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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2. 2024

인간 나미래 06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2: 45 am

다시 자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하루를 시작하기도 애매한 시간에 눈이 떠졌다.

자기는 그른 것 같군.

해야 할 일을 잔뜩 미뤄두고 미니버스를 연다.

하. 큰 녀석은 대체 어딨는 거야?

녀석이 좋아하는 놀이동산에 가봐야겠군.

얼씨구? 귀신의 집도 있네.

왜 다 좀비 일색이냐. 에이 식상해.  



미래는 귀신의 집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어? 얘? 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니?"

"길을 잃었어요.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야 그런다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막 돌아다녀봐. 물어보던지. "

"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어요.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 주던데. "

"아우 답답이 야 따라와. "

Futurepirate은 모르는 녀석 손을 잡고 간신히 귀신의 집을 빠져나온다.

"누나. 누나는 왜 계속 앞으로만 가요? 뒤로 갈 줄 몰라요? "

"하하하하 뒤로 갈 수 있는 거였냐? 야 몰라도 내가 너 살려 준거야. 이 시키야. "

"네 감사해요. 너무 무서웠어요. 냄새까지 진짜 같고. "

"자식. 소심하긴. 잘 가라. "

"어? 누나 혹시 futurepirate님 그 가수예요? "

"응. 나야. 하하 "

"우와 나 사진 찍으면 안 돼요? "

"특별히 찍어주마. 사인도 해줄까? "

"네. nodreamer에게 라고 써 주세요. "

"꿈이 없어? "

"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

"여기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거 몰라? 이 시키는 나보다 더한 시키네. 축구선수도 되고, 가수도 되고 다 돼. "

"네. 알아요. 근데 다 해봐도 처음엔 재밌는데 금방 재미없어지더라고요. 또 이건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 실제로 엄마 아빠를 웃게 하고 싶은데. 우리 엄마 아빠는 이런 거 안 하시거든요. 제가 여기서 축구선수인 것도 모르시고."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 웃게 만들 수 있는데?"

"글쎄요. 저도 몰라요. "

"야 엄마 아빠는 네가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하고 즐겁게 하면 좋아하실 거야. "

"가상현실일 뿐인데요? "

"뭐 가상현실을 인정하질 않으시니 이해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네가 이곳에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현실세계에 있는 부모님과의 연결고리도 놓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으실까?"

'그런가? 역시 남한테 두는 훈수는 쉽다니까. 큰 애를 수색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뭐........'

"하긴 제가 저번에 가상현실에서 한 경기에서 우승해서 받은 돈으로 선물 사 드렸더니 좋아하셨어요. "

"그래? 잘했네. "

"고마워요. 누나. "

"별게 다 고맙다. 야 "

'가상현실에 목메는 얘네들도 결국 인간이었던 거구나.

운동 잘하는 애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싶듯, 공부 잘하는 애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듯, 가상현실에서 먹어주는 애들도 그저 자기가 잘하고 재밌는 곳에서 지내고 싶었을 뿐이었나봐 자식 안쓰럽네. '

 

 



9: 00 am

애들이 학교를 가자마자 오늘도 미래는 컴퓨터 앞에 붙어 앉는다.

미래는 정처 없이 큰 녀석 아바타를 찾아 돌아다닌다.

'노랑머리인데....."

탈출방 이런데 가면 있으려나.

'저게 뭐야?'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는 로봇 모양의 위압감이 드는 아바타가 보인다.

궁금한 건 못 참는 미래는 물어볼 아바타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아까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색으로 치장하고 유니콘 머리띠를 하고 정류장에 앉아 있는 아바타가 보인다.

"저기요, Purpleunicorn 님 저 교차로에 서 있는 로봇은 뭐예요? "

"몰라요? 저건 인공지능이 만든 아바타예요.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시하기도 하고, 트래픽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고요."

"아 그래요?"

'그래. 맞아. 여기도 규칙이 필요하지. 그때 그 무례한 녀석들은 혼 좀 내야 한다고.'

미래의 호기심에 불이 붙었다.

"저기요. watcher 1 양반. 나 노랑머리에 빨강치마를 입은 futuredreamer를 찾고 있는데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

"왜 그러시죠? "

"친군데요. "

"그렇다면 메시지를 보내시죠."

"메시지를 보낼 수 없어요. 제가 몰래 찾는 거라서."

