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에게 #16
내가 일본에서 조선학교(주로는 1945년 이전에 일본으로 넘어간 재일교포의 자녀, 자손들이 다니는 학교. 북한 계열(?)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자세한 건 여기서는 생략하겠다)에 다녔을 때의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미 일본에서 체벌을 금지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이 머리를 때렸다고 하면 뉴스에 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그래도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하지만 조선학교는 예외였다.
선생님이 특히 남자 선생님이면 체벌을 받는 가능성이 컸다.
여 선생님이어도 빗자루 같은 걸로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 20대 중반인 남자 선생님이 담임이 되었다.
화가 많았으며 숙제를 집에 두고 온 학생의 손바닥을 막대기로 때리는 걸로 유명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고 손을 맞고 있는 친구들을 보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나는 손은 맞았던 기억은 없지만 딱딱한 책 뒤표지로 머리를 맞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왜 맞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같은 반 아이 중 누군가가 칠판에 낙서를 했다.
"○○ 죽어."
이런 식으로.
특별히 아이들을 아끼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담임이 화를 냈다.
범인을 잡겠다고 한다.
5분 이내에 자백을 안 하면 반에 있는 16명의 뺨을 때리겠다고 한다.
나는 설마 진짜로 때릴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낙서를 하는 아이는 누군지 거의 예상이 가기 때문에 그 애가 나설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5분 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담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한 명씩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몇 번째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꽤 많은 아이가 맞는 걸 보고 나서 맞았던 것 같다.
만 10살.
키는 140센치정도였을까.
선생님은 내가 휘청거릴 정도의 힘으로 때렸다.
이게 무슨 벌이지? 나는 무슨 죄지?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얼굴을 맞는다는 건 머리가 멍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몇 초 뒤 얼굴 피부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아팠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모두가 맞은 상태로 앉아 있으니 울 수도 없었다.
16명 모두 맞고 나서 선생님도 힘들었는지 여자애는 집에 가라고 했다.
그래봤자 여자 아이는 4명이었지만 선생님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바로 집으로 갔다.
결국 범인은 2번 더 맞고 나서 찾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범인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없고 그냥 얼굴을 맞았다는 사실만 이렇게 지금도 남아있다.
학부모들은 아무도 항의를 안 했던 것 같다.
학부모들도 거의 다 조선학교 출신이라 더 심한 체벌을 당해와서 마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엄마도 그날 바로 항의는 안 했지만 화는 냈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 후 담임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아이들 때려서 해결이 됐나요?"
선생님은 "안 됐습니다." 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아마 선생님도 후회는 했겠지 싶다.
25, 26살이 10살 아이들을 때리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1년에 한 번쯤은 반성했으면 좋겠다.
폭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교훈도 없고 깨달음도 없다.
폭력이 남기는 건 폭력을 당했다는 괴로운 기억뿐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그 후에 좋은 일을 해도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때리는 순간의 얼굴만 기억한다.
어제의 너에게
아팠지?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