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