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숨어있는 7가지 유전자 코드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시선으로 인간사회를 탐구해 보며, 함께 살아감을 생각해 보는 철학 시리즈입니다.
서른 두살 석훈...
요즘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다.
석 달 전 만나게 된 운명의 상대.
온화한 얼굴, 다정다감함과 착한 마음씨, 내면의 열정, 교양 있는 말투 속 순수한 모습...
사실 이런 건 머리로 생각해 본 이유였을 뿐, 그녀는 그냥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녀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 속 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만에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영희다.
그런데 석훈은 영희를 더 자주 만나게 되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예전 여자친구에게서 느꼈던 비슷한 모습이 영희에게도 이따금씩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전 화에서 영희 씨가 공상과학철학자를 찾아온 후 3일 뒤, 이번엔 석훈 씨가 찾아왔다.
#1. 내기에서의 분노: "저는 이기려 했을 뿐인데 왜 삐쳤을까요?"
영희와 가벼운 보드게임이나 내기 게임을 할 때, 저는 승리를 목표에 두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영희는 제가 승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이, 재미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냐"며 화를 내요. 왜 사소한 내기조차 관계의 문제로 연결하는 걸까요?
#2. 길냥이 문제: "왜 귀여운 것들에 집착할까요?"
영희는 평소 아기들을 유난히 좋아하는데요. 심지어는 길냥이한테까지 밥을 주려 합니다. 저는 고양이가 특정 새 등 천연기념물을 해칠 수 있어 밥 주면 안 된다는 주의지만, 영희는 "가여운 생명을 외면할 수 없다"라고 고집합니다. 이처럼 저와 다투면서까지 귀여운 것들에 감정적으로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요?
#3. 쇼핑 및 의사 결정 장애: "왜 하나를 못 고르고 결정을 미룰까요?"
영희와 쇼핑을 가면, 분명 가장 좋은 제품이 정해져 있는데도 매장에 있는 모든 선택지를 다 입어보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려요. 심지어 사야 할 때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미룹니다. 하나를 빨리 정하고 시간을 아끼고 싶은데, 쇼핑 갈 때마다 다리 아프고 너무 힘들어요.
#4. 과도한 걱정과 감정 기복: "왜 사소한 일에 감정이 요동칠까요?"
영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에도 감정 기복이 심해요. 또 그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제가 알아채 주기를 원해 답답합니다.
#5. 미래 불안정 참견: "왜 제 앞길을 자꾸 걱정하고 참견할까요?"
영희는 제 현재 수입이나 미래 계획에 대해 저보다 더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걱정하고 조언합니다. 저를 믿지 못하는 걸까요? 과도하게 참견하며 압박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6. 스킨십에 보수적: "왜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울까요?"
우리는 석 달 넘게 만나면서 정신적으로는 깊은 관계지만, 영희는 스킨십에 유난히 보수적입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선을 긋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를 사랑하는 것이 맞긴 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육체적인 표현에 인색하고 까다로울까요?
#7. 지위/외모 비교: "왜 자꾸 다른 남자와 나를 비교하고, 외모를 확인할까요?"
영희는 종종 다른 남자들의 성취를 제 앞에서 언급하며 비교합니다. 또 저에게 "오늘 옷 어떠냐", "살쪘냐", "예쁘냐"라고 계속 물어봅니다. 왜 이렇게 외부의 평가에 신경 쓸까요?
이를 가만히 들은 공상과학철학자는, 석훈 씨에게 이렇게 답했다.
"영희 씨의 행동들은, 유전자가 대를 이어 생존할 수 있도록, 무수한 세월을 거쳐 설계된 여성의 본능에 기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안전과 안정적인 관계를 확보하려는 무의식 작용에 가깝습니다.
물론 인간은 본능만으로 살지 않으며 영희 씨의 모든 행동은 주체적인 선택과 사회 환경, 개인의 경험에서도 비롯되기는 하죠.
하지만 여성의 '유전자적 경향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모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런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참고해야 합니다."
#1 내기에서의 분노[사회적 연대 테스트]
여성에게 연대는 전체의 생존에 직결됩니다. 내기에서 승리에 집착하는 남자는 '팀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신호로 읽히며, 위기 시 무리를 버릴 수 있다는 '배신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2 길냥이 문제[옥시토신 육아 확장]
여성의 모성 본능(옥시토신 호르몬)은 자신의 아기뿐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모든 귀여운 존재'로 확장됩니다. 이는 집단 내의 취약한 존재를 돌봐 집단의 생존율을 높이려는 본능의 발현입니다.
#3 썩은 과일 검출 알고리즘
주요 '채집자' 역할로서 여성의 뇌는 숨겨진 독이나 치명적 결함을 놓치지 않도록 모든 선택지를 탐색합니다. 의사 결정이 늦는 것은 그 과정에서 최적의 선택을 놓칠까 봐, 혹은 썩은 과일을 고를까 봐 결정에 신중을 기하려는 본능입니다.
#4 과도한 걱정과 감정 기복[모험 기각 방어 시스템]
여성은 번식 투자 비용이 크기에, 감정 기복을 통해 위험 회피 신호를 강력하게 보냅니다. 모험보다 신중한 전략을 택해 무리와 자녀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본능입니다.
#5 미래 불안정 참견[장기 자원 모니터링]
여성은 남편이라는 장기적인 자원 보유 전략이 헛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합니다. 인간의 긴 육아기간, 미래의 식량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본능이 참견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6 스킨십에 보수적 [선별적 번식 게이트]
여성의 성적 자원은 장기적인 헌신을 보장받기 위해 신중하게 사용되도록 진화했습니다. 스킨십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성이 진지하고 장기적인 투자 의향을 가지고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선별적 번식 게이트'를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7 우월한 이성 선별 & 매력 경쟁 유지
여성은 사회적 지위를 자원 획득의 지표로 판단하며, 동시에 자신이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짝인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이 질문은 '나의 가치'와 '당신의 우수함'을 동시에 체크하는 경쟁의 발현입니다.
며칠 후 석훈 씨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Email from Seok Hoon
공상과학철학자님.
상담 이후 저는 며칠간 영희와 제 관계를 되돌아봤습니다.
저는 그녀의 결함을 본 것이 아니라, 여성의 유전자적 코드를 보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그동안 저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영희가 감정을 이야기할 때, 저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지만, 영희는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더 근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걸 알게 됐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집단과 미래의 유전자 보호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무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더욱 존중함을 다짐해 봅니다.
그녀의 감정과 신체도 '나의 욕심을 위한 대상'이 아닌, '귀하게 지켜야 할 자원의 근원'으로 소중히 대할 것입니다.
영희가 안정성을 추구하며 불안해할 때, 저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기 전에,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 안정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고마워. 좀 더 믿음직한 남자로 머무를게."
결국 사랑은 '다름을 같게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는 그 간극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성숙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사랑은 논리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중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
새삼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석훈 드림.
이메일을 훑어 내려간 공상과학철학자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중얼거렸다.
"후훗.. 다음 화 브런치에서는 남녀 사랑의 기술을 다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