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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09. 2024

인간 나미래 02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3: 49 am


금요일은 신문을 보는 날이다.

앨빈 토플러가 그랬다.

현재를 잘 관찰하면 미래가 보인다고.

큰 흐름을 봐야 한다고.

그래서 미래는 경제지 전자신문을 들락거린다.

사람들은 돈 앞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차갑다.

그래서 경제지는 뜨거운 정치거리, 가십거리, 윤리나 희망에 가득 찬 호소를 차갑게 걷어내고 돈 벌기 딱 좋은 남들보다 반보 앞서는 정보를 숫자를 대동한 데이터로 제공한다. 섣불리 잘못된 전망이라도 했다가는 밥그릇에 재 빠트린 사람들이 쏘는 불화살을 맞을지 모른다.

자유 중엔 뭐니 뭐니 해도 경제적 자유라며 만든 습관이었다.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행동이지만 습관이 되어버렸다.

꼬리뼈처럼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한국 제작 가상 아이돌
 빌보드 음반 차트 1위
케이팝 음악의 새로운 후계자 등장
가상 연예인 기획사 버그로 인해 정보 유출



'가상 아이돌?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절로 도는 머니파이프라인을 꿈 꾸며 만든 수많은 개정들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무색하게 개설해 놓은 유튜브 계정, 브런치 글, 인스타 구독수는 한자리다.

인세는 확인 안 한지 오래다.

미래의 파이프 라인을 만드는 속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못 미쳤다.

그래도 미래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

미래가 일군 기적은 아니다. 기술이 이룬 기적이다.



지난달 구청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과거가  최저 입금도 안 되는 월급을 받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수급 시기가 늦어졌다.

자립과 노동의 가치를 믿는 과거 월급이 오르는 기적은 없었지만 올해 들어 기초 생활 수급자 기준이 올라간 탓에 미래네도 간신히 수급할 자격이 생겼다.

비약적으로 발달한 인공지능과 로봇세 덕분에  나라에서 주는 생활보조비만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영광의 기초생활 수급자가 됐다.

먹고 사는데 인격, 성취감, 자존심 같은 걸 내세우는 건 옛날에 다 죽은 양반들이나 하는거지.

미래를 보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경제적 자유가 선사한 수많은 여가 시간과 덤인 지루함에 대해 투덜댄다는 것은 감사를 모르는 투덜이나 하는 행동이다.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에 집착하지 말고 운동이나 하자.

10분 만에 끝내는 뱃살 타파

올해는 비키니를 입고 말겠어.

옆집 엄마가 주사 한방이면 살이 10킬로가 빠진다며 병원도 소개해줬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중국에서 좋은 가격에 들어온 복제약 덕분에 단숨에 살을 빼준다는 주사값이 독감 예방 접종값도 안 된 지 오래다. 무슨 일인지 아직 먹는 약으로는 개발되지 않았으니 더 기다리는 수밖에.

게다가 임상실험 10년이면 아직 너무 짧은 듯하다.

이번에도 역시나 변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니 이미 남들 다 아는 시시하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운동이나 하는 수밖에.




6: 00 am

띠리링 띠리링

도시락 싸야지.

오늘은 또 뭘로 싸나.

큰 녀석 수영 연습 있다고 했는데 김밥이나 싸볼까.

지퍼가 찢어지게 불룩 나온 도시락통을 부엌 한 구석에 세워 놓는다.

마찰 없는 순조로운 하루를 위해서.


6: 30 am

오늘도 버스 타기 딱 5분 전 일어나서 벅벅 머리 빗는 소리가 들린다.

그 놈의 머리는.

"야, 아침 먹고 가"

"싫어. 학교 가서 하나 사 먹으면 된다니까 왜 굳이 싸"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쾅"




"쾅."

'저 문은 참 튼튼도 하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벌써 돌아온 모양이구만. '

"다녀왔습니다."

"학교는 어땠어? "

"몰라."



6: 00 pm

"저녁 드세요."

각자 최애 전자기기를 하나씩 끼고 식탁 앞으로 모인다.

