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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사랑의 기술 - 사랑의 시작

이성을 끌어당기는 본능적 시그널

by 공상과학철학자
본 브런치북은 과학적인 시선으로 인간사회를 탐구해 보며, 함께 살아감을 생각해 보는 철학 시리즈입니다.


'사랑'은 중요하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이웃 사랑을, 부처님도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공자 맹자도 선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다.


사랑을 과학적으로 따져봐도 중요할까?

그런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이 대를 이어 존속하도록 만들어 줌과 동시에, 연대를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유대감으로 마음의 불안을 치료해 주며, 옥시토신과 도파민으로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주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꼭 배우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의 중요성을 말한 사람 중에는 근대 현대 철학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랑의 기술(1956)'을 쓴 에리히 프롬(1900~1980)과 살아있는 사랑 전도사 알랭 드 보통(1969~)이다.


✔️199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1994, 우리는 사랑일까

✔️2016,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그중 '보통'이 쓴 위의 책들은, 소설 형식을 빌려 사랑에 대한 수준 높은 고찰을 재미있게 서술한 것으로, 일독을 권해보는 바이다. (이외에도 보통이 쓴 예술, 종교, 건축 등에 대한 활발한 저술들이 모두 주옥같다.)


에리히 프롬과 알랭 드 보통의 책이 수십 년간 명저로 남고 있는 이유는, 사랑을 재해석해 성숙한 노력과 관계의 기술(技術, art)로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롬과 보통의 한계


하지만 이들의 조언은 오늘날 한국의 싱글들에게는 조금 공허하게 느껴진다.

극단적 자본주의 비교 문화와 유교적 경직성이 결합된 한국...

그 ‘기술’을 적용할 사랑의 시작조차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끌림보다는 조건을 먼저 따지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하는 스몰토크는 어색한 문화.

3포 세대, N포 세대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연애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조건을 재고 말고를 떠나, 사랑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선 가장 근본적인 유전적 본능이자, 생존을 위한 연대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유전적 본능이 어떤 이성에게 끌리는지 우선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매력의 신호들, 즉 유전자 대를 이을 만한 적합한 상대에게 반응하는 그 끌림의 이유들 말이다.


다만, 아래의 유전자적 특성에 기인한 남녀 서술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성 역할이나 문화적 작용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유전적 경향성일 뿐, 반드시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며, 고정관념을 강요하려는 의도도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랑의 끌림 속,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유전자 코드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 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성별 하나씩 살펴보자.



남자가 좋아하던 여자: ‘건강과 모성’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는 남자라는 생존 기계에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남자 역시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전자가 여성의 유전자와 잘 결합해, 새 생명이 대를 이어 잘 살아가기를 원한다.

일부일처제의 현대 사회는 양적 번식(다수의 여자)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던 남자에게도 단 한 명의 훌륭한 파트너에게 집중하여 투자해야 하는 압력을 주었고, 이는 더 신중하고 까다로운 선택을 요구하게 되었다.


남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는 건강과 함께, 그 아이를 오랫동안 책임지고 키울 모성찾았다.


1. 신체적 매력의 기저 — 건강한 유전자

여자 얼굴의 좌우 대칭, 맑은 피부, 윤기 있는 머리칼 같은 외형적 디테일에 무의식적으로 끌린다.

이것은 단순히 예쁘다, 잘생겼다의 문제가 아니다. 좌우 대칭은 발달 과정에서 큰 질병이나 환경적 스트레스를 견뎌낸 결과이며, 피부와 머리카락의 상태는 영양 상태와 면역력을 반영한다. 즉, 이는 ‘이 여자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2. 체형 — 출산과 양육의 지표

골반과 엉덩이가 발달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특성은 '출산이 수월해 죽지 않을 여자'일 것이라는 무의식적 끌림에서 나온다.

뿐만이 아니다.

가슴이 발달한 여자를 선호하는 것 역시 '아기가 젖을 잘 먹고 잘 자라겠구나.' 하는 무의식과 연결된다.

재미있는 점은, 남성이 선호하는 체형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근이 심했던 시대에는 풍만한 체형이 선호되었고, 현대처럼 식량이 풍부한 사회에서는 건강하게 관리된 슬림한 몸매가 선호된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다른 경향은, 유전자보다는 사회 문화적 경험이 투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 생존율을 높이는 체형에 대한 무의식적 끌림은 불변이다.


3. 성격과 태도 — 친절과 애착의 신호

남자가 단순히 외모만 봤던 것은 아니다.

