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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2. 2024

인간 나미래 07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 본 소설입니다.

1: 45 am

미래는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곤 깜빡 잠이 들었지만 오늘도 탈출에 성공했다.

이제 수면 시간은 엉망진창이다.

광활한 미니버스를 모두 돌아다니려면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을 새가 없다.

배워야 할 것도, 가볼 곳도, 알아야 할 것도 산더미다.

하룻밤이면 새로운 도시가 뚝딱 건설된다.



JM 프로덕션.

뭐야 광곤가? 유명한 기획사에서 나한테 이메일을 다 보냈지?

뭐? 기획사에 들어오라고?

뭐야 나 지금 캐스팅당한 거야?

내가 만든 옷처럼 옷을 만들어 팔고 싶다고?

내 상표도 만들고?

계약금?!!!

가상화폐 계좌를 알려달라는데.

이거 실화야?



평생직장이라고는 가져 본 적이 없는 미래는 자기 앞으로 된 계좌 하나도 없다.

'보나 마나 때려치우라고 할 텐데......'

미래의 은밀한 이중생활을 모르는 과거에게 가상화폐를 위한 계좌를 만들겠다 하면 뭐라고 할지 뻔하다.

나라 은행에서 발행하는 가상 화폐도 있다지만, 아직도 안 받는데도 많고, 해킹이나 버그 때문에 안정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가상화폐라며 잔소리할 게 뻔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남들도 하는 거 나도 다 할 수 있거든.

나 무시했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 무시했지?

두고 봐 보여줄 거야.

역시 미래는 도전해 봐야 하는 거였어. 이렇게 죽을 미래가 아니라고. '



쉽기도 하다. 클릭 몇 번이면 가상 은행 계좌가 열린다.

입금.

일십백천만 천만 백만...... 이게 영이 몇 개야.

이거 진짜 맞아?

미래는 어미존에 들어가 당장 사고 싶었던 컴퓨터를 질러 본다.

결제가 된다. 내일 배송이 된단다.

실화냐.


이거 돈이 되겠는데.

이러다 나 성공하는 거 아냐?




물론 돈 냄새를 맡은 건 미래뿐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미래가 아는 상표들, 회사들 이름이 쓰인 간판이 곳곳에 있다.

큰 녀석 찾는다고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을 뿐이다.

미니버스에서 나는 구수한 돈 냄새를 맡은 대형 기획사들, 온갖 회사들,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를 지난다.

'야 건축물 수준 봐. 물리적 제약이 없으니 이건 뭐 예술인데. 아니 요술이야 요술.'

이제 미래의 삶은 미니버스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6: 30 am

컴퓨터를 껴안고 거실 소파에 잠든 미래를 과거가 깨운다.

"여보, 나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이제 빈 사무실 혼자 시킬 필요 없게 해 줄게. 음냐음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


6:35 am

"엄마 나 도시락 없어? "

"없어. 사 먹는다며?  "

"엄마 나 버스 놓쳤어. "

"엄마 지금 못 데려다줘.  그냥 온라인으로 하던지. "


7: 30 am

" 엄마 나 비디오 보고 있을게."

" 아이고 착해라. 엄마 조금만 자고 일어날게."


8:45 am

막내 등원



9:00  am

미니 버스 잡지 촬영



10:00 am

미니 버스 공연


11: 30

하원


12: 00 pm

미니 버스 음반 작업

막내가 먹을 피자 도착


1: 00 pm

미니 버스 굿즈 회의


2: 00 pm

미니버스.의상 컨셉 회의


3: 00 pm

미니버스 생일 파티


4:00 pm

미니 버스 콘서트 설계


5:00 pm

미니 버스 집 꾸미기


6: 00 pm

미니 버스 사진 촬영


6: 00 pm

야 각자 배달 시켜 먹어.

엄만 안 먹어?

엄마 안 먹어. 배 안 고파


8: 30 pm

엄마 나 책 읽어줘.

안 돼. 엄마 바뻐.


9: 35 pm

미니 버스 안무 연습


11: 35 pm

미니 버스 팬미팅


1: 35 am

미니 버스 뮤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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