"미니버스에선 스토킹을 할 수 없습니다. 레드카드 1장."

"잉? 뭐야 이거."

"언니 빨리 가요. 계속 그러면 언니 퇴출 당해요. "

"내가 걔 애미요. "

"계속 방해하시면 티켓 하나 더 나갑니다."

"언니 빨리 와요."




Purpleunicorn이 삐까뻔쩍한 보라색 스포츠카에 Futurepirate을 태우고 공원으로 데리고 간다.

"언니 공부 좀 해요. 그렇게 모르면서 왜 자꾸 미니버스엔 들어와요. 저번에 귀신의 집에서 절룩거리며 걷던 건 보다는 좀 나아졌네. 그래도 인공지능이 만드는 경찰 아바타도 모르는 건 좀 심해요."

"언니? 귀신의 집? 근데 언제 봤다고 언니냐."

"아 하하.  사실 언니 제가 어제 그 귀신의 집에서 만난 nodreamer 예요."

"뭐야? 너 거짓말한 거야?  "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전 아바타가 여러 개거든요. 그런 애들 많아요. 기분 따라 바꿀 수도 있고,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고. 뭐 그런 거죠"

'아 그럼 큰녀석도 못 찾겠구나.'

"그럼 왜 아까 모른척했어? 처음부터 말하지. "

"그냥 언니가 귀신의 집에서 절 도와준 게 웃겨서요. 여긴 그런 사람 없거든요. 그냥 다 지나가지. 뭐든지 다 혼자 할 수 있는데 도와줄 필요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없는 거에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언니가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게 제법 신선하던데요. 충고도 재밌고. 무슨 철학자처럼 그런 충고를 남발하는 게 좀... 좀 촌스럽긴 하지많요. 게다가 언니도 나름 유명인인데 친해두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

'이게 진짜. 내 충고가 재밌어? '

"넌 나 어떻게 찾았어?"

"그건 영업 비밀이죠."

"그럼 아까 부모님 얘기도 다 가짜야? "

"아 네. 하하. 반은 맞고 반은 가짜요. 저는 엄마하고만 살아요. 전 엄마가 난자 냉동해서 낳았거든요. 그리고 엄마는 미니버스를 잘 모르시기는 한데 제가 워낙 수입이 좋으니 걱정은 안 하세요. 제가 생활비를 대 드릴 정도로는 벌거든요. 세상엔 언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요. 새로운 것은 다 나쁜 것, 가상현실은 다 가짜고 인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다간 언니처럼 바보 되는 건 순식간이죠. "

"뭘 해서 그렇게 벌어?  "

"언니네 집은 어디예요? "

"집? 얘가 나를 물로 보네. 이런 데서 신상정보 말하면 안 되는 정도는 알거든."

" 진짜 집 말고요. 가상 집."

"......( 이것들은 툭하면 나를 신생아 취급하네 ) "

"집 없어요? 아직 안 지은 거예요? "

"응"

" 제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 드릴게요. 코인 500만 내시면요. 여기도 집을 잘 지으면 돈이 된다고요. "

"코인을 내라고? 야 내 친구는 다 공짜로 가르쳐주던데. 나 걔한테 물어보면 돼. "

" 공짜 정보 수준이야 안 봐도 뻔하죠. 뭐 편한 대로 하시던지요. 그럼 전 갈게요."

' 여우 같은 계집애. 뭔가 되게 기분 나쁜데. 놀림당한 거 같고. 속은 거 같고. '

" 야, 기다려봐. 너 나같이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 데려다가 꼬셔서 가르쳐 준다고 해서 돈 버는 거야? "

"꼬시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서 도움을 제안하는 거죠.  가상 라이프 코치거든요. 생각보다 언니처럼 무식한 아바타들이 많아서요."

" 안 돕는다며? 혼자 다 할 수 있다며? "

" 하하. 원래는 그래야 하지만 인간들이 배우는 속도가 모두 같진 않잖아요? 그리고 진짜 신기한 게 꼭 남한테 배워야만 하는 인간들도 있더라고요. "

"야 여기가 진짜냐? 게임하는 방법 좀 가르쳐준다고 돈 받게. 그리고 오픈소스라고 다 공개했는데 자기만 아는 것도 아니면서 먼저 좀 해봤다고 유세는. 나도 귀찮아서 그렇지 공부하면 다 할 수 있거든."

