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템

오늘의 너에게 #4

by Illy

로봇 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원래 우리 집에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흔히들 있으면 편하다고 하는 것들.


아기를 맞이하는 데 있어 바빠질 건 알고 있었기에 이런 것들을 들이는 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공간이 없어서 결국 안 샀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걸 선택한 것이다.


아기용품을 준비할 시기가 돼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왜 이렇게 '국민육아템'이 많은 건지.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광고를 해놓았다.

젖병소독기, 역류방지쿠션, 하이체어 등등.

그리고 하나같이 다 가격대가 있고 부피가 크다. 가격이야 어떻게든 된다고 해도 사이즈는 어떻게도 안된다.


육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는 모든 게 필요할 것 같았지만 역시나 공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몰려오는 불안함.

이게 조금 더 부지런하다고 될 일일까 싶었다.


그런 불안함은 미안함으로 변해갔다.

아기용 가구를 몇 개 둘 공간도 없는 집에서 키우는 게 약간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임산부의 멘털에는 타격이 컸다.


솔직히 말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광고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도 많다.



돌파구로 가는 길은 역시나 엄마가 알고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를 하시는 엄마가 내 고민을 듣고 했던 말.

'아기는 좁다 넓다 이런 거 몰라. 아빠 엄마 있는 것이 세상 전부야.'


그 말을 들어도 솔직히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미안하고 왠지 모르게 눈물도 나고 일본 집에 가고 싶었고 왜 이렇게 선택지가 많지 않을까 저출산이라 그럴까, 인구가 적어서 그럴까, 온갖 생각을 다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돌파구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 아기가 우리를 보고 웃기 때문이다.


쿠션이 있든 없든 어디에 앉아서 밥을 먹든 성능 좋은 소독기를 쓰든 소독을 어떻게 하든(결국 나는 일본에서 파는 전자레인지용 소형 스팀소독기를 구매했다) 아기는 내가 옆에 있으면 웃고 없으면 운다(혹은 그냥 알아서 논다).




육아는 템빨.

그런 말이 많이도 눈에 들어온다. 맞는 말일 것이다.

편하라고 만든 것들인데 있으면 편하겠지.



하지만 있는 게 기준이 되는 순간 힘들어진다.

그런 정신적 힘듦까지 안고 가는 건 체력전인 육아에 맞지 않는다.


국민이 어떻든 이웃이 어떻든 모두가 어떻든 그냥 우리는 우리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아기에게는 우리와 우리가 있는 곳이 전부다.



오늘도 아기는 컬러풀한 장난감보다 물티슈가, 엄마 손가락이, 보습제 튜브가 더 궁금하나 보다.

아무튼 건강해서 다행이다. 그냥 그걸로 됐다.



오늘의 너에게

다 좋은데 엄마 목을 긁는 건 그만해 주겠니. 엄청 아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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