과거는 좋아하는 야구를, 큰 녀석은 연애 예능, 작은 녀석 까투리쇼를 튼다.

" 아우 같이 밥 먹는데 영상 끄고 우리 얘기하면서 같이 먹으면 안 돼? "

" 무슨 얘기? 뭔 일 있어? "

" 일은 무슨. 그래도 그냥 낮에 있었던 일 이야기하면서 서로 이야기하자고. "

" 에이~ 말해도 이해도 못 하면서 뭘. 당신 머리 아프지. "

" 맞아.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 "

말문이 막힌다. 그러니까 알려달라는데. 세상에 나가 본 사람들이 세상 구경한 이야기 좀 해 달라는데.

" 엄마 말소리 때문에 비디오 안 들려. "

"......"



9: 00 pm


"엄마, 다음 층에 누가 사는지 알아? "

" 달팽이 아냐? "

" 아이. 안다고 하면 어떡해. 모른다고 해야지. "

" 알았어. 다시 물어봐. "

" 엄마, 다음 층에 누가 사는지 알아?"

" 글쎄. 누가 사는데? "

" 달팽이야. 여기 보이지 요기 위에. 이게. 달팽이집이쟎아. "

" 어우 어떻게 찾았어? 관찰한 거야? 어떻게 하면 엄마도 그렇게 자세히 볼 수 있어?"

" 엄만 안 돼."

" 왜? "

" 나만 보여.

'벌써 만 번도 더 읽은 책인데

나도 다 보이는데.

내일은 그냥 오디오북 틀어줄까......'

그렇게 오늘도 미래는 작꿀이 와 읽은 책을 또 읽다 잠이 들었다.




2: 15 am

방문 밑으로 새벽까지 불빛이 새어 나온다.

' 이 놈 시키. 불 끄고 자라니까. 컴퓨터도 켜 놓고. 모야? 미니버스? '

노랑머리를 하고 짧은 주름치마를 팔랑거리는 아바타가 보바티를 들고 의자에 앉아 있다.

방 한가운데는 깔려 있는 젖소무늬 러그, 반짝이는 샹들리에, 책상 위엔 최신형 컴퓨터, 그랜드 피아노.

캐노피에 레이스가 쳐진 공주풍 침대.

'아이고 저 샤랄라 한 침대 좀 봐. 이름표 없어도 큰 녀석 방인지 알겠구먼.'



미래는 7년 전 이 집에 이사오며 꾸민 녀석 방 한가운데 서서 슬쩍 훑어본다.

7년 전 초등학생이던 첫째는 그저 방이 생긴 것에 신이 났었다.  

낡은 책상, 크림색의 벽과 크림색의 침구들, 공주방이라기보다 기숙사에 가까운 네모 모양의 평범한 싱글 사이즈 침대.

오늘따라 단순해 보이는군.   

쳇. 유치하긴.

단순하고 얼마나 좋아.

가상이니 저 정도지 실제로 저렇게 했어봐라. 저런 커튼은 찢어져서 빨지도 못해요.

먼지는 또 어떻고. 청소도 잘 안 하는 게.

맨날 저런데 들어가서 노니 자기 방에 있으면 답답하다고 하지.'




3:00 am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안 오지 않는다.  

주룩주룩. 장댓비가 쏟아진다.

'벌써 9월인데, 아직도 장만가

뇌파가 회복할 시간인데 큰일이네.'

아까 큰 녀석을 닮은 아바타가 생각난다.

컴퓨터에 앉아 접속해 본다.

'주가가 연일 올랐다던 그 미니버스가 이거구만? 난 또 뭐라고. ' 



가입하시겠습니까?

'해보지 뭐.'

ID: Futurepirate

'별거 아니네. 옛날에 싸이월드 대문에 있던 꾸미기 방 같은 거 아냐 이거?

하여튼 맨날 새로운 거라면 다들 그저 헤벌레 해서는.

어우 뭐가 이렇게 많아.

어지러워라.

어디로 가야 하지? 이건가? 롤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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