" 훗. 그러게요. 인류애네 뭐네 하면서 어쭙잖게 인류를 되게 생각해 주는 척을 하면서 모든 정보를 내주긴 했죠. 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걸 보고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니까요. 줘도 똥인지 진주인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다이아를 줘도 소용없고 이기적인 인간들은 제 욕망을 채우기 급급한데 말이죠. 과거에 얽매이거나 현생 하기 바빠 무책임하거나 무관심한 다수는 소수의 이기적 욕망에 굴복하거나 소수의 영웅놀이에 맹목적 찬사를 보내는 것 중에 선택하겠죠. 전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망이나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영웅심엔 관심 없거든요. 그저 현실적이고 계획된 준비로 윈윈 하고자 하는 건데 뭐가 잘 못이죠? 버림받은 다수가 의지할 데는 저희 같은 부류뿐일 텐데 그나마 저희가 인간적인 거죠. 나중에 어떤 식으로 되갚아야 할지 모르는 공짜보다 투명하게 대가를 요청하는 게 더 깔끔하고 낫지 않아요?  게다가 저희도 남들보다 노력해서 얻은 건데 대가가 있는 게 당연한 거죠. 인터넷에 있는 정보라고 뭐든 공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불공평하죠. 그리고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짠데요? "

"......"

'말은 청산유수네. 쳇. 결국 여기도 돈 없이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거구만. 유행어야 뭐야. 얘네들은 왜 진짜가 뭐고 가짜가 뭐냐고 나한테 자꾸 물어. 할 말 없게'



12:00 pm

벌써 막내 픽업 갈 시간이네. 또야?




막내에게 라면 하나를 끓여줬다.

죄책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에 달걀도 하나 넣어 잠재웠다.

'기다려라. 엄마가 돈 많이 벌면 곧 식단 짜서 요리해 주는 집에서 살게 해 줄게.'

미래는 막내가 아이패드에 푹 빠진 틈을 타서 컴퓨터에 잽싸게 접속한다.



3:00 pm

"오래간만 lonelysinger. 너 오늘은 무슨 스타일이야? 네가 말 안 했으면 모를 뻔했다. "

"하하 이번에 새로운 싱글 때문에 스타일 좀 바꿔 봤어요. 지겨워서. "

"근데 누나  그 소식. 들었어요? 가상화폐도 이제 실물 경제랑 똑같은 법으로 다룬대요. 세금 다 내고.

누나 이제부턴 음반 내면 전부 다 소득신고 해야 돼요. 아바타도 전부 아이디 신고하고 신분증 받아야 하고요. 아이 진짜 좋은 시절 다 갔네. "

"그래? 원랜 세금 안 냈어? "

"원래 누가 신경이나 썼나요. 다 가짜 돈이라고 무시하더니 이제 돈 좀 되는 거 같으니까.  "

"그래도 실물 경제 규칙을 따르면 가상화폐로 실제로 물건도 더 자유롭게 사고 재산으로도 인정받고 그럴 수 있으니까 좋은 거 아냐? "

"뭐 그렇긴 그렇죠. 그래도 여기선 부르는 게 값 일 때도 있었는데 저렇게 실제 법대로 똑같이 하면 가상이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그래서 다들 적당히 해야 된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결국 선을 넘는 아바타들이 많더니만. 덕분에 꼰대들이 자꾸 들어와서는 도덕이니 법이니 하면서 현실 세계처럼 규칙을 자꾸 만들어 대니까 점점 시시해지잖아요. 게다가 그런 구닥다리 법으로는 어차피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한다고요. 진짜 몸통은 손도 못 대면서 괜히 만만한 우리만 때려잡고. 우리끼리 놀 때는 재밌었는데. "

" 야, 여기는 나이 같은 거 안 따진다면서 너 꼰대니 뭐니 하는 건 차별하는 거 아니냐? "

"나이 때문이라는 게 아니라 자꾸 원래 있는 것대로만, 자기들이 익숙한 세상의 규칙대로 만들려고 하니까 그렇죠. 아니 그렇게 자기들이 잘하던 규칙대로 자꾸 하면 우리 같은 새로운 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성공을 하냐고요.  달리기에서 이미 앞서 달리는 애들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앞서 나가는 애들이 없는 새로운 게임을 짜는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

"......"

아...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땅을 향해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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