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나

어제의 나에게 #3

by Illy

피와 모래가 묻은 동생 얼굴을 손으로 닦아주고 있을 때 나는 벌을 받았다고 느꼈었다.

동생은 빨간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세 자매 중 둘째이다.

이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 중 꽤나 중요한 요소이다.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펑펑 울었다.


기뻐서가 아니다. 슬퍼서였다.



나는 동생이 생기는 게 싫었다. 위기감이라고나 할까.

안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뭘 해도 눈에 띄는 언니 때문에 부모님이나 친척의 관심에서 자꾸 벗어나는 조용한 둘째였는데 동생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될까 겁이 났던 것 같다. 친척은 둘째 치더라도 엄마의 관심은 더 받고 싶었다.



동생은 신장에 선천적인 약간의 이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태어났다.

나에게 있어서 '불청객'이었던 동생에 대한 내 태도는 좋지 않았다.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생을 바닥에 두고 침대 위에 내 인형들을 펼쳐 놓고 놀았던 적도 많았고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무서운 얼굴로 째려보고 있던 적도 있다.


폭력을 쓰지는 않았지만 질투했고 못되게 굴었다.

그래서 동생도 첫째 언니를 잘 따랐다.

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동생이 안쓰럽기도 했고 속이 좁은 나 자신도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기억에 오래 남을 사건이 일어난다.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 수업이 끝나고 엄마와 당시 2살쯤 된 동생(아직 말은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이 마중 나와 주었다.

엄마는 선생님과 할 얘기가 있어 나에게 동생을 데리고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 있으라고 했다.


나는 그때 뭐가 짜증 나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졸졸 따라오는 동생 앞에서 보란 듯이 혼자 그네를 탔고 동생은 그네 주변에 친 울타리에 기대고 있었다.

나는 그네 타기에 몰두했고 잠깐 동생한테서 눈을 뗐다.


다음 순간 울음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봤더니 동생이 쓰러져 있었고 아마도 울타리에 너무나 기댄 나머지 앞으로 넘어진 것 같았다(당시 동생은 머리가 큰 편이라 자꾸 앞으로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나는 달려갔고 동생을 일으켜보니 입술에서 피가 나 있었고 모래도 잔뜩 묻어있었다.


나는 내가 안 보고 있었던 탓이라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어떡하지? 엄마한테 혼나겠다'하는 마음도 있었고 동생한테 미안함도 있었다. 머릿속이 바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서 울먹이면서 크게 우는 동생에게 혼을 냈다.


'그러게 위험한데 왜 기댄 거야'


모래를 닦으려고 놀이터에 설치된 수도 쪽으로 동생 손을 잡고 가고 있더니 엄마가 왔다.

엄마는 놀라면서도 동생을 안아서 입을 씻어주었다.


왜 이렇게 됐냐고 물어보는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위험하니까 울타리에서 놀지 마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덧붙였다.


벌을 받았고 또 죄를 지었다.

그 후 일은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생과의 어린 시절 기억은 이 놀이터에서의 사건만이 떠오른다.


내 속마음도 모르고 웃으며 그네를 바라보고 있던 동생.

동생이 없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생각했었던 나.

내가 못 본 사이 얼마나 격하게 넘어진 건지 피를 흘린 동생.

엄마한테 혼나지 않게끔 머리를 굴리고 있던 나.


나는 이때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미안해서 곪았고 마음이 아파서 곪았다.


다행히 지금 동생과의 관계는 양호하다.

동생이 한국 집으로 놀러 오기도 하고 같이 관광지를 돌아보거나 배달 음식을 먹거나 게임을 하기도 한다.

'언니, 언니랑 나 사이 안 좋았지?'

이러면서 동생이 웃기도 하고 내가 미안하다고 하기도 한다.



얼마나 잘해주면 그날을 비롯한 그때의 나의 태도가 청산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지금의 관계에 집중해보려 한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평생 남을 것이다.

남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었던 둘째인 나는 그 기억까지 있어야 완성된다.



어제의 나에게.

과거를 기억하되 집착하지는 말자. 더 중요한 건 오늘과 내일부터의 미래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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