여자의 친절함, 공감 능력, 배려심 '이 여자는 아이를 잘 보살필 사람'이라는 확신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은 잠재적 배우자의 웃음 빈도, 따뜻한 언어 사용, 타인에 대한 태도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모성 발현 가능성을 탐색한다. 똑 부러지게 문제를 해결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즉, 남자가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몸매나 외모만이 아닌, '이 여자는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동반자일 것이다'라는 느낌이 올 때다.


4. 믿고 지지해 주는 여자

선호되는 여자의 특성 중 또 하나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여자이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여자라면 다른 남자가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또한 서열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남자들에게, 여자의 지지와 응원은 사회적 자원을 취득하는 데 있어 강력한 동기 부여를 제공해 준다.


물론 현대 사회는 육아를 여자만의 책임이 아닌 부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가치로 인식한다.

또 딩크족이나 시니어의 사랑 등 모든 유형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유전자 전승이, 급속하게 변하는 현대 문명을 따라오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남자의 뇌 구조 속에는 아직도 과거 수렵채집 시절의 유전자가 남아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긴 여자라면, 이러한 남자의 과거 유전자를 굳이 외면하며 사랑의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자가 좋아하던 남자: ‘자원 확보와 책임감’


반대로 여성의 본능은 남성과 달리 더 장기적이고 신중하다. 임신과 양육의 부담을 지던 여성은, 단순히 건강한 유전자뿐 아니라 자원 확보 능력과 장기적 책임감을 중시한다.


1. 신체적 매력 — 강한 유전자의 증거

과거 강한 어깨와 팔을 가진 남자는 창을 잘 던지는 등 각종 도구 사용에 능했을 것이고, 튼튼한 다리를 가진 남자는 추적 사냥에 유리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한 어깨와 팔다리를 가진 남자를 선택한 여자는 고기를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살아남아 번식을 이어왔을 것이다.

이 유전자의 세대 누적은 여자로 하여금 이러한 남자는 건강한 유전자를 지녔다’는 신호를 잘 읽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의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다. 물리적 힘이 별로 필요 없는 기계문명 세상에서도, 운동선수나 농업인, 건설 종사자가 아닌 많은 남자들이 이를 악물고 근육을 키운다 :)


2. 능력과 야망 - 자원 확보 능력

여자가 남자에게서 가장 크게 보는 조건 중 하나는 자원 확보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 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을 지켜낼 수 있는 총체적 생존 능력이다.

예컨대, 똑똑함, 유머감각, 리더십, 목표를 향한 끈기 등은 모두 여성에게 '이 남자는 위기 상황에서도 나와 아이를 지켜낼 수 있다'는 무의식적 신호로 작동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부유한 남자보다, 계획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성실하게 도전하는 남자에게 더 큰 호감을 보였다.


3. 헌신과 신뢰성 — 오래가는 파트너

여성은 또 한 가지를 철저히 따진다. '이 남자가 자원을 다른 여성에게 쓰지 않고, 나와 내 아이에게 쏟아줄까?' 하는 문제다. 그래서 여자는 무심한 태도보다는 자상함, 말과 행동의 일관성, 그리고 바람피우지 않을 것 같은 신뢰성에 큰 매력을 느낀다.

즉, 여자에게 있어 매력은 단순히 순간의 스파크가 아니라, '10년, 20년 뒤에도 함께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장기적 전략이다.

여자가 남자에게서 안정적이고 온화한 성격, 꾸준함과 인내심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장기적 양육의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남녀 모두 상대방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유전적으로만 본다면 여자가 이 마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여자는 좋은 아빠 같은 듬직한 남자를 찾는다. (배 나온 현실 아빠 말고)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 책임은 남자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상술하였듯, 여자의 원시 유전자 변화 역시 현대에 적응하기에는 느리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남자라면 여자의 유전적 끌림 경향을 굳이 외면할 필요가 있을까?



성숙한 매력 VS 의존하기


사랑이 인류에게 주는 효익은 매우 크다.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사랑에 빠진 순간만큼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이다.

상대방 니즈의 근본을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려는 전략은 매우 유효하고, 누가 나무랄 수도 없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밀당을 어떻게 하고 대화를 어떤 식으로 이어나가고 하는 것은 부차적 스킬일 뿐이다.

결혼 또는 동거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원만한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 볼 것이 있다.

남을 사랑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전제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상대를 품는 성숙한 사랑이 아니라 그저 의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존성 사랑 전략은 성공률 자체도 매우 떨어진다.

연애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인데, 잘나 보이는 것도 없이 찌질하게 나에게만 매달리려는 상대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가꾸는 사람은 ‘나는 혼자도 괜찮지만, 너와 함께라면 더 즐겁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발산한다. 이 자기 확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매력 시그널이다.


지금 여기서 자기 삶을 건강하게 채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을 시작하고, 나아가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현대판 사랑의 시작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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