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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un 11. 2024

인간 나미래 04

이야기 쪽방에서 만들어본 소설입니다.

'어어 새로 들어온 아바타인 모양이네.'

"이봐. 거기 왜 걔를 마음대로 태우고 그래.

싫다잖아. 그건 매너가 아니지."

"XXX XXXX XXXX XX"

"어디서 욕지거리야. 너 신고할 거야"

'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화면 뒤에 숨어서 진짜 치사하다. 치사해. '



"언니 감사해요. "

"감사는. 뭘. 이상한 애들도 있으니까 조심해. 저기 놀이터에서 놀래?"

"좋아요."


파란 머리에 반바지를 입은 이 아이는 벌써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다.

' 아바타를 잘 다루는 솜씨가 제법인데? 처음은 아닌가 보네. 근데 아깐 왜 가만있었지? '


미래는 절룩이며 움직이는 아바타를 간신히 몰아 놀이터 시소 위에 앉는다.

"넌 누구야? 난 futurepirate."

"난 lonelysinger."

"넌 몇 살?"

"하하. 언니 여기선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돼요."

"그래? 그럼 뭐 물어봐? 그리고 넌 내 나이도 모르면서 아까부터 왜 언니라고 하냐? "

"헤헤. 그게 언니 스타일이 좀... 음. 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안 물어보는 거 같긴 한데. 넌 뭐 잘해? 뭐 좋아해? 뭐 할래? 그런 거 물어보는 거 같기도 하고. "

"그럼 넌 뭐 잘하는데?"

"전 노래하는 거 좋아해요?"

"그래? 들어보면 좋겠다. "

"그래요? 어렵지 않은데. 제 공연 보러 오실래요? "

"공연? 너 가수야? "

"하하 언니. 여기선 뭐든지 될 수 있잖아요. 언닌 정말 엉뚱해요. "

"하하 그렇지. 나도 다 알지 알아. "

Lonelysinger가 보여준 영상은 놀라웠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목소리는 달콤하면서 높은 음역대도 수시로 넘나들고, 춤도 역시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지만 파워풀한 춤에서부터 말랑거리는 춤까지 너무 멋있다.

"우와 너 진짜 대단하다. 너 인기도 많은가 봐. "

"네. 사실 아까 그 아바타는 사생팬인데 모질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있었어요. " 

"그랬구나. 인기가 많은 것도 다 좋은 건 아니네."

미래는 화제를 바꿔본다.

"부럽다 야. 나도 노래 잘하고 싶은데."

"언니, 노래 만드는 프로그램 쓸 줄 몰라요? 목소리도 합성해서 원하는 목소리로 다 만들 수 있는데. 언니 도대체 어느 시대에서 왔어요? "

"응. 하하. 내가 좀 느려. 근데 노래도 잘하고 인기도 많으니까 진짜 행복하겠다. "

"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 뭐가 문제야?  재밌으면 된 거 아냐?"

"사실 전 실제론 노래 못해요. 제 목소리도 마음에 안 들고. 춤도 못 추고요. 영상 속에 있는 저하고 실제 저하고 너무 달라요.  사람들이 실제 제 모습을 알면 실망하지 않을까요? 미니버스에서 나가면 너무 외로워요.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도 않고요. 친구들이 제 음악 듣고 얘기할 때마다  제가 lonelysinger라고 밝히고 싶은데 친구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고. 실망킬 까봐 두려워요. 언제 들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점점 더 불안하고요. 예전에도 저처럼 유명해진 애들이 있었지만 실제 모습하고 너무 다르다고 다 가짜라고 정말 매장된 적도 있었거든요. "

" 치. 뭐야 가상현실이니까 다 가짜가 당연한 거 아니야? 나도 정말 다른데. 너도 나 실제로 만나면 깜짝 놀랄걸? " 

 "전 제 아바타처럼 성형 수술하고 싶어요. 돈을 좀 더 모아야 하긴 하지만. 전 나중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제 몸을 통 속에 넣어 놓고 가상세계에만 살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 꼭 시도할 거예요. " 

"수술까지? 어우 그건 너무 무서운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 

" 아직도 사람들은 진짜를 찾으니까요. 진짜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러지 말고 너도 노래 연습도 하고, 악기도 배워봐. 가상은 가상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즐기는 거지. 얼마나 좋아. 두배로 즐길 수 있고 연습도 두배로 할 수 있는데. 한쪽은 유명가수, 한쪽은 무명가수.

실제 세상에서도 가수가 되기 위해서 연습하면 되지. 노래도 많이 듣고 말이야. 가상현실에서 해 본 경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야.

물론 사람들 반응에 네가 좀 실망할 순 있겠지. 실제 네 목소리가 가상현실과 다를 수도 있고 인기도 없을 수 있지. 시간도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말이야.

그래도 너를 마주해야지. 그것도 너의 일부라면 말이야. 

그렇지만 실제의 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을 가져."

"...... 그럴까요? 하지만 그러면 성공을 못하잖아요."

"야, 촌스럽게 왜 이래. 누가 요즘 성공 신경 쓰니? 성공하나 안 하나 다 먹고사는데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 성공 안 해도 돼요? 그럼 왜 해요? "

"좋아서 하는 거 아냐? 재밌으니까.  "

"풋. 언니도 참. 물론 재미만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는 성공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새로 만들어 낸 세계라고요. 실제 세상에선 인간이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 

" 성공해서 뭐 하게 다 먹고는 살잖아. "

" 요즘 미니버스 억만장자들 얘기 못 들어봤어요? 먹고사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기초 수급에 만족하는 인간들은 상상도 못 하는 삶을 산다고요. 언닌 배워야 할 게 많아 보이네요." 

"야, 그러지 말고 나도 노래 만드는 것 좀 가르쳐 줘라. 나도 노래 좀 해보게. "

"네. 언니. 언니가 여기서 먹힐지도 모르겠네요. 언닌 뭔가.... 진짜 같거든요." 

"야야 너야말로 진짜 촌스럽다. 뭐야 가상현실에서 왜 자꾸 진짜를 찾고 난리야."

"언니, 언니도 가상현실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도대체 진짜가 뭔데요? " 

"실물이 있어야 진짜지. " 

"그럼 음악은요? 음악도 실물은 없잖아요. " 

' 엇, 그러네. 뭐가 진짜지? 난 왜 진짜를 자꾸 신경쓰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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