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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1. 2024

인간 나미래 05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3: 49 am

아 오늘은 도서관에 한번 가볼까.

어디 미니버스 도서관엔 무슨 책이 있나.

대박. 클릭하면 다 요약해서 보여주는 거야?

어라? 관련 영상까지 뜨는데?

작가 콘서트도 있고?

제법인걸?


가상 세계에서도 책은 책꽂이에 꼽는 모양이군.

빙그르 돌아내려 오는 계단 밑 벽에 많이 보던 책 표지가 붙어있다.

랑랑별 때때롱. 권정생. 작가 콘서트

돌아가신 권작가를 만날 수 있다고?

언제야. 4:00 am

얘네들은 돈 벌 생각이 없나?

이 새벽에 누가 온다고 대 권작가님의 콘서트를 이때 하는 거야.



"안녕하세요. "

"권정생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정말 만나 뵙고 싶었어요."

"저도 반갑습니다. futurepirate님. "

"제 이름을 이렇게 불러주시다니 영광이에요."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됐어요?

"제가 원래 종지기를 하면서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때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려다 보니 글을 쓰게 됐어요. "

"선생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하하, 저처럼 써서 뭐 하시게요. 저도 그냥 펜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냥 썼을 뿐이에요. "



미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냥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언제인가.

기계들은 이유 없이 하는 게 없다.

그냥 하는 건 인간뿐인데

진짠가? 진짜 권정생 선생님인 건가?



이 새벽에 이런 콘서트에 들어오는 이상한 사람은 누가 있나 둘러본다.

갸름한 얼굴, 백발 머리,  흰색 반팔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어르신 모습을 한 아바타가 가만히 앉아 있다.

질문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는다. 

궁금한 걸 못 참는 미래는 백발 아바타에게 다가가 본다. 5 duck?

오리를 좋아하시나?

"그쪽도 권정생 작가님 좋아하세요?" 

"네. "

"무슨 책을 좋아하시는데요? "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요.

"권작가님이 쓰진 유명한 작품들도 많은데 특이하시네요. 왜 그런 편지글을."

"선생님하고 얘기하는 거 같아서요."

"작가세요?

"네. 비슷합니다. "

"비슷한 건 뭐예요? "

"글 써서 먹고 살진 못하니까요."

"요즘 그런 사람이 어딨 어요?  공짜로 읽는 좋은 글도 천지에 널렸는데.  게다가 인공지능이 초단위로 써 대는 글을 무슨 수로 이기겠어요? "

"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정말 좋은 글이라면 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부족한 거겠죠."

"아이 무슨 말씀이세요. 님도 자기 탓의 굴레에 빠지시면 안 돼요. 시스템이 문제라고요. 시스템이. 요즘 나오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마케팅도 한 몫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지네요. 그런데 전 아직도 저를 납득시킬 만한 좋은 글을 쓰질 못해서요."  

"네...... 좋은 글은 뭘까요? "

"글쎄요. 저도 그 답을 얻고 싶어 선생님 콘서트에 왔어요. "

"그런데 왜 안 물어보세요?"

"물어봐 진짜 권정생 선생님 답은 아니잖아요. 인공지능 답이지. "

"그럼 왜 오셨어요? "

"그냥요. 이렇게라도 뵙고 싶어서요. 이렇게라도 뵈면 제 마음 메아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띠를띠릉.

미래가 올린 영상이 떡상을 한 덕분에 전화기가 새벽 내내 몸부림을 쳤다.

불과 1주일 만에 실시간 검색어 1위라고?

이게 말이 돼?

내 목소리가 이렇게 먹힐 일이야?

나의 진정성이 담긴 주옥같은 가사가 먹힌 건가.

야 세상 쉽네. 음악 점수가 60점을 넘어 본 적이 없던 음치인 내가 차트 1위라니. 하하하

성공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진심은 역시 먹히는구나.

꿈은 이루어진다더니만 진짜구만.




미래는 미니버스  작업실 앞에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조금 이따가 lonelysinger를 만나기로 해서 기다리며 지나가는 아바타들을 구경 중이다.

옆 테이블에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야 futurepirate 노래 들어봤어? 미쳤어. 진짜 불렀다니까. 저런 노래 처음 들어봐. 저 불안한 음정. 이건 진짜 모 아니면 도지. 일부러 저러는 거면 진짜 천재고 아니면 진짜 대책 없는 음치인거지. 저건 도대체 따라 할래야 할 수가 없어. 내가 프로그래밍으로 해봤는데 안 되더라니까"

"내 말이! 진짜 신선하지 않냐?  찐이야 찐. 야 버튼 몇 개면 마이클 목소리랑 아이유 목소리랑 다 섞을 수 있는데도 저런 생목으로 부르는 노래를 만드는 건 참 쉽지 않은 용기지. "

"가사는 어떻고. 자기가 무슨 시인이냐. 간만에 웃었다 야."

' ...... 욕이야.칭찬이야......그래도 난 1등이거든. '




6: 00 am

사인해달라고 하기만 해 봐라. 시간이 조금만 있었어도 한마디